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5:20 오후 126호(2021.10)

김상진 영화 제작기 9

다큐멘터리 영화<1975.김상진>은 현재 진행형

안병권 이야기농업연구소장, 농생물 79

영화 오징어 게임이 요즘 넷플릭스에서 대세다. BTS부터 영화 기생충, 미나리에 이어 오징어 게임까지 한국문화가 더 이상 변방이 아님을 보여준다. 한국인들의 사물을 대하는 방식이 제철을 만난게 아닌가 싶다.

작년 초 코로나 펜데믹 이후 여전히 상황은 불투명하다. 거리 두기 및 인원수 제한으로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의 삶결에 깊은 생채기가 나고 있다. 또 다른 장면이지만 영화나 문화예술분야 사람들도 애를 먹는다. 김상진 다큐영화 제작자인 나도 애로사항이 많다.

그러다보니 “김상진영화 어디까지 됐나요?”에서 “김상진영화 진행은 하고 있는건가요?”로 질문이 바뀌었다.

그때 그 자리

코로나가 좀 뜸해져서 몇 가지 제한이 풀릴까 기대가 되는 순간 제작진은 일정을 논의하고 실행 준비를 마친다. 그러면 다시 상황이 엄중해져서 옴짝달싹 못하게 된다. 금년 초,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는 듯했다. 제작회의에서 7월이면 내부 1차 시사회가 가능하지 싶었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감염자 수가 1천 명을 넘더니 요즘은 2천 명 이상 수준이다. 이렇게 몇 번을 거듭 반복이다. 그러다 보니 제작진 심정도 허탈하다. 성원을 보내준 여러분들에게도 무어라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겸연쩍다.

김상진영화는 진행 중이다.

영화<1975.김상진>은 다큐와 미디어 자료(영상, 사진)와 드라마(재연)로 이루어진 다큐멘터리다. 2019년 겨울과 2020년 봄까지 오둘둘멤버들과 남겨진 사람들의 인터뷰, 2020년 가을과 겨울에는 ‘이어지는 김상진(나비효과)’ 콘셉트로 서울, 부안, 수원에서 거리 및 스케치 촬영을 실행했다. 영화 전체 촬영 물량으로 보면 60% 정도 진행했다. 남은 부분은 ‘열사의 살아생전’이다.

오둘둘 회원들

그러던 중 작년 7월, 오둘둘의 멤버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갑작스레 돌아가셨다. 많은 시민들에게 충격이 컸지만 김상진 영화 제작진에게도 말할 나위 없었다. 시장님 조카와 세대를 건너 이어가는 ‘김상진의 흔적’을 찾기 위한 인터뷰 일정을 논의 중이었다. 망연자실이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대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가을에 서울과 부안에서 ‘김상진의 죽음, 그리고 나비효과’ 콘셉트로 심층 스케치 촬영을 진행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실사 촬영을 진행하려면 주·조연배우들 40여 명, 촬영·무대·의상등 스탭진들이 수원캠퍼스, 순천드라마 세트장등 서너 곳의 촬영 현장에서 작업해야한다. 세트장은 미리 다 답사를 마친 상태다. 머릿속으로는 세팅을 해놓았다. 아무리 줄여 잡아도 4~5일 정도 걸리는 일정이다. 이후 후반부 작업(CG, 음악, 편집)을 거쳐 1차 시사회(내부)를 갖는다. 그 자리에서 작품을 본 분들의 의견을 취합·보완·수정하여 마무리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코로나는 여전하고 오히려 악화일로다.

지금 상황에서는 열사의 ‘살아생전과 수원캠퍼스와 마지막 순간’까지를 실사 촬영으로 진행하기 어렵다. 코로나 상황이 언제 풀릴지도 모르고, 적잖게 들어갈 제작비도 현재로선 쉽지가 않다.

뭔가 다른 방법은 없을까?

그러다가 넷플릭스에서 몇 가지 영화(장르가 다른)들을 보다가 무릎을 탁 쳤다. “저거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코로나 상황과 상관없이 우리들의 생각을 펼칠 수 있는 방법이 눈에 보였다. 좀 ‘진화한 애니메이션’이다.

단순 만화가 아니라 성우의 내레이션이 연기와 함께 반영되는 방식이다.

보통 일반 영화가 24 프레임인데 4~5 프레임으로 장면이 표현된다. 탁, 탁 끊어지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더빙이 들어가면서 부자연스럽지 않다.

독재자를 다룬 영화 1918 컷

#제작 개요

1. 프롤로그

경기 상상캠퍼스_스케치

행복한 시민들의 모습

김상진열사 의거 게시판 앞

하루를 온전히 내 의지대로 누리며 사는 것

어쩌면 특별할 것도 없이 당연한 거겠지만

이런 당연한 것이 당연한 게 아닌,

마치 닿을 수 없는 희망으로만 여겨질 때가 있었습니다.

특히 그 시절에는 말이죠

딸 아빠, 누구야?

아빠 (그냥 미소 짓고 김상진 사진을 바라본다)

2. 순수 청년 김상진_애니메이션

입학, 주점, 자취방, 빵집, 축산농가 농활, 캠퍼스(시위, 할복 직후)

3. 야만의 시대 70년대. 김상진, 누가 그를 죽였는가?_갈등의 연속_애니메이션, 자료화면

한얼 동아리방, 푸른 여관, 70년대 영상자료, 주점, 자취방, 군 연병장, 내무반, 병에 걸린 문 이병이 안타까운, 약값 건네주는 김상진, 70년대 학교자료+선거운동

4. 생각을 거부당한 병정놀이_애니메이션+자료화면

유신헌법 공표, 군부대, 내무반, 부정투표, 긴급조치 1~4호

5. 이념 & 취업의 갈림길에서_애니메이션+자료화면

농대 캠퍼스, 동아리방, 인혁당사건

6. 마지막 봄날의 하루_애니메이션

데이트, 농대 축사, 거리, 자취방 앞

7. 청년의 외침, 하늘에 닿다_애니메이션+자료화면

농대 캠퍼스, 집회 시작, 동아리방, 캠퍼스 집회

8. 김상진, 죽음을 각오하다_애니메이션+자료화면

강의실, 거리(데이트), 포항 거리(어머니와 통화), 농대 축사, 자취방(집회 준비), 할복 결심, 농대 시위현장, 양심선언문 낭독, 할복 상황, 할복 이후

9. 상진의 죽음, 그리고 나비효과_애니메이션+나비효과

긴박한 강의실, 집회 촉구하는 김상진, 교문 앞 상황, 복사집, 거리(육성테이프 전달), 명동성당, CBS 방송국

양심선언문(대한뉴스 자료)

캠퍼스 강의실_끌려가는 학생들, 양심선언문 배포, 휴교 및 학생 구속, 추도식 및 긴급조치 9호

10. 청년 민주주의 2막, 또 다른 시작(오둘둘)_다큐멘터리+자료화면

관악캠퍼스, 추모제 준비, 아크로폴리스, 추모제 시작, 시위 참가하는 박원순, 추모제(대한 뉴스, 신문사진)

오둘둘 모임(강의실), 오둘둘 모임(추모비), 오둘둘 회원들 머리 위로 나비 한 마리

박정희 사망. 5.18, 1987_자료화면(대한 뉴스)

11. 이 시대의 김상진, 이들이 바라는 것은 국민이 직접 판을 짜는 사회_다큐멘터리+자료화면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 치유 수업, 종로 경찰서 앞, 연성수 사무실

12. 이 시대의 김상진, 이들이 바라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고 어우러지는 사회_다큐멘터리+자료화면

부안 이준희 집(30년 만의 재회), 오건 이준희 부부_자료화면, 부안묘소 앞(김창순과 이준희), 이준희 손님들과 미팅(김창순), 옛이야기(부안 사람들)

5.18광주, 87년 6월투쟁+자료화면

서울공원_이제는 손녀와

공원 철길_이제는 손녀와

13. 이 시대의 김상진_세대를 넘어_다큐 인터뷰

안상훈 추가 촬영_서울시의회 입법조사관_안병권 아들

14. 에필로그

촛불집회, 노란 나비 한 마리_자료화면+CG

거리_지금 조봉환 생각_자료화면+다큐

수원캠퍼스_상진+여자아이

수원캠퍼스_지금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 훨훨 날아다니는 노란 나비

# 공통 작업

1. 후반 음향 작업(음향, 성우더빙, 녹음실)

2. 음악 저작권 비용 처리

3. 성우(남1_내레이션+연기, 남2_연기, 여_연기)

4. 후반 그래픽 작업

5. 영화 등급 심사

6. 기타 진행

# 자료화면 구입

-대한 뉴스 자료는 평균 1분 30초

-69년 3선개헌

-70년 전태일열사 분신

-70년 선거

-70년대 군인

-유신헌법 공표

-긴급조치 1호, 4호

-인혁당 사건

-70년대 대학생 시위

-긴급조치 8호

-박정희 사망

-5.18민주화운동

-87년 6월항쟁

-촛불집회

-기타

총 약 100초, 영상 15~20개

이상이 김상진 다큐 영화 제작 진행상황 및 앞으로 할 일이다.

1차 제작비 3천만 원은 오마이컴퍼니 크라우드펀딩과 김기사 회원들의 후원으로 충당했다. 2차 제작비(약 4천만 원)는 자료 영상을 만들고 스토리텔링 과정을 거쳐 2차 펀딩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영화는 올가을 분발해서 1차 시사회를 금년내에 늦어도 내년 초에는 세상에 선보일 예정이다.

다큐영화를 만들면서 코로나로 다소 늦어졌지만 ‘김상진열사와 남겨진 사람들의 실록(實錄)’이라는 의미도 있으니 다부지게 끌고 가리라 마음먹는다. 자료는 꼼꼼하게 꾸려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생각이다. 훗날 우리 말고 다른 누군가가 또 다른 시선으로 김상진을 이야기하려고 할 때 밑자료로 요긴하게 쓰이도록 말이다.

열사와 함께했던 분들의 생생한 육성자료와 생각들이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하고 절실하다. 그분들의 연배가 높아가는 만큼…. 지금, 이때가 아니면 기록으로 남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민훈장 모란장

시대가 열사에게 바치는 역사의 무게, 국민훈장

올해 남은 촬영으로는 가을에는 열사가 받으신 훈장을 이천 묘역에 올려드리는 장면이다.

국민훈장은 시대가 열사에게 바치는 역사의 무게를 속성 값으로 갖는다. 어쩌면 영화의 최종 지향점일 수도 있겠다. 이 땅에 민주주의가 도래하는 날, 저 지하에서 뜨거운 갈채를 보낼 거란 열사의 외침에 시대가 화답하는 것이다.

민주 누리길 체험 프로그램

내년 초 다시 이 나라는 운명을 가를 한판 승부가 펼쳐진다. 물론 그 이후에도 열사가 온 삶을 바쳐 디자인했던 세상이 현실적으로 손에 잡히듯 다가올 것이다. 이때에도 김상진의 노랑나비는 훨훨 날아다닐 것이다. 우리들의 마음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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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권_ 이야기농업연구소장, 농생물 79, 인문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농민들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으로 홍보하는 것을 돕는 ‘이야기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2007년 『도시와 통하는 농촌 쇼핑몰 만들기』, 2011년 『이야기 농업』, 2015년 『스토리두잉』 등 세 권의 책을 펴냈다. (ecenter@naver.com)

Last modified: 2022-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