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11:03 오전 122호(2020.10)

국회의원 보좌관의 하루
국정감사를 치르는 한 보좌진 이야기

김형근 국회의원 보좌관, 동물생명공학 05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국정감사가 중반을 지나고 있는 시점입니다. 국정감사는 헌법 제61조와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회가 정기회 회기 중의 법정 기간 동안, 행정부의 국정 수행이나 예산 집행 등 국정 전반에 관해 상임위원회별로 법정된 기관에 대해 실시하는 감사를 말합니다.

국감이라는 줄임말로도 불리는 국정감사는 법에 규정된 혹은 사전적 의미대로 행정부를 감시‧감독하고 견제하는 기능을 갖지만 국회의원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가장 큰 장이 되기도 합니다. 모든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300개의 의원실이 자신만의 독창적인 아이템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됩니다.

국감 아이템이라는 것은 매우 다양합니다. 제보나 내부고발을 통한 폭로, 시민들의 관심이 높은 분야에 대한 정부 정책의 허점 고발, 철저하게 데이터 중심으로 준비한 정책 비판, 여야가 자신의 정치적 입장에서 상대를 공격하는 정치적 메시지 등입니다.

이를 드러내는 방법도 여러 가지입니다. 쉽게 떠오르는 것이 PPT나 영상 등 시각자료 활용입니다. 지적하고자 하는 내용을 상징하는 판넬 등을 제작하기도 하고 의원의 복장 등을 바꾸기도 합니다. 언론에 노출되기 위해 기자들과 협의(거래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도 활발히 일어납니다.

보좌진의 입장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고민하는 것은 ‘어떻게 의원을 드러낼 것인가’입니다. 아무리 중요한 정책적 지적과 대안을 마련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의원을 통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의원의 인지도가 높고 언론에 자주 노출된다 하더라도 내용이 빈약하면 그 관심은 오래가기 어렵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충실히 준비된 내용을 최대한 쉽고 간결하게 포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빠른 곳은 여름휴가 시기부터 자료를 요구하며 아이템을 정리합니다.

저는 올해 처음으로 정의당 소속으로 국감을 치르고 있습니다. 행정안전위원회 역시 처음입니다. 이번 국감을 준비하며 저희 의원실에서는 컨셉을 먼저 정했습니다. 노동, 성평등, 안전, 정치기본권입니다.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 지자체를 상대로 공무직의 노동환경을 분석했습니다. 차별받고 있는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 제도의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공무원의 성비위 현황과 솜방망이 처벌을 지적하고 각 지방공기업의 유리천장을 드러냈습니다. 치안을 지키고 재난에서 시민들을 구하는 경찰관과 소방관의 열악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구성원의 정치기본권을 제한하는 공공기관 내부 규정을 조사했습니다. 이 외에도 많은 아이템이 있습니다.

규모가 작은 정당이다 보니 지적하고 싶은 내용은 많아도 물리적으로 모두를 소화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목표를 세우고 정확하게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질의를 준비하고 최대한 많은 언론에서 함께 다뤄주기를 기대하며 보도자료를 작성했습니다. 화려함은 다소 놓치더라도 묵직하고 깊이 있는 지적, 대안 마련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올해 국감은 이제 절반 가량 남았습니다. 주말 없이 출근해 매일같이 야근한 날도 어느덧 한 달이 훌쩍 넘어갑니다. 국감이 끝나면 정부에서 지적사항에 대해 개선방안을 마련해 국회에 보고합니다. 시민을 위한 작더라도 확실한 변화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끝날 때까지 노력해야겠습니다.

김형근_ 문예패 들풀 패장, 08년 농대 부회장을 했다. 졸업 후 청년들의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에서 활동하다 군대를 다녀온 후 정치발전소에서 사무국장을 지냈다. 지금은 정의당 이은주 의원실에서 보좌진으로 일하고 있다.(klj1412@gmail.com)

Last modified: 2021-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