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3:59 오후 122호(2020.10)

살아가는 이야기
두가지 알바 이야기

이정양(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 산지조사팀 산지조사위원) 농학 86

석 달 반 동안의 무직자에서 9월 15일부터 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 본부장인 국승용 회원의 도움으로 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 본부 산지조사팀의 (고흥군)산지조사위원으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또 얼마나 지속할지 모르지만 일단은 나의 성정에 맞는 일인 것 같아 매우 만족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새로운 직업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고 이번에는 무직자로 지내던 중에 아내와 아이들이 예전에 했던 알바를 소개해주어 하게 된 알바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1. 고흥군 농어촌버스 교통량 조사

조사 책자 표지

재작년 2018년에는 아내와 둘째 아들이 함께 하고, 작년 2019년에는 둘째 아들과 막내딸이 함께 하였던 알바입니다, 아내는 작년부터 요양원에 근무하면서 따로 알바를 할 수가 없고, 막내딸도 문헌정보학과 4학년생으로 광주에 있는 무등도서관에서 올 1년간 꼬박 주말마다 알바를 하기 때문에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내가 남 주기 아깝다며 저를 꼬드겼습니다. 아내가 살짝 꼬드긴 것은 사실이지만 속으로는 제가 먼저 해보고 싶었던 일입니다. 시간당 8,590원의 돈을 받으면서 고흥군의 곳곳을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참 좋아 보였습니다.

둘째 아들은 작년과 재작년에 아무 문제없이 하였으나 올해에는 위기가 있었답니다. 원인은 코로나19! 수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여 예전에는 6월 중순이면 기말고사를 마치고 방학에 들어갔는데,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모든 일정이 밀려서 간신히 6월 26일 이전에 모든 시험을 마치고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이 알바의 선배님이신 둘째 아드님을 따라 사전 교육에도 참석하고 요령을 숙지한 후에 6월 26일 06시까지 고흥 버스터미널로 출근을 하였습니다. 둘째 아들은 첫차의 출발이 7시 30분인 관계로 저만 먼저 나가게 된 겁니다.

일정과 노선에 대해서만 교육을 받고 어떤 목적으로 하는지는 딱히 알려주지 않아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목적은 벽지노선 손실보상금 지급 산정자료로 활용하는 것 같습니다.

교통량 조사 관련 인터넷 검색 자료

자, 지도를 확대해서 고흥을 자세히 보시면서 여행 삼아 저랑 함께 고흥의 이곳저곳을 다녀 보실까요?

요령은 이렇습니다. 한 사람이 한 노선을 맡게 됩니다. 그 노선이라는 것은 어느 한 곳만을 반복해서 다니는 것이 아닙니다. 일단 버스 번호와 운전 기사님이 노선에 해당한다고 해야 할 겁니다. 예를 들면 홍길동 기사님의 1668번 버스가 그날의 노선이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조금 복잡하지만 제가 맡은 21번 노선은 6시에 고흥터미널을 출발하여 5월까지 근무했던 담우라는 회사가 있는 도화면을 지나 지죽도라는 섬으로 갔다가 고흥터미널로 되돌아옵니다. 잠시 쉬었다가 8시에는 와포햇살을 운영하는 신경남 회원이 살고 있는 두원면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옵니다. 그리고 조금 쉬었다가 녹동행이라는 행선지를 달고 10시에 녹동으로 갑니다. 여기에서는 고흥으로 바로 오지 않고 녹동터미널에서 다시 오지 또는 벽지로 두 번 정도 운행한 후에 14시쯤에 고흥터미널로 옵니다. 그리고 다시 여기저기를 지나서 벌교터미널로 갑니다. 벌교터미널에서도 동강면의 이곳저곳을 한번 헤집고 다니고 나서 벌교터미널에서 18시 40분에 출발하여 고흥터미널에 20시 30분에 되돌아와서 퇴근하게 됩니다.

첫날은 정신이 없어서 어떻게 보냈는지 잘 모르겠는데, 둘째 날부터는 이런 호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조금 일찍 나가면 기사님들이 아침 식사하는 곳에서 같이 밥을 먹고, 점심은 녹동 터미널에서 기사님과 같이 먹고, 저녁은 벌교터미널 근처 식당에서 먹었습니다.

시원한 바닷가를 달리고, 최근에 연륙 된 지죽도라는 아름다운 섬에도 들어가고, 녹동에 있는 장계산의 등산로 입구도 지나고, 벌교터미널에서는 쉬는 시간이 많아서 터미널 옆에 있는 조정래 작가님을 기념하는 태백산맥 문학관에도 가보았습니다.

남성보다 여성이 장수한다는 사실을 버스에서 느낍니다. 오일장날 버스에 타시는 분들이 대부분 할머니랍니다. 할아버지는 열 분 중에 두어 분 뿐입니다.

기사님들의 성향이 확연히 다름을 보면서 인간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되었습니다. 차 안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하여 핸드폰을 아령 들 듯이 운동을 하는 저를 보고 어떤 기사님은 참으로 부지런히 운동한다며 칭찬하시고, 심지어 당신까지 흥이 난다고 부러워하시는 기사님이 계신 반면에 어떤 기사님은 저의 행동을 보고 정신 사납다고 정중히 멈추어 줄 것을 요구하시는 분도 계셨답니다, 나의 사소한 행동이 어떤 사람을 즐겁게 할 수도 있고, 불안하고 불편하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재미있는 알바요, 멋진 여행이었습니다.

2. 2020년 전라남도‧고흥군 사회조사

두 번째 알바는 전라남도‧고흥군 사회조사 조사요원입니다. 이것은 지정된 주소지의 주택을 방문하여 그 주택에 거주하시는 분의 인적사항과 그 지역사회에 관한 복지, 안전 등에 관한 설문지를 작성하는 것입니다.

조사요원 모집 공고

조사요원들은 각각 3곳을 배정받고 그 3곳에서 각각 설문지 12건을 받아오면 되는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능력이 좋다면 누군가는 하루에 다 해버릴 수도 있고, 누군가는 기한 내에 다 하지 못하여 받기로 한 수당을 다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조사해야 할 지역은 복불복으로 배정이 되는데, 농촌지역이기는 하지만 실제 농사를 짓는 시골마을과 거주만 하는 읍내지역에 대한 선호도가 다릅니다. 읍내지역보다는 시골마을을 많이 선호합니다. 처음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다녀보니 확실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시골마을에서는 코로나 정국임에도 불구하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온 것 자체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은 반면에 읍내지역에서는 모르는 사람의 방문 자체를 귀찮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런 통계조사 알바의 대선배이신 아내의 도움을 받아 주말에 같이 조사를 다니기도 하고, 밤중에 운동하듯이 이 집 저 집 돌아다니면서 간신히 36개의 설문지를 기한 내에 제출할 수 있었습니다.

80만 원 정도의 수당을 지급받아 아내와 함께 소고기를 먹는 호사를 누리기도 하였고, 다음에는 또 어떤 알바를 하게 될지 기대하며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혹시 회원님들께서 색다른 알바 거리를 알고 계시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 다른 체험담을 올릴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이정양_ 두 차례의 공무원 생활을 그만두고 지난해 와포햇살영농조합법인에서 연구부장으로 근무하였고 중학교 텃밭교육 및 귀농인과 청년농업인 컨설팅을 했다. 종자기술사, 농화학기술사, 시설원예기술사 자격증과 천문지도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2020년 9월 15일부터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 산지조사위원으로 일하고있다. (ljycby@daum.net)

Last modified: 2021-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