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하지만 소중한 모임들
김수현 청년협동조합 밥꿈 대표, 농경제사회학부 08
이제는 코로나가 일상이 되어 외출을 할 때면 마스크를 끼고, 음식점에 갈 때마다 출입명부를 등록하고 밤 10시가 넘으면 가게들이 문을 닫는 것이 어느덧 당연해졌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을 모아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행사를 기획하는 청년 협동조합으로서 모임에 여러 제약이 생기는 것은 여전히 익숙해질 수 없는 큰 어려움입니다. 많은 모임을 비대면으로 전환하지만 그래도 서로 만나야만 할 수 있는 일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만남과 경험이 주는 예상하지 못한 기회와 배움, 즐거움을 만들기 위해 어려움 속에서도 동분서주하며 여러 모임을 기획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소소한 원데이 클래스를 개설했습니다. 주변에 전문가 수준은 아니지만 남들보다는 조금 더 잘하는 취미를 가진 청년들을 수소문해 강사로 모았습니다. 학창 시절 마술사가 꿈이었고 지금도 취미로 마술을 공부하고 있는 청년을 섭외해 간단한 동전마술과 카드마술을 배울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를 만들었습니다. 만들기를 좋아하는 청년은 자개 모빌 만들기를 가르쳐주고, 2년 동안 눈물겨운 노력 끝에 빼빼 마른 멸치에서 근육을 잔뜩 키운 친구는 본인의 경험담과 노하우를 나눴습니다. 대단히 전문적인 능력은 아니지만 그래서 더 취미로 가볍게 접근하기에 좋았습니다. 강의를 진행한 친구들도 본인이 누구를 가르쳐줄 수 있고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책임감을 가지고 준비해서 강사와 수강생 모두 만족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한살림과 협업하여 영양상태가 불균형한 1인가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 현직자와 취준생을 멘토-멘티로 연결해주는 프로그램 등 다양한 사업들을 준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들은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니고 많은 곳에서 훨씬 더 다양하고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청년센터가 있는 지자체들은 청년센터에서 충분한 사업비를 가지고 진행합니다. 하지만 저희가 활동하는 진주시에는 이런 기반이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다른 곳에서는 공공연히 하는 일들을 저희 협동조합에서 사비로 또는 약간의 지원금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청년문제, 지방과 수도권의 격차 등을 다루는 이야기들 중 대부분은 경제적인 문제, 일자리를 핵심적인 문제로 지적합니다. 물론 일자리 문제가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고 수도권으로 몰리게 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인 것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일자리 정책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청년정책’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하지만 애초에 ‘청년정책’만으로 지방에 수도권만한 기회와 일자리들을 만들 수 없는 이상 문제는 계속될 것입니다.
저희는 어떻게 하면 사소하더라도 지금 지역에, 진주에 살고 있는 친구들이 즐겁게 살 수 있을지, 그들에게 도움이 될 프로그램은 무엇인지를 고민하며 모임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당장에 이러한 모임들이 어떠한 실효를 만들어내는지 수치로 보이기는 어렵지만 ‘우리는 이런 활동이 풍부한 동네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조합원들과 함께 오늘도 다음에는 어떤 모임을 만들지 고민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사진 1. 자개 모빌 만들기 클래스 운영 사진
사진 2. 마술 클래스 운영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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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_ 농경제사회학부 08학번. 청년협동조합 밥꿈 대표. 뭘 하면 좋을까 새로운 꿍꿍이에 골몰하며 내성적인 주제에 계속 사람들을 모으고 커뮤니티, 공동체를 꿈꿉니다. 청년, 사회적 경제, 지역, 마을자치 오만가지 관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Last modified: 2022-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