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5:11 오후 120호(2020.04)

청년, 미래를 꿈꾸다
남해군에 자리 잡은 청년들, ‘농촌의 힙스터’

박선아 (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사과정, 농경제 08)

2016년과 2018년에 발간된 ‘한국의 지방소멸 보고서’는 지역의 인구감소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 감소에는 다른 경제 사회 문제에 비해 대응이 미흡하다. 우리나라는 ‘수도권 공화국’이다보니 지역의 고통에 대한 공감도가 낮은 것일까? 대도시나 중소도시에 비해 농촌의 쇠퇴는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농업에 대해 그러했듯이, 농촌의 인구 감소 문제는 효율성 논리가 지배하고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

인구 감소 문제를 어떤 각도에서 바라볼 것인가에 따라 해결의 실마리도 달라진다. 한국판 지방소멸은 일본의 지방소멸 논리에 따라 ‘가임기 여성’의 추세를 그 기준으로 하였는데, 이것이 과연 적절한지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었다. 문제 진단을 저출산으로 귀결시키면 그 해결도 저출산에 머무를 것이다. 누구나 알 듯 저출산 대책은 오랜 기간 지속되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어쨌든 앞선 지표에 따르면 전국 평균도 지방소멸 “주의단계”(3점)이며, 39%에 달하는 지역이 소멸 위험지역에 속한다. 그런데도 많은 지자체들이 청년정책에 사활을 걸지 않는다. 저출산 정책은 장기적인 문제이지만 그 대책은 장기적이지 않고, 당장 급속도로 청년들이 유출되는 문제에는 대책이 없다. 비혼을 선택하는 시대, 청년의 다양성이 지역의 활력을 가져오는 시대에 출산정책이 아닌 청년정책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해야하지 않을까?

지방소멸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그 대응이 이래저래 미적지근한 이유를 들여다보니 농촌에 대한 의도적인 외면, 저출산 ‘문제’에 대한 집착, 청년정책에 대한 무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이와 관련된 연구를 기획하다가 경상남도 남해군의 사례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지방소멸 위기를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관의 노력도 돋보였지만, 무엇보다도 새로운 청년들이 농업과 바다, 자연, 그리고 공동체를 새롭게 재구성해 간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우리 인식에 경상남도는 산업이 꽤 발달된 곳이지만, 최근 들어 경기 침체와 인구유출이 일어나고 있다. 경남 전체의 소멸 위험지수는 3점으로 전국 평균과 동일하게 “주의” 단계인데, 그 추세가 점점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에서 “소멸 고위험 지역”(5점) 평가를 받은 지자체는 열한 곳인데, 그 중 두 군데 경남에 속해있으며, 남해군이 그 중 하나이다. 남해군에는 9개 면, 1개 읍이 있는데 이 중 8개 면은 “소멸 고위험 지역”(5점), 1개 면과 1개읍이 “소멸위험 진입 단계”(4점)에 처한 상황이다.

그런데 의외로 남해는 청년들과 젊은 귀촌인들의 활동이 참 많다. 남해를 방문해서 유명한 멸치쌈밥집을 간 적이 있다. 그 길을 따라 걷다보면 끝자락에 자그마한 카페와 남해 소품샵, 책 큐레이터 가게가 등장한다. 이런 ‘어촌’ 지역에 이런 골목이 있다니, 처음엔 어리둥절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들뿐 아니라 독립 영화를 만드는 청년들, 농사를 짓는 청년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었다. 군에서도 열린 마음으로 이들을 대하고 있는 것 같다.

일례로 요즘 ‘농촌의 힙스터’라고 불리는 ‘팜프라(Farmfra)’라는 귀농지원 플랫폼도 남해에 소재해있다. 청년기업가인 팜프라 대표는 원래 진주가 고향인데, 사업을 시작하기 전 여러 지역을 알아보다가 청년들에 가장 적극적인 남해를 사업 터전으로 선택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러한 성과가 모여 남해군은 최근 청년친화도시에 선정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지방소멸위험이 높은 지역이 청년친화도시라니! 앞으로의 미래가 더 기대되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숫자로만 보았을 때는 경직되고 쇠퇴한 농촌이었지만, 이리저리 입체적으로 보니 신뢰와 호혜성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사회적 자본’이 쌓여가는 곳이었다.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쌓인 진지한 노력들과 에피소드들을 들을수록 이들이 바로 앞으로 남해의 무형의 자산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게 되었다.

박선아 _ 농생대 농경제사회학부 지역정보전공 08학번. 길었던 학부생활을 지나 지금은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환경, 농촌, 지역과 사람 간의 관계를 연구하는 박사과정생입니다. (2468nice@gmail.com)

Last modified: 2022-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