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10:05 오후 121호(2020.07)

살아가는 이야기
지리산 화대종주를 다녀와서

이정양 담우 연구홍보부장, 농학 86

– 지난 2012년에 ‘J3 club’이라는 다음 카페에 쓴 글입니다.

2011년에 새벽에 성삼재를 출발하여 천왕봉을 찍고 그날 다시 성삼재로 돌아오는 지리산 왕복 종주를 하고 화엄사를 출발하여 대원사로 넘어가는 화대종주를 벼르고 있었습니다.

2012년 5월 16일에 계획을 했는데 전날 술이 과하여 늦잠을 자서 중산리에서 천왕봉만 다녀오고 드디어 5월20일에 미리 집을 출발하여 21일에 화대를 해냈습니다,

누구와 – 혼자서

언제부터 – 5월 21일 2시 32분부터

언제까지 – 5월 21일 18시 37분까지

얼마나 – 16시간 5분

기록이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초반에 너무 여유를 부려 5분을 줄이지 못하여 약간은 아쉽지만 완주를 기원해주신 선배님들 덕분에 무사히 마치게 됨을 감사합니다.

지난 16일 늦잠을 자고 아쉽지만 천왕봉을 다녀옵니다.

카톡에 천왕봉 사진을 올렸더니 다들 부러워 죽습니다.

6시간 40분에 걸쳐 살방살방 다녀왔는데도 종아리가 땡겼습니다.

지난 19일 토요일에는 아내가 제주도 한라산에 가고 싶어 하여 가려하였으나 일요일에 나오는 교통편이 없어 아쉽지만 설악산에 다녀오자고 하여 오색에서 대청봉을 거쳐 다시 오색으로 다녀왔는데 아내가 계단을 내려올 때마다 신음을 냅니다.

그런데 저는 설악산에 다녀온 것이 준비 산행이라 생각하고 다음날 바로 5월 20일에 고흥에서 화엄사까지 미리 가서 결의를 다집니다.

주차장에서 라면도 먹고 김밥도 먹고 막걸리도 먹고 새벽 두시까지 자다가 이것저것 준비후 두시 반쯤에 출발합니다.

무넹기까지 땀이 거의 나지 않도록 여유 있게 진행하였습니다. 너무 여유롭게 진행한 것 같습니다. 나중에 크게 후회합니다.

일부러 노고단에서 일출을 보려고 30분 정도를 지체했습니다. 멋진 일출로 보상을 받았습니다.

지나는 사람이 없어서 배낭으로 인증샷을 찍습니다.

저 타오르는 태양 때문에 쪼매 고생합니다.

연하천에서 남들이 끓여 먹는 맛있는 라면 냄새를 맡으면서 처량하게 미숫가루로 식사를 대신합니다.

보통은 세석대피소에서 물을 보충하는데, 이날은 물이 충분하여 그냥 통과합니다.

장터목에서 미숫가루로 점심을 대신하고 사진 찍는 것도 잊어버리고 마음이 바빠서 그냥 천왕봉에 도착합니다.

땀이 범벅이지만 쪼매 쉬고 바로 출발합니다.

형님이 군산에서 사촌 형과 함께 대원사가 있는 유평리로 출발하였다니 마음이 바쁩니다. 그러면 안되는데….

중봉을 비롯하여 이 뒤는 처음 오는 곳이라, 고개를 들어 이정표를 꼭 확인하면서 진행합니다.

드디어 유평리에 있는 무릉도원에 도착합니다.

애초에는 유평리에서 형의 택시를 타고 화엄사로 가서 내차를 가지고 고흥에 가서 형님들과 맛있는 회를 먹으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유평리에서 너무 힘들고 배가 고파서 형들과 백숙 한 마리에 소주를 마시고 여관에서 함께 잤습니다. 다음날 대원사 앞을 지나면서 대원사도 사진으로 남깁니다.

참으로 무식한 산행이었습니다.

짐을 줄인다고 미숫가루 500CC 한병, 초코바 2개, 육포 1봉지, 물 500CC 2병에 가벼운 겉옷 하나로 진행했습니다.

땀을 흘리지 않으려고 초반에 너무 여유를 부리고 후반엔 시간에 쫓겨 너무 내달렸습니다.

천왕봉에서 유평리까지는 다들 자세한 내용이 없이 지루하다는 말만 있어서 힘들지는 않은 줄 알았는데 무지 힘들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산행기의 뒤를 자세히 보지 않은 탓도 있겠죠?

유평리까지 내려오면서 바위길에서 두 번 넘어질뻔하고 흙길에서 한번 넘어지면서

진짜 두 번 다시 이런 미친 장거리 산행은 하지 않으리라 단단히 결심하였습니다.

그런데 형님들과 술 한잔 하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생각보다 멀쩡한 두 다리와 가벼운 몸에 하는 몹쓸 생각이 있었습니다.

“형들이 오지 않았으면 다시 거꾸로 걸어서 화엄사로 차를 가지러 갈 텐데… 괜히 형들을 오라고 했어….”

저 미친 거 맞죠???????

이정양_ 두 차례의 공무원 생활을 그만두고 지난해 와포햇살영농조합법인에서 연구부장으로 근무하며 중학교 텃밭교육 및 귀농인과 청년농업인 컨설팅을 했습니다. 종자기술사, 농화학기술사, 시설원예기술사 자격증과 천문지도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장아찌와 건나물을 판매하는 사회적기업 담우에서 전문인력으로 일합니다. (ljycby@daum.net)

Last modified: 2021-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