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최민희 의원실 선임비서관, 환경재료과학 08
서울시교육청 교육감 정책보좌관으로 일하며 <초보 정책가 일기>를 연재하고 있는 김현수 회원이 조희연 교육감의 직 상실 이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최민희 의원실 새 둥지를 틀었다. 이에 연재글 제목을 <초보 비서관의 세상 읽기>로 바꾸고 선임비서관 활동을 하며 보고 느끼는 것들을 연재하기로 한다. <편집자 주>
이상한 세상이다. 제보자를 수사한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을 제기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두 차례의 압수수색이 진행되었다. 40명의 대규모 경찰 수사관이 투입되어 전면적으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반면, 류희림을 대상으로 하는 수사는 진행 조차 되고 있지 않다. 임성근 전 해병대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을 제기한 김규현 변호사도 업무 방해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왜 더럽다고 지적하는 손가락을 보고, 그 손가락이 지시하는 더러움을 터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을 자르려 하는 것일까?
민원 사주 의혹은 정말 파렴치한 행위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국회에서 뉴스타파 인용 보도를 방심위에서 엄중 조치할 것이라 말했고, 그날 오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갑자기 해당 보도에 대한 심의 민원이 수백 개가 쇄도했다. 바로 다음날 류희림의 방심위는 해당 보도에 대해 법정 제재 심의를 의결했다. 속된 말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
그런데, 진실은 어떻게든 밝혀지게 되어있다고 했던가. 민원서류를 처리하던 방심위 직원이 ‘류희목’이라는 이름을 발견했다. 위원장 류희림과 돌림자까지 같은 이름이었다. 혹시나 해서 구글에 검색을 해보니 류희림과 류희목은 쌍둥이였다. 그렇게 타고 타고 이어가다 보니, 민원 넣은 사람들이 대부분 류희림과 류희목의 친인척, 관련 업체 소속이었다. 이 직원은 이번 법정 제재가 이해충돌 우려가 있다는 보고서를 작성하여 윗선에 보고하였다. 제보자는 보고를 받은 부서장이 류희림 위원장에게 해당 내용을 보고하였다고 제보했지만, 해당 부서장과 류희림은 그 내용조차 부인하고 있다.
이 직원은 몇 달을 혼자 고민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었고, 알면서도 모른 체 하기엔 너무나 양심의 가책을 느낀 듯했다. 이 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진 방심위 직원 3명은 국민권익위에 류희림 위원장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의혹을 익명으로 신고했다. 공익제보자가 된 것이다. 이후로 그들의 시련이 시작되었다.
공익 제보 바로 다음날, 류희림 위원장이 사과문을 발표한다고 기자들에게 알렸다. 기자들은 이렇게 순순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이 이번 정권에도 있구나 놀랐다고 한다. 하지만 사과문의 내용은 상상을 초월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민원인들에게 사과한다는 것이었다. 개인정보 유출자들을 발본색원하여 불법을 뿌리 뽑겠다고 선언했다. 너무 황당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런데 더 이해하기 힘든 일은 그 이후에 일어났다.
공익신고 내용을 파악한 민주당이 류희림을 검찰에 고발하였지만 류희림에 대한 수사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반면, 경찰은 그 즉시 개인정보 유출자를 찾겠다는 명목으로 공익제보자를 찾기 위해 방심위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방심위 직원 등 관련자를 대상으로 두 차례 통신사실 조회를 실시하였고, 반년 뒤 해당 직원들의 자택까지 압수수색을 실시하였다. 한 공익제보자는 어린 자녀가 받을 상처를 염두하여 아이가 학교를 간 이후에 진행하자고 읍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너무한 처사다.
반면 이해충돌 신고를 받은 권익위원회는 그 내용을 그대로 방심위에 돌려보냈다.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은 채로 돌려보냈다. 방심위 내 자체 감사로 해결하라는 주문을 달고서. 이해충돌을 판단하지 않는 권익위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공익제보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색출하려는 정권과 권익위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되물을 수밖에 없다.
류희림은 누구이길래 이렇게까지 보호받는 것일까. 과거로 돌아가면 그 힌트가 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국면 당시 류희림은 법무부 감찰위원이었다. 세간의 의혹에 따르면, 류 감찰위원이 법무부의 내부 정보를 쏙쏙 빼내어 윤석열 총장 측에 일일이 배달해 주었다고 한다. 류희림은 그 보은을 받은 것이다. 검찰도, 경찰도, 권익위도 모든 사정기관이 류희림만을 보호하고 있다.
공익제보자들은, 익명을 벗어던지고 얼굴과 실명을 공개했다. 하지만 그들의 용기에 비해 류희림을 향한 수사는 전혀 진전이 없다. 어쩌면 그들은 국민들이 이 사건을 잊기만을 바라는 걸지도 모른다. 그럴수록 더더욱 우리는 이 사건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아야 한다. 부끄러움을 잊고, 제도를 해킹하고, 권력을 사유화하는 이 정권의 추악함에 모두가 시선을 거두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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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_ 농대 학회 ‘농학’에서 활동했으며 농대 부회장을 역임했다. 학부 졸업 후 교육학과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 과정을 마쳤다. 서울시교육청 교육감 정책보좌관으로 일하다 조희연 교육감의 직 상실 이후 국회에 새 둥지를 틀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최민희 의원실 선임비서관으로 일하고 있다. (scikhs527@gmail.com)
Last modified: 2024-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