김현수 (서울시교육청 대변인실 주무관, 환경재료과학 08)
2020년 새해 첫 홍보 콘텐츠 촬영은 공립초등학교 예비소집 현장스케치로 선정되었다. 새로 오신 팀장님께서 빠르게 콘텐츠를 뽑아내길 원하셨고, 마침 1월 8일로 예정되어있던 예비소집 보도자료가 팀장님의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예비소집 참석이 의무가 된 지는 몇 년 되지 않았다. 2015년 12월에 알려진 인천 아동 학대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어, 2016년부터 “장기결석아동 전수조사”가 시작되었다. 그 해 3월에는 흔히 “원영이 사건”으로 알려진 “평택 아동 암매장 살인사건”이 일어나 초등학교 예비소집 참석이 전면 의무화되었다. 불참 시 경찰 수사도 가능하게 되었다.
예비소집은 기존에는 14시부터 16시 40분까지 140분간만 진행되었다. 전적으로 학교행정 시간에 맞춘 것이다. 의무 참석이 아니었기 때문에 모두를 배려하지 않아도 무방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의무 참석이 실시된 이후, 올해부터 서울에서 처음으로 16시부터 20시까지 240분간 예비소집을 실시했다. 직장 다니는 부모의 퇴근 시간을 배려한 조치였을 것이다. 그로 인해 학교현장은 업무가 가중되었지만, 의무대상을 위한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다.
현장스케치를 위해 방문한 학교에서, 80명의 취학대상 아동 중 실제로 ‘퇴근시간’ 후에 방문한 학생은 3명에 불과했다. 그 중 2명은 그냥 늦게 왔고, 1명만 퇴근한 부모와 함께 왔다. 단 한 개의 학교 사례로 공립초 566개 전체를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대부분 16시 이전에 도착하여 16시까지 기다린 후 16시에 창구가 열리자마자 등록을 마치고 돌아갔다는 교감선생님의 설명이 있었다. 다른 학교로 나갔던 장학사님도 비슷한 상황임을 공유해주었다. 첫 실시되는 야간 예비소집이 무용했던 걸까 괜히 불안했다.
하루가 지난 뒤 결과가 나왔다. 예비소집 불참률은 2017년 15.1%였는데, 2018년 12.7%, 2019년 12.6%으로 해마다 감소 추세를 보이다 올해인 2020년에는 16.3%로 큰 폭으로 늘었다. 야간 예비소집 실시 효과는 전혀 없었던 것일까?
지난 1월 2일 진행된 2020년 정부 시무식에서 퇴임 예정인 이낙연 총리의 신년인사가 이슈에 올랐다. 그는 ‘유언 같은 잔소리’라고 운을 띄우며 당부했다. 정합성, 수용성, 실행력이라는 정책설계의 3원칙을 제시했다. 정책은 다른 정책과 모순이 있어서는 안 되고, 정책 수요자와 정책을 집행하는 현장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며, 어떻게 이행되도록 할 것인가를 고려하여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 미루어 야간 예비소집 정책을 보면,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정부 정책들과의 정합성에 문제는 없어 보인다. 현장에서 만나본 정책 수요자들은 두 가지 반응을 보였다. 퇴근 후 아이와 함께 올 수 있게 되어 좋았다는 반응과, 어차피 낼 오후 반가면 기존처럼 오후 2시부터 빨리 학교를 다녀온 뒤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좋은데 4시는 애매하다는 반응이었다. 정책 집행 현장 또한 그리 달가워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수용성에 문제가 있었다. 정책이행은 행정적 강제를 통했으나, 예비소집 통지서는 구청/동사무소에서 발급하는 반면, 실제 수행기관은 학교라는 이중적 분절로 인해 생기는 실행력의 공백도 있었다.
2017년 예비소집 불참자를 대상으로 소재를 파악해본 결과, 불참 대상 중 61.2%가 전출예정이거나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였고, 34.9%가 해외 체류 중이었다. 서울 집값이 고루 폭등했던 2019년을 반추해보면, 전출예정자가 늘었을 가능성이 있다. 경제력의 신장으로 해외 체류 인원이 더 늘었을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불참률의 증감이 단순히 한 정책의 효과로 판단되지 못하는 이유일 것이다.
이런 결과 속에 퇴근 후 참석해주신 분의 인터뷰를 활용하여 영상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홍보가 정책에 선행하지 못하는 만큼, 보다 세심하고 면밀한 정책설계로 이어지도록 제작 방향을 조정해야겠다 다짐했다.
김현수_ 농대 학회 ‘농학’에서 활동했으며 농대 부회장을 역임했다. 학부 졸업 후 교육학과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 과정을 마쳤다. 교육협동조합 아카데미쿱을 설립하여 활동하다가 현재는 서울시교육청 대변인실에서 광고홍보업무를 맡고 있다. (edukhs1@gmail.com)
Last modified: 2022-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