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10:55 오전 138호(2024.10)

[청년, 미래를 꿈꾸다]
중간지원조직과 주민지원조직, 직장인과 활동가 그 사이 어딘가

김수현 청년협동조합 밥꿈 대표, 농경제사회학부 08

안녕하세요. 저는 2022년 4월부터 현재까지 옥천군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이라는 사업 추진단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일하며 활동하며 드는 단상과 고민들을 가볍게 공유하고자 합니다.

먼저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에 대해 소개드리면 농식품부의 사업으로 농촌 지자체를 대상으로 4년 간 총액 70억 원을 투자해서 지역에 사람과 조직을 육성하라는 목적의 사업입니다. 농식품부에서 국비를 70% 지원받고 지자체에서 지방비를 30% 부담하여 지자체가 책임지고 진행하는 사업이지만 기존의 행정 업무체계에서 이를 전문성 있게 추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 이 사업 수행을 민간단체에 위탁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니면 기존에 다른 농촌개발사업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단체에 팀을 새로 만들어 운영하기도 합니다. 옥천의 경우 옥천먹을거리주민연대라는 지역의 비영리사단법인이 옥천군과 수탁계약을 맺고 신활력플러스사업 추진을 책임지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즉 신활력플러스사업 추진단도 중간지원조직이라 불리는 도시재생지원센터, 청년센터, 마을공동체지원센터, 농촌활성화지원센터 등과 비슷한 위상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을 길게 이야기한 것은 오늘 나눌 고민이 이 ‘중간지원조직’이라는 곳에 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민단체의 피라미드, 시민단체형 다단계라 비판했던 그 중간지원조직입니다. 특히 현 정부 들어서 사회적경제 영역은 전체 국가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지원기관 운영예산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그 결과 올해부터 사회적경제 영역의 중간지원기관 16개소, 성장지원센터 19개소, 창업지원기관 25개소가 통폐합되고 민간기관 대신 진흥원이 직접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지역에서도 정치지형의 변화에 따라 청년센터, 사회혁신센터 등의 운영비가 대폭 삭감되거나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오늘은 이념적인 공격과 예산 삭감보다는 중간지원조직의 성격과 이를 활동가의 입장에서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고민해보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문제들입니다.

1. 제도권에 편입되어 행정이 짜놓은 프레임에서 움직이고 그 안에서 성과지표를 강요받는 한계. 중간지원조직은 결국 행정이 해야 할 일을 하는 조직입니다. 대리인 수준에 그칠 것인가, 행정이 직접 했을 때보다 주민들에게 실제 도움이 되게 움직일 수 있을 것인가가 중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행정의 절차와 정량화된 성과지표의 필요성 앞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창의적인 사업과 혁신, 도전과 실험은 어려워집니다.

2. 공모사업에 올인하는 민간조직을 양산하고, 예산 지원이 있으면 하고 없으면 안 하는 풍토를 확산하는 문제. 중간지원조직이 자원을 배분하는 방식은 대부분 공모사업입니다. 주민들이 어떤 사업기획을 내면 보조금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취지도 좋고 예산지원도 하지만 이게 현장에 내려가면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사업량과 성과목표치 때문에 지속가능성과 파급효과가 뻔히 부족해 보이는 조직에게도 지원을 하는 경우도 있고요. 명확하게 비즈니스 쪽으로 발전방향을 잡는다거나 비영리 쪽으로 지속적 활동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공모사업만을 바라보는 조직들을 양산하기도 합니다. 결국 사업을 시작하고 몇 년이 지나도 공모사업에만 의존하는 조직들이 너무 많습니다.

3. 단순 일자리로서 기능하고 새로운 활동가를 키워내지 못하며 오히려 시민사회 영역의 확장을 가로막는 문제. 현재 중간지원조직에서 장급의 역할을 하는 분들 중 다수는 시민사회단체나 전통적인 비영리 영역에서 활동을 하다가 전문성을 가지고 지금의 역할을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활동가가 육성되는 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에서 젊은 직원들은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나 이를 경험해 볼 기회 없이 단순한 일자리로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행정과의 수탁관계가 중요하니 비판적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고, 그 역할을 해야 할 다른 조직들은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문제에 처해 있는 경우가 많지요.

오늘도 이런 문제들을 경험합니다. 행정에 보고해야 할 문서를 만들어야 하니, 성과지표를 어떻게 포장할까를 고민합니다. 한편으로는 사실은 사적인 이익 취득 목적이 강하지만 그 의미를 잘 포장해 지원금을 받는 조직을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지도 고민하고요. 이런 상황에서 나는 직장인인지, 활동가인지 그리고 나와 우리 조직은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인지를 이 글을 쓰며 잠깐 고민하다가 결국 다시 한글프로그램 보고서 창을 켜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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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_ 농경제사회학부 08학번. 청년협동조합 밥꿈 대표. 뭘 하면 좋을까 새로운 꿍꿍이에 골몰하며 내성적인 주제에 계속 사람들을 모으고 커뮤니티, 공동체를 꿈꿉니다. 청년, 사회적 경제, 지역, 마을자치 오만가지 관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soohyun8288@gmail.com)

Last modified: 2024-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