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호 (아시아 산림협력기구 프로젝트 매니저, 산림자원 92)
구 분 | 내 용 |
식물명 | 티크(Teak) |
학명 | Tectona grandis L.f. |
분류 | 쌍떡잎식물강 > 통화식물목 > 마편초과 |
분포 | 미얀마·인도·태국·인도네시아 |
미얀마는 과거 우리가 알고 있는 버마의 바뀐 이름이다. 미얀마는 인도차이나 반도의 북서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 가장 큰 국가로 남북으로 긴 마름모꼴 형태를 띠고 있다. 북서쪽으로 방글라데시와 인도, 남동쪽으로 타이·라오스, 북동쪽으로 중국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미얀마는 한반도의 3배에 달하는 국토면적(676,577 km2)과 다양하고 풍부한 천연자원을 기반으로 높은 성장잠재력을 가진 국가 중 하나다. 열대성 기후의 영향으로 국토의 43%가 산림이며 11,800여 종의 식물 종이 서식하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티크는 미얀마가 최고라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세계인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나무이다. 티크는 마편초과에 속하는 열대 낙엽수로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가 원산지이다. 주로 미얀마, 태국,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에서 자생하는 나무이다. 타원형 혹은 달걀 모양의 잎은 길이 30∼60cm, 너비 23∼35cm로 마주나고, 나무 자체는 높이 25∼30m, 지름 2∼2.4m까지 자란다.
꽃은 6∼8월에 흰색으로 피고 가지 끝에 원추꽃차례로 달린다. 꽃은 주로 곤충에 의해 충매 수분이 이루어지지만 가끔씩 바람에 의해 풍매 수분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꽃의 대부분이 불임성이기 때문에 종자의 생산은 적은 편이다. 열매는 핵과(核果)로서 끝이 뾰족한 공 모양이고 딱딱하며 종자는 1∼4개가 들어 있다. 건조기에 잎이 떨어지는데, 대체로 1∼2월에 지기 시작하지만 습도 관계로 늦어지기도 하며 4∼5월에 잎이 다시 돋아난다.
목재는 매우 중요한 용재로서 처음에는 짙은 노란색이지만 점차 갈색이 되며 방향성 향기가 난다. 팽창과 수축이 적고 뒤틀리거나 갈라지지 않으며 가공하기 쉽다. 흰개미와 같은 벌레에 대하여 저항력이 강하고 쇠붙이에 대한 부식이 없어서 특히 선박재로 많이 쓰고 차량·건축·가구·조각 재료로도 중요하다. 티크는 현재 세계적으로 유명한 수종으로 취급되고 있어서 인도, 미얀마, 타이는 물론 동남아시아, 뉴기니아, 솔로몬군도, 열대 아프리카, 남미제도 등 천연 분포의 최적조건을 초월해서 광범위하게 식재되고 있다. 벌채할 때는 나무를 천천히 마르도록 하고 무게를 줄이기 위해 2년 전에 환상박피(環狀剝皮)를 하여 말라죽게 한다.
미얀마의 풍부한 자연자원 가운데 산림은 국가 경제와 국민 삶에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미얀마 국내에 자생하는 2,088여 개의 수목 중 85종이 다목적 용도의 목재로 사용가능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티크는 최고급 목재 수종의 대명사로 전 세계 티크 생산량의 1/3 가량이 미얀마에서 생산된다. 미얀마 티크의 산림 면적은 610만 ha로 전 세계 티크의 75% 정도이다. 미얀마에서 티크의 북쪽한계선은 25˚∼30˚ 남쪽한계선은 10˚∼20˚ 정도로 국토 전역에 걸쳐 분포하고 있다.
미얀마에서는 마을 어귀나 도로 옆 등 어느 곳에서나 티크 숲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티크는 미얀마의 풍부한 천연자원 중에서 천연가스, 콩과 함께 주요 수출품목 중의 하나였다. 한때 미얀마는 전 세계적으로 목재 가치가 높은 최고급 티크의 자생지답게 전 국토가 황금티크(Golden Teak)라고 불린 최고급 티크 숲으로 뒤덮이다시피 했다. 그러나 19세기 후반부터 1940년대까지 영국의 식민지배 당시 과도한 벌채가 이뤄지면서 티크 등 주요 수종의 축적량이 급격히 감소했다.
1960년대 이후 외화 획득을 위한 미얀마 군부 독재정권의 과도한 벌채, 나무연료에 대한 절대적 의존, 농산물 생산을 위한 농경지 전환 등으로 울창하던 산림 면적이 감소하고 황폐화되었다. 미얀마 국토에서 산림이 차지하는 비율은 1990년 57%에서 2015년 43%까지 대폭 감소했다. 울창하던 티크 숲이 점차 사라지자 티크 산업에 기대어 살던 미얀마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티크 보호와 수출규제를 목적으로 1992년 산림법을 제정하고 대대적인 산림복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보호수로 지정된 티크를 한번 심으면 50년 벌기령까지는 벌채를 하지 못하기에, 도로 공사 등을 할 때 티크목을 실수로 베어버려 책임소재를 따지느라 공사가 중단되는 해프닝이 종종 벌어지기도 한다. 미얀마 정부는 산림자원 보호를 위해 2014년 4월 원목 수출도 전면 금지했다. 미얀마 자연자원환경보전부는 2017/18 회계연도 목재 벌목량이 32만 톤으로 2015/16 회계연도 벌목량 65만 톤보다 무려 33만 톤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미얀마는 광물 등 풍부한 자연자원을 보유한데다 다양한 수종의 임목이 잘 자랄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미얀마 산림청이 컨트롤 타워가 되어 티크 묘목을 보급 및 식재하고, 티크를 많이 사용하거나 수출하는 기업들에게 산림을 할당하고 조림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미얀마 정부의 강력한 규제와 단속에도 불구하고 불법 벌목과 국경을 통한 목재 수출은 계속되고 있고 이로 인해 산림 황폐화는 더욱 가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으로 수출되는 95%의 목재가 불법목재인 것으로 확인될 정도로 불법 벌목이 성행하고 있다. 특히 미얀마 북부 중국 접경에 위치한 카친 주에서는 허가받지 않은 벌목업자와 중국인들이 벌목을 계속하고 있다. 중국으로의 티크 밀수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미얀마 치안 당국이 2015년 1월 카친 주에서 일제 단속을 실시, 트럭 등 차량 400대 이상과 1600개 이상의 목재를 압수하고 153명의 중국인을 체포한 사례도 있다. 2019년 6월 미얀마 정부는 민간분야를 활성화하고 일자리 창출을 늘리기 위해 원목 수출을 다시 허가하기로 결정했지만, 여전히 연간 티크 벌목량을 2만 그루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미얀마는 1960년대부터 장기 집권을 이어온 군사정부가 민간정부에 정권을 이양하면서 급격한 변화의 물결을 맞이하고 있다. 2016년 새로 들어선 정부는 이전 정부와 달리 환경보호와 지속가능한 성장에 앞장서고 있다. 미얀마 국가고문인 아웅산 수치 여사도 티크를 비롯한 산림 보호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이는 2018년 발표된 미얀마 지속가능개발계획(Myanmar Sustainable Development Plan)에 잘 반영되어 있다.
미얀마 정부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산림자원을 최대한 빨리 회복하고 지속가능한 생산량을 확보해 수출을 증대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과거의 단순한 원목 수출 패턴에서 벗어나 목재가공기술 개발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 계획도 세우고 있다. 다만 미얀마의 낙후된 생산 기술로 인해 생산성 향상 및 수출 확대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이에 미얀마 상무부는 2019년 6월 Notification 24/2019를 발표하여 미얀마에 상주해 있는 외국기업 및 합작기업에 대해 목재가구의 해외 수출을 허가했다. 이 고시에 따르면 해당 기업들은 미얀마에서 생산되는 원자재를 사용해야 하며, 수출 시 자연자원환경보전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로 인류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는 지금 국가 경쟁력의 척도는 바로 ‘녹색(Greeen)’이다. 녹색성장이야말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최소한의 투자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최근 미얀마의 국가조림계획(2017-2026)의 노력이 성공을 거두어 미얀마가 다시 한 번 티크가 중심이 된 산림강국으로 도약하기를 기대해 본다.
최성호 _ 서울대학교 산림환경전공 대학원을 졸업한 후 현재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에서 근무중이다. 페이스북 그룹 ‘야생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방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많은 사람을 덕으로 품어 안는 성격으로, 업무를 추진할 때는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스타일. 지난해 8월부터 미얀마에 파견되어 현지의 산림 인력을 육성하는 교육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quercus1@hanmail.net)
Last modified: 2022-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