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2:44 오후 125호(2021.07)

초보 정책가 일기
공수처 1호 사건과 선후배들께 드리는 당부

공수처 1호 사건과 선후배들께 드리는 당부

김현수 서울시교육청 교육감 정책보좌관, 환경재료과학 08

조희연 교육감이 공수처의 1호 수사대상이 되었다. 왜 이 건이 1호가 되었을까? 선정 이유에 대해 무수한 추측이 난무하나, 정황증거 이외에 뭔가 똑 부러지는 설명력을 갖는 해석은 세간에 없다. 공수처 내부에서만 알 일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1호 수사대상이라는 결과뿐이다. 그 결과는, 서울과 부산시장이 보궐선거로 보수진영에 넘어간 상황을 넘어 가장 큰 상징성을 가진 진보교육감 마저 위태롭게 만드는 파급효과를 낳았다. 실체적 진실은 대중에게 전달되지 못하였고, 상징적 오명만 잔뜩 뒤집어썼다. 이 상황에서 진보진영은 재집권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공수처는 경찰-군 정보기관-검찰간의 파워게임으로 표상되는 수사기관 권력 변천사에서 최신판으로 출범한 기관이다. 일제와 미군정을 거쳐 경찰권력이 비대하던 시절이 있었고, 군사정권 속 군 정보기관이 압도적인 시절이 있었다. 87년 민주화 이후의 최종 승자는 검찰이었다. 이후 30년 넘게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한 최종 승자로서 군림해왔다. 독점은 병폐를 낳았고, 촛불시민들은 다음 시대를 요구했다. 그 염원 속, 공수처가 출범했다.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표적수사’, ‘별건수사’가 무리한 수사관행을 낳았고 검찰불신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이를 ‘잘못된 수사관행’이라 언급하며 공수처의 수사관행 확립이 검찰을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 단언했다. 모든 시민이 그런 상황을 바라지만, 현재 우리 앞에 놓인 상황은 우려를 금할 수 없게 만든다.

제어장치 없는 검찰 권력을 제어할 유일한 외부 수단. 그 기능에 충실하길 기대했던 시민들의 바람은, 1호 수사 선정으로 산산조각 났다. 소위 ‘우리 편’인 검찰을 먼저 때릴 수 없기에 희생양이 된 만만해 보이는 대상이라는 세간의 평가가 자뭇 슬프게 다가온다. 공수처는 담담히 이야기할거다. 그저, 우리가 출범했고, 수사대상이 있었을 뿐이라고. 함께 땀 흘리던 촛불시민들이 얼마나 이 이야기에 공감할지와는 상관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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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적 진실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는 동력을 쉬이 받지 못하고 있다. 무조건적으로 강요된 교원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도그마 속, 아이들을 위해 조금 더 나은 교육환경을 만들어 보겠다 노력하던 교원들이 교단을 빼앗겼다. 사면복권되고, 공무담임권이 회복한 그들의 교권을 다시 회복시켜달라는 공적 민원이 쇄도했다. 법적으로 정해진 절차를 따라 “교육양극화 해소, 특권교육 폐지 및 교원의 권익 확대 등 공적 가치 실현에 기여한 자”를 공개적으로 심사하여 채용했다. 이 과정 어디에도 공수처 1호 수사 대상이 되어야 하는 당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교원의 정치적 중립은 ILO 핵심협약 비준을 통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개념이 되었다. 권리를 다 회복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당시 처벌의 기준이 되었던 조항마저 사라졌다. 이들의 적법한 절차를 거친 권리 회복에 더 이상 의문 삼을 내용은 없다. 세상이 조금씩 나아가고 있음에도, 권력자들의 시계는 여전히 과거만을 바라보며 내일로의 행진을 가로막는데 여념이 없다. 여전히 나아가지 못한, 구태를 치워내고, 법과 제도를 정비해서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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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참고인 조사가 마무리되고, 교육감 본인이 출두할 차례가 다가온다. 당연히 무혐의를 소명할 것이고, 공수처도 불기소 처분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와중에 이미 뒤집어쓴 오명은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가.

결국, 선후배 시민들이 한번 더 나서 주셔야 할 수밖에 없다. 적법했음을 알리고, 아무런 혐의가 없으며, 우리는 진보교육을 향해 더 가열차게 나아가야 한다고. 그리 외치는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도록 한 분 한 분 목소리를 모아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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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_ 농대 학회 ‘농학’에서 활동했으며 농대 부회장을 역임했다. 학부 졸업 후 교육학과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 과정을 마쳤다. 교육협동조합 아카데미쿱을 설립하여 활동하다가 현재는 서울시교육청 교육감 정책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다. (edukhs1@gmail.com)

Last modified: 2022-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