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11:11 오후 123호(2021.01)

우리 들꽃 이야기
미얀마 레코콘 지역, 천연방파제 맹그로브 숲 현장을 가다

미얀마 생활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1년 4개월이 지나간다. 2020년 초부터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미얀마도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문을 꽁꽁 걸어 잠그고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 방지에 집중하고 있다. 2021년 상반기부터 미얀마 정부가 입국 규제 조치를 완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예전처럼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다닐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불확실하기만 하다.

미얀마는 남과 북으로 길게 펼치진 나라이다. 국토 면적은 약 677,000㎢로 남한의 6.7배이다. 인도차이나반도 국가 중에서는 가장 크며 전 세계적으로 40번째로 크다. 남쪽과 남서쪽으로 벵골만 및 안다만해에 이르는 1,930km의 긴 해안선을 끼고 있다.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나빨리 해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차웅타 비치, 외국인이 많이 가는 웨이싸웅 비치 등 유명한 해변도 정말 많다. 정작 이 나라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바다를 제대로 보지 못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가난하고 길이 너무 좋지 않아 제1의 도시 양곤에서 유명한 해변으로 가는데 6시간에서 10시간이, 제2의 도시 만달레이에서 12시간 이상 걸린다. 사람들은 연휴 기간에 가족 및 이웃들과 그 먼 곳을 가끔 다녀오기도 하지만 도착하면 여행 시작 전에 파김치가 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양곤 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 방지를 위해 강력히 실시했던 ‘Stay home’ 기간이 드디어 끝이 났다. 장기간 방구석에 갇혀 지냈던 답답함에서 벗어나 기분 전환도 하고 바닷가 맹그로브 숲을 방문할 겸 양곤에서 가장 가까운 바다인 레코콘(Letkhokkon)을 방문한다. 양곤 시내에서 남쪽으로 60km 떨어진 곳이지만 울퉁불퉁한 2차선 도로를 달리면 차로 2시 30분이나 걸린다. 레코콘은 양곤주 꼬무타운쉽의 작은 마을로 미얀마에서는 맹그로브 숲으로 각광을 받는 곳이다.

맹그로브(mangrove)는 꽃이 피는 육상식물로서 연안의 소금기가 있는 곳이나 하구에서 자라는 나무이다. 이런 종으로 구성된 열대 해안지방의 식물 군락을 일컫기도 한다. 우리가 참나무 종류를 참나무라 부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맹그로브에 속한 식물은 전 세계적으로 70~100종 정도로, 그 중 홍수과(Rhizophoraceae), 마편초과(Verbenaceae), 손네라티아과(Sonneratiaceae)의 3개 과에 속한 식물들이 주를 이룬다. 전 세계적으로 동남아시아, 남태평양, 호주, 인도 근해, 아프리카, 아메리카, 일본 일부 지역에 분포한다. 특수한 호흡근(呼吸根)이 있고 가지에 붙어 있는 열매 속에서 뿌리가 자라기 시작하여 어느 정도의 크기에 이르면 그 뿌리의 끝 부분에 새싹이 붙은 상태로 열매가 떨어진다.
‘맹그로브(mangrove)’라는 이름은 스페인어 mangle 혹은 포르투갈어 mangue에서 유래했다. 영어권에서 망그로우(mangrow)라고 써오다가 ‘숲’이란 뜻의 grove로 뒷부분을 변경하면 현재의 단어가 정착했다.

최근 세계 각지에서 맹그로브 숲이 파괴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땔감용으로 많이 채취하고 해안가의 습지를 새우 양식장으로 개발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가축 사료로 쓰기 위한 벌채도 행해지고 있어 분포지에서 맹그로브 숲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열대우림의 파괴가 지구온난화와 관련 있듯이 맹그로브 숲의 파괴도 동일한 맥락에서 주목받고 있다. 2004년 인도양 일대를 쓸어버린 규모 9.1의 대지진과 20m 높이의 쓰나미가 22만 7000명의 사망자를 낳은 대재난 때 맹그로브의 위력이 입증됐었다. 2004년 수마트라 대지진 당시 맹그로브가 있던 곳은 해일 피해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었다. 맹그로브 숲이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하여, 해일 시 인명피해를 유발하는 표류 물체를 막아주는 것이다. 수마트라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받은 동남아시아의 나라들에서는 맹그로브 숲의 복원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 여러 나라에서 맹그로브 숲을 복원하는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얀마 정부에 따르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매년 2,000ha 이상의 바다가 육지로 변화하고 있다고 한다. 소금기가 많은 바닷가 지역에서 식물이 살기가 어렵기에 현재 해당 지역에 맹그로브 숲의 조성을 목적으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가가 복원 정책을 세워 직접 예산을 투자하거나 지역 사회에 땅을 불허하여 지역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맹그로브 숲을 복원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가난한 국가 미얀마가 지역 주민의 산림복원까지 신경 쓸 여력이 별로 없다.

그동안 소득원이 없어 게와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이어오던 레코콘 마을의 사람들. 요즘 맹그르브 숲 복원 사업에 열심히 참여하는 중이다.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와 유엔환경계획(UNEP) 한국협회는 2020년 미얀마 양곤 남부 레코콘 지역에서 맹그로브 조림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Plant for the Planet”은 2006년 UNEP의 적극적인 후원 하에 발족된 전 세계적인 나무 심기 캠페인이다. 2020년도에는 베트남 맹그로브 복원 프로젝트와 더불어 미얀마 양곤 지역에도 산림복원사업을 확장하여 시행하고 있다. 2020년도 미얀마 맹그로브 조림사업은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와의 긴밀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다. 아시아산림협력기구는 대한민국이 주도하여 설립한 첫 번째 국제기구로서 아시아 회원국에서 다양한 국제산림협력사업을 이끌어가는 산림분야 전문기관이다. 미얀마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기에, 미얀마 정부의 코로나 방역 지침을 엄격히 준수하여 식재 사업과 관련된 모든 일정을 안전하게 소화하고 있다. 2021년도부터는 맹그로브 복원 규모를 더욱 확대하고, 코로나 이슈로 인해 진행하지 못한 미얀마 현지 환경교육 사업도 병행해 나갈 예정이다.



레코콘맹그로브산림황폐지

레코콘 지역은 해변은 양곤과 가장 가깝고 풍광도 좋다. 현재 맹그로브 숲이 파괴되고 바다가 육지화되어 황폐한 모습으로 남아 있지만, 향후 맹그로브 복원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참여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소득창출의 기회를 제공하여 환경과 사람이 함께 생존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면, 주민들의 생계 향상과 지역공동체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맹그로브 숲이 복원되면 생태계 또한 개선되어 주민의 수입원이 되는 물고기나 게를 더 많이 잡을 수 있고 쓰나미나 각종 재해로부터 자연 방파제가 형성되어 삶의 질 개선에도 도움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탁 트인 바다를 보니 가슴이 설렌다. 끝없이 넓고 푸른 바다는 상쾌함과 풍요로움으로 출렁이고, 어머니처럼 너그러이 그동안의 노고를 달래준다. 저 멀리 바닷물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맹그로브 숲과 바다를 뒤로하고 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임에도 더욱 확대되고 있는 국제적인 맹그로브 복원 사업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최성호 _ 서울대학교 산림환경전공 대학원을 졸업한 후 현재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에서 근무중이다. 페이스북 그룹 ‘야생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방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많은 사람을 덕으로 품어 안는 성격으로, 업무를 추진할 때는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스타일. 지난해 8월부터 미얀마에 파견되어 현지의 산림 인력을 육성하는 교육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quercus1@hanmail.net)

Last modified: 2021-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