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한 단어로 기억될 지긋지긋했던 2020년이 드디어 끝났다. 2021년 백신이 도입되어 연말 즈음이 되면 코로나 시대가 끝나리라는 장밋빛 기대가 설렘을 준다. 여전히 사태의 한 복판이지만, 만성화된 여러 증상들이 보내는 신호가 사회의 폐부 곳곳에서 신음하고 있다. 보이는 족족 대처하지 않으면, 어디서 곪아 터질지 모른다.
그중, 교육계에서 가장 큰 이슈는 돌봄의 영역에서 발견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등교가 사라지면서 가정의 양극화가 그대로 아이들의 성적으로 전이되었다. 학교가 비어버린 자리에 사적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상위권은 평소의 학력을 유지했다. 반면, 학교 이외의 어떠한 돌봄도 기대하기 힘들었던 중위권과 하위권의 학력은 곤두박질쳤다.
이제 점점 사회 각 분야에서 2020년에 대한 진단이 나올 것이다. 교육계에서도 앞으로 나올 실증 연구들이 더 극명하게 그 결과를 내보일 것이다. 하지만, 돌봄의 양극화와 학력 양극화는 비단 오늘만의 문제는 아니다. 코로나가 그 결과를 더 극명하게 드러냈을 뿐이다.
OECD에서 시행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의 2018년 평가에서 최하등급 학생의 비율이 15%까지 증가했다. 2009년 7%였던 비율이 2배 넘게 급증한 것이다. 코로나 이전부터 양극화 추세를 보이고 있던 것이다. 중간층의 상실, 학력 양극화의 가장 큰 원인은 단연코 사회의 양극화일 것이다.
허나, 사회 양극화 지표에 비해 학력 양극화 지표는 곧바로 따라가지 않았다.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의 경제적 사건으로 부각된 소득-자산 양극화에 비해 학력 양극화 지표는 최근에서야 심각하게 보고되고 있다. 그 시간 차이는 어떻게 설명되어야 할까.
학문적으로는 다변화된 사회에서 일률적으로 주어지던 학교의 사회적 책무가 약해졌고, 기존의 단순한 처방으로는 더 이상 대처하기 힘들 정도로 사회적 병폐가 복잡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를 비롯해 여러 연구가 있으나, 심정적으로 제일 설득력 있는 담론은 슬프게도 체벌론이다. 한국의 ‘악습’이었던 체벌로 인해, 강제로 중하위층의 성적을 위로 끌어올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적어도 ‘최소한의’ 학력을 보장하는 ‘편한’ 도구였던 체벌의 부재는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을 것이다.
과연 체벌이 사라진 자리의 학교는 무사한가. 당연하게도, 체벌을 부활해야 한다는 소리를 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우리가 악마화했던 체벌이 가지고 있던 ‘책무’와 ‘책임’의 자리에 지금 무엇이 자리하고 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편한’ 도구를 버린 자리에는 ‘불편한’ 도구가 대체되어야 한다. 우리 모두의 보편 인권을 위해 ‘불편한’ 길로 가자고 합의된 것 아닌가.
안타까운 것은, 기존의 투쟁이 선과 악의 대결구도로 이뤄졌다는 데 있다. 악한 체벌을 몰아내는데 모든 총력을 기울였다. 구시대의 유산을 없애는데 모두가 힘을 모았다. 그 결과 책임도 함께 사라졌고, 학교에 남은 것은 무관심과 방치뿐이다. 학교는 우리 아이들의 학력을 책임질 준비가 언제쯤 될까.
아이들을 함께 잘 키우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교사들이 모인 교원단체들은 이러한 상황에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은 2019년 모든 아이들의 기초학력을 책임지기 위해 진단평가를 도입하고자 했다. 진보적 교육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그들은 일제고사의 트라우마가 남아있다고 했다. 아이들을 다른 방법으로 줄 세우지 말라며 교육청을 점거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결국 타협 끝에 일률적 진단은 폐기했다. 여전히 책임을 방기 하는 학교가 남아있을 뿐이다.
교원단체들은 늘 교원들의 부담감을 이야기한다. ‘막대한’ 행정업무의 틈바구니 속에 교육의 본질이 사라져 간다고 한다. 꽤나 오래전부터 교육청의 제 1목표는 어떠한 교육을 펼쳐나가겠다는 다짐이 아닌, 교원의 행정업무를 줄여주겠다는 선언이 되었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은 매년 정책사업을 줄이고 공문을 축소하여 5년 전에 비해 50%가 넘는 공문량을 감소시켰다. 그러면, 그곳에서 해방된 교사들의 수업은 50%만큼 좋아졌는가?
실제로 그렇게 느끼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여전히 교원단체는 불필요한 행정업무 감소라는 허수아비만을 때리고 있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기초학력을 책임지겠다는 다짐조차 내세우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길러내겠다는 교육적 목표를 제시하는 교원의 목소리는 온데간데없다. 학교의 책임이 빈자리는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 코로나의 끝물이 다가옴에 있어 고민이 더 깊어진다.
김현수_ 농대 학회 ‘농학’에서 활동했으며 농대 부회장을 역임했다. 학부 졸업 후 교육학과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 과정을 마쳤다. 교육협동조합 아카데미쿱을 설립하여 활동하다가 현재는 서울시교육청 교육감 정책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다. (edukhs1@gmail.com)
Last modified: 2021-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