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5:43 오후 120호(2020.04)

초보 마케터 일기
공보와 언론의 관계

김현수 (서울시교육청 대변인실 주무관, 환경재료과학 08)

공공기관의 공보실, 민간기업의 홍보실에서 마련해준 기자실은 기관에서 언론에 제공하는 편의에 불과하다. 하지만 현대 민주주의의 삼권분립 이외에 제4의 권력으로까지 불리는 언론의 위세는 그 단순 편의를 공식 기구화했다. 우리 기관의 기자실도 청내 웬만한 부서보다 큰 규모를 자랑한다. 교육부가 세종으로 이전함으로서, 교육부 기자실이 담당해야할 역할의 일부를 감당하게 되었기 때문인 탓도 있다. 교육청 내 그 어떤 조직보다도 규모가 큰 이 조직의 역할에 대해서는 늘 고민해보게 된다.

언론 본연의 역할은 ‘비판’과 ‘감시’이다. 이를 위한 ‘시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일선 기자들은 오늘도 바쁘게 일한다. 오늘도 여러 취재를 통해 사회의 폐부가 드러나고 있다. 언론은 고인 물을 썩지 않고 흐르게 하는 역할에 충실하다. 먼저, 사실 확인을 위해 나선다. 사실 확인은 취재라는 이름으로 행해지고, 이는 문건을 통한다. 그 문건을 입수하기 위해 각종 관계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정보공개, 열린사회 등의 각종 구호 속에도 아직 모든 것의 공개는 요원하며 그 필요성에도 여전히 의문이 많이 제기된다.

게다가 모든 언론이 본연의 위치에 있는 건 아니다. 자유와 공정을 외치는 언론은 출입과 비출입으로 자기들 간의 신분과 위계를 구분한다. 그들만의 철저한 선후배 문화가 있으며, 각자가 자신의 서열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출입기자단에 의한 비출입기자의 취재 방해도 왕왕 일어난다. 개중에는 취재처에 포섭되어 본연의 기능을 잃은 매체까지 등장한다. 어디까지나 매체의 난립으로 인한 과도한 단독 경쟁이 유발한 이면효과일 것이다.

불필요한 취재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엠바고라는 제도도 도입되었다. 기자단과 기관이 협의하여 “언제 언제까지는 보도하지 말아달라”는 무언의 협의사항이다. 엠바고가 과거에는 ‘보도지침’이라는 형태로 관으로부터 억압의 상징이었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과도한 업무강도로부터의 해방을 위한 보호 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 출입 기자단은 관례화된 엠바고 협의 속에 그다음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경쟁방지라는 본연의 기능을 넘어, 출입 기자단에 의한 보도자료 검열, 기관 정책에 대한 개입으로의 월권까지 종종 시도한다. 염치를 뒤로한 어떤 매체는 표면에 광고영업을 드러내놓고 취재를 빙자하기도 한다.

이러한 고착된 편의는 발로 뛰어 직접 취재하는 기자들을 보기 힘들게 만들었다. 비선출 권력으로 작동하는 현재의 위치에 만족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세태가 지속되자, 지방자치단체들에서는 기자실 폐쇄가 가시화되고 있다.

나는 3월 1일자로 공보팀으로 이동했다. 비정규직의 떠돌이 삶은 다양한 역할을 부여받는 것이 숙명이기에 이 또한 적응되리라. 공보팀으로 옮기자마자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느라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르게 지내고 있다. 코로나는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꿔가고 있다. 후에 사회에서 공공영역의 역할에 대한 재정의는 필연적으로 제기될 문제다.

같은 결에서 공보와 언론의 관계도 재정립 필요성이 제기될 것이다. 보도자료에 의한 절차적 전달에 의존하던 과거와 달리, 실시간 브리핑을 통해 언론과 시민이 동시에 정보를 접하는 것이 가능해진 시대가 되었다. 우리는 모두 매일 11시, 14시의 정례 브리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단순 전달자로서의 역할에서 큐레이터로서의 역할이 점점 더 강화될 것이다. 이를 위한 관계 재정립이 필요할 것이다.

김현수_ 농대 학회 ‘농학’에서 활동했으며 농대 부회장을 역임했다. 학부 졸업 후 교육학과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 과정을 마쳤다. 교육협동조합 아카데미쿱을 설립하여 활동하다가 현재는 서울시교육청
대변인실 공보팀에서 일하고 있다. (edukhs1@gmail.com)

Last modified: 2022-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