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11:32 오후 123호(2021.01)

청년, 미래를 꿈꾸다
코로나 시대의 일상을 돌아보며

코로나와 함께 보냈던 2020년이 지나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힘들었던 한해였습니다. 2020년은 없었던 걸로 하자는 글도 sns에서 종종 보입니다. 청년들은 더더욱 힘들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20학번은 미개봉 중고’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새내기 시절의 ‘과방’ ‘동아리’ ‘엠티’ ‘축제’ 그 무엇도 20학번은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겠지요. 취업준비생에게는 그런 낭만의 부재 정도가 아니라 절박한 생존의 문제였습니다. 많은 시험들이 연기되기도 하고 채용 자체가 줄어들었습니다. 2020년 10월 기준 취업자 수는 2019년 10월과 비교해서 42만 1000명이 감소했다고 합니다. 새해가 밝은 지금, 그 42만 1000명 중 몇 명이나 취업을 했을까요. 취업을 못했다면 그들은 어떤 일상을 살고 있을까요.

저 역시 지역에서 커뮤니티 활동을 주로 하다 보니 많은 일들이 축소되거나 아예 취소되었습니다. 코로나가 조금 진정되어 사업을 계획하면 다시 전보다 심한 확산세가 퍼져 취소하고, 다시 수정된 계획을 세우는 일의 반복이었습니다. 활동가, 프리랜서, 협동조합 대표와 같은 정체성을 가진 저는 각종 지원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 모임공간으로 활용하고자 구한 사무실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월세만 꼬박꼬박 빠져나갑니다.

그렇지만 나쁜 일만 있었던 한 해는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미혼에서 기혼으로 신상명세가 바뀌었습니다. 저보다 앞서 이 지면에 글을 써왔던 학과 동기(농경제사회학부 08박선아)와 6년의 연애 끝에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결혼식 역시 직전까지 사회적 거리두기가 몇 단계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져서 마음고생을 했지만 그래도 가까운 분들의 축하 속에 기쁘게 마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진주에서, 선아는 세종에서 일하기 때문에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주말에만 만나는 주말부부 생활을 했겠지만 재택근무가 시행되면서 진주에서 함께 지낼 수 있는 것도 코로나 덕분(?)입니다.

제게 결혼생활이 좋은 것 중 하나는 ‘집’에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자취를 시작했던 저는 결혼 전까지 혼자 살면서 다양한 형태의 주거를 경험했습니다. 옥탑‘방’, 원‘룸’, 반지하 투‘룸’, 고시‘원’ 등 모두 집이라는 이름은 어색한 자취‘방’들이었습니다. 이런 주거공간에서는 먹고 자고 공부하는 게 모두 하나의 방에서 이루어지니 업무도, 휴식도 효율이 좋을 수가 없습니다. 집에서는 잠만 자고 식사부터 휴식까지 모든 생활은 밖에서 하는 게 편합니다. 실제로 ‘잠만 자는 방’이라고 홍보하는 곳에 살았던 적도 있네요.

그런 1인가구 생활을 졸업하고 LH신혼부부 매입임대 제도를 활용해서 아파트에 살게 되었습니다. LH가 매입한 집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임대해주는 제도이기 때문에 직전에 살던 원룸보다 저렴한 월세를 부담하면서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계약기간이 종료되어 나갈 때가 되면 그때쯤 우리는 얼마를 모아서 어디로 이사를 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은 남아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은 채 2021년을 맞이했습니다. 업무도 모임도 집에서 비대면으로 진행합니다. 집에만 있으니 하루가 길어서 베란다에 상추를 키우기도 하고 새로운 요리에 도전하고 빵도 만들어보고 그렇게 일상을 채워가고 있습니다. 부디 올해는 코로나 없는 일상도 다시 누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수현 _ 농경제사회학부 08학번. 청년협동조합 밥꿈 대표. 뭘 하면 좋을까 새로운 꿍꿍이에 골몰하며
내성적인 주제에 계속 사람들을 모으고 커뮤니티, 공동체를 꿈꿉니다. 청년, 사회적 경제, 지역,
마을자치 오만가지 관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Last modified: 2021-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