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서울시교육청 대변인실 주무관, 환경재료과학 08
코로나19로 인해 학교가 닫힌 지 반년이 넘었다. 10월 12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되며 10월 19일부터 2/3 밀집도 기준의 등교가 재개된다. 코로나와 함께하는 미래를 많은 학자들이 이야기 하기에, 우리가 생각했던 옛날의 온전한 모습의 학교는 영영 다시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학내 전파를 우려하며 학교를 열지 못하고 있다. 이 상태로 인해 발생하는 학력격차, 소외 등의 여러 부작용을 감수하고서라도 학교를 닫아야 하는지 의문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여러 지표가 격차를 말하고 있다. 상위권은 사적 케어를 받으며 학교에서 갖추어야 할 사회성을 희생하고 성적 향상에 올인하고 있다. 중위권은 사라졌다. 하위권은 학교에서 받아야 할 학습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며 방치되고 있다. 각종 사회지표가 양극화로 향하는 사회에서, 학력마저 양극화되고 있다. 학교의 부재로 인한 부작용이다.
다행히 학교가 오랜 기간 닫혀있었기에, 그리고 학내 방역은 교직원의 철저한 희생으로 수호하고 있기에, 아직까지 학내 학생 전파 사례는 거의 없다. 교직원 간의 전파 사례도 소수에 불과하다. 사회에서는 그 누구도 희생되서는 안 되기에 단 한건의 사례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한두 건의 사례만으로도 격렬하게 반응한다. 그로 인해 학교는 온전히 열리지 못하고 있다. 허나, 그런 완벽주의-순수주의가 우리를 상처 입히고 있지는 않는가 돌아보아야 한다.
모두가 아는바 대로, 면역체계는 완벽을 지향하지 않는다. 면역의 지향점은 항상성이다. 항상성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이 가진 특성으로, 평상시 자신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는 특성이다. 우리가 행하는 대부분의 생명현상이 이를 위해 행해진다. 생명현상의 하나인 면역의 결과는 질병을 무(無)화 시키는 데 있지 않다. 질병으로 인해 깨진 항상성을 되찾아 평상시로 되돌리는 데 있다. 익히 알려져 있듯 체내에는 많은 외부 물질이 있고, 인간은 외부 물질과 함께 살아간다.
신체도 유기적 시스템이라도 불리듯, 사회도 일종의 시스템이다. 사회 시스템도 동일하게 항상성을 지향하는 방향을 1차적 목표로 삼아야 한다. 코로나 발생0이라는 목표를 향해 희생되는 수많은 비용이 어떻게 정당화되는지 모르겠다. 치명률을 0에 수렴시킨다는 목표로만 수정해도 훨씬 더 많은 일상이 가능해질 것이다. 전 사회적 비용을 들여서 발생 그 자체를 없애버리려는 강박증적 행태가 옳은가 돌아보아야 한다.
세계적 확진자 현황을 비교를 해보아도, 우리나라 정도의 밀집도를 가진 국가들만 비교하더라도, 혹은 매년 유행하는 독감의 10만 명당 감염인구 수치와 비교하더라도, 다양한 일상성의 기준을 마련해볼 수 있다. 여타 다인구 국가들은 하루 확진자가 몇천 명~몇만 명씩 발생 중이다. 그 와중에도 일상을 이어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하루 발생 100명 내외의 한국은 어떠한가.
아이들로부터 학교를 빼앗은 2020년은 아이들의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는 평생 갚지 못할 빚을 지고 있는 걸 지도 모른다. 당장 돌아가지 못하더라도, 고민이라도 시작해야 한다.
김현수_ 농대 학회 ‘농학’에서 활동했으며 농대 부회장을 역임했다. 학부 졸업 후 교육학과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 과정을 마쳤다. 교육협동조합 아카데미쿱을 설립하여 활동하다가 현재는 서울시교육청 교육감 정책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다. (edukhs1@gmail.com)
Last modified: 2021-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