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9:40 오전 123호(2021.01)

뉴스는 반만 믿어라
새해부터는 뉴스를 검색해서 보자!

최근 경기도교육연구원 소속 연구자들이 흥미로운 조사를 했다. 경기도 중고등학생들에게 가짜뉴스를 보여준 뒤 그게 가짜뉴스라는 걸 알아차리는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본 거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뭔가 이상하다며 가짜뉴스를 의심한 청소년은 25%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연구자들이 보여준 가짜뉴스를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이런 내용들이었다.

– 정부가 북한에 쌀과 휘발유를 지원해서 우리의 쌀값 휘발윳값이 폭등했다.

– 북한에서 국민연금 800조 중 200조를 요구했다.

– 정부가 마스크가 부족한데도 북한에 하루 100만 장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세 가지 모두 팩트체크 결과 말도 안 되는 가짜뉴스로 판명난 것들이다. 그러나 조사에 응한 청소년의 75%는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그중 다수는 북한과 우리 정부, 통일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이들이 멍청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아니다. 절반이 넘는 조사대상 청소년들이 사전조사에서 ‘나는 어느 정도 가짜뉴스를 구분할 수 있다’고 답했었다. 조사대상의 대부분은 가짜뉴스를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었다. 그런데 저렇게 당한 거다. 가짜뉴스가 갈수록 세지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북한에서 국민연금 800조 중 200조를 요구했다’는 터무니없는 내용을 내가 말하면 금방 티가 나겠지만, 전직 국회의원이라거나 3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가 아주 확신에 찬 어조로 귀에 쏙 들어오게 말한다면,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 보면 볼수록 그럴듯한 뉴스가 된다는 말이다.

어른도 예외일 수 없다. 울릉도 소금이 코로나에 좋다거나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전시회가 끝나면 바로 거리두기 3단계로 올릴 거라는 유언비어들이 SNS를 통해 확산된다. 병원 처방이 없으면 구할 수도 없는 말라리아 약 ‘클로로퀸’이 코로나19에 특효라는 말에 속아 약국 가서 클로로퀸을 찾기도 한다. 알고 보니 자신이 미국 FDA에서 일한 의학박사라고 주장하는 유튜버가 시리즈로 방송하고 있었다.

신문과 방송 뉴스들은 더 교묘하다. 다른 나라는 줄줄이 백신 확보를 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뭐 하고 있는 거냐고 빨리 화이자 백신부터 확보하라고 난리 쳤다.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 상태에서 보관 유통돼야 하는 형태로, 적절한 보급체계를 갖추지 못한 채 접종부터 시작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현재 크고 작은 돌발변수에 접종 속도를 늦추고 있다. 인류가 백신에 대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다는 백신 전문가들의 말도, 화이자와 모더나가 사용한 mRNA 백신이라는 형태는 지금까지 한 번도 상용화되어본 적 없는 방식이라는 과학적 사실도 우리 언론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통령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선언을 하자 며칠 뒤 ‘재생에너지를 4배 늘리려면 여의도 땅의 170배만큼의 땅이 필요하기에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는 원전이 답’이라는 조선일보 기사가 나온다. 이를 야당 국회의원이 받아 공론화시킨다.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뉴스다. 정부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딱 지금 ‘골프장’만큼의 면적만 있으면 되며 그나마 건물 지붕이나 벽면, 주차장, 도로변을 활용하거나 저수지 같은 수상 면적을 주로 활용하려는 계획이다. 태양광 수출기업인 한화의 팩트체크 자료가 조선일보 칼럼보다 정확한 현실이다. 이러니 영국 옥스퍼드 대학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표한 언론 신뢰도에서 우리나라는 40개 나라 중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4년 연속으로.

이런 미디어 환경 속에서 우리는,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가짜뉴스를 구분하는 ‘분별력’을 갖출 수 있을까? 법도 중요하고 교육도 중요하지만 나는 우리가 평소 뉴스를 보는 ‘습관’에서 답을 찾고자 한다.

몇 해 전 택시를 탔을 때의 일이다. 나이 지긋하신 기사님은 내가 타자마자 대통령 욕을 줄기차게 하신다. 그런데 가만히 듣자 하니 사실관계들이 잘못된 이야기를 하고 계셨다. 당시 나는 시사프로그램을 맡아 하루 서너 개의 팩트체크를 할 때였는데 마침 내가 확인한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틀리고 계셨다. 딱 걸렸다. 차분하게 이러저러해서 잘못된 팩트인 것 같다고 말씀드린 뒤, 저도 언론 밥 먹고 사는데 조선일보를 보시든 JTBC나 한겨레를 보시든 뉴스는 반만 믿으시고 나머지 절반은 직접 검색해서 판단하시는 게 뇌 건강에도 좋고 가짜뉴스에 현혹돼 돈 날릴 일도 없을 거라고 조언드렸다. 그랬더니 기사님께서는 ‘안 그래도 자식들이 집에 오면 맨날 뉴스 때문에 싸운다’며 ‘애들은 JTBC만 보라고 하는데 자신은 영 맘에 안 든다’고 속을 활짝 여셨다. 나는 맞다고 맞장구를 쳐드리며 JTBC도 반만 믿고 TV조선도 반만 믿고 제 말도 반만 믿고 관심사항은 직접 검색해서 찾아보시면 세상을 보는 힘이 생기는 것 같더라고 말씀드렸다. 기사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들으시더니 목적지에 다 와갈 무렵 갑자기 내게 질문을 던지셨다.

“근데 아까 말한 뉴스 검색하는 방법 말이요. 그거 어떻게 하는 거요? 나도 집에서 한번 해보려고….”

나 자신도 놀랐다. 이렇게 교육 효과가 바로 나타날 줄이야…. 사실 뉴스 검색은 아주 간단해서 딱히 설명할 것도 없지만 그래도 성의껏 휴대폰을 꺼내 직접 보여드렸다. 휴대폰을 열면 그냥 네모난 검색창 하나만 뜨는 ‘구글’ 검색 방법을…. 내가 뉴스를 검색해서 찾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하루 뉴스 보는 양을 최소한으로 줄인다. 조간신문 → 포털뉴스 → 저녁뉴스로 이어지는 뉴스 소비는 너무 과하다. 과하면서도 정작 필요한 부분은 부족하다. 과감한 다이어트. 그러면 짜증도 안 나고 세상이 궁금해진다.

2. 트렌드를 읽고 싶다면 네이버 뉴스 콘텐츠 서비스를 이용한다. 내가 고른 몇 개 언론사의 메인뉴스들만 한 화면에 모아볼 수 있다. 한 언론사 당 4개의 뉴스가 올라온다. 한 줄에 하나씩 딱 4줄, 4개 언론사면 16줄만 읽으면 된다. 5분 소요.

3. 대화를 하거나 살면서 궁금해지는 부분이 꼭 생긴다. 그때 검색창을 두드린다. 아무 검색어든 좋다. 주르륵 한 주제에 대한 다양한 뉴스가 뜬다. 제목만 봐도 흐름을 알 수 있고 부족하면 블로그나 기타 글을 봐도 좋다. 읽다 보면 더 검색하게 된다. 재미있고 신기하니까. 그렇게 검색해서 쌓이는 지식은 모두 우리 머리에 콱콱 박힌다. 언제든 쓸 수 있는 교양이 된다. 마치 패키지여행으로 다녀온 것은 사진 빼고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데 자유여행은 몇 년이 지나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처럼, 검색의 참다운 성과는 결과보다 과정에 있다.

4. 더 중요하거나 알쏭달쏭한 사안이 있다면 외신기사를 검색해본다. 구글번역 기능이 갈수록 좋아져서 읽는데 지장 없다. 미국의 NPR, 뉴욕타임스, 영국의 BBC, 가디언…. 특히 가디언지를 추천한다. 너무 재미있어서 돈 내고 구독하고 싶다. 특히 요즘에는 코로나19, 기후위기 등 전 지구적인 이슈들이 많기에 남의 뉴스가 남의 뉴스가 아니다. 싱크로율 70% 이상.

어떤 분은 ‘먹고살기 바쁜데 어느 시간에 그 많은 뉴스를 검색해서 보느냐’고 반문하실지 모른다. 그러면 난 이렇게 묻는다. 왜 그 많은 뉴스를 다 봐야 하죠?

뉴스는 불멸의 진리가 아니라 그저 세상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다. 이야기는 전하는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러하기에 이제부터 이야기를 보는 게임의 룰은 우리가 정한다. 다음이나 네이버나 조선일보나 SBS가 정하는 게 아니라 바로 내가 정한다. 그렇게 뉴스를 찾아서 읽는 ‘검색형 인간’들이 전 국민의 절반 정도만 된다면 그 때는 언론개혁이 가능할 것이다. 작지만 야무지게 기사 쓰는 언론사도 먹고살 것이고 덩치만 크고 개떡같이 쓰는 언론은 망할 것이다. 새해에는 뉴스 읽기의 ‘주인’으로 우뚝 서보자.

노광준 _ 농화학과 토양학 실험실에서 흙을 파던중 BBC같은 농업전문방송을 꿈꾸며 방송에 입문, KBS TV 구성작가와 경기방송 PD를 거쳐 유튜브 기획제작자로 일하고 있다. 경기방송 PD로 재직당시 ‘현장의정포커스 – 쌍용자동차 사태 이후 대책편’으로 제38회 한국방송대상 지역시사보도제작(라디오) 부문 작품상 수상했다.

Last modified: 2021-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