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민 변호사, 조경 04
1. 승소하면 변호사비를 돌려받을 수 있다?
형사 사건의 법률적 이익이 인신의 구속이라고 한다면, 민사 사건에서 관건이 되는 법률적 이익은 곧 ‘얼마만큼의 돈을 받을 수 있는지’입니다. 대부분의 민사소송은 곧 돈에 관한 소송이라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임대차 분쟁, 하도급 분쟁 등 크고 작은 민사 분쟁이 있는 경우 이것을 변호사에게 의뢰하여 소송으로 진행하는 데에는 많은 결심이 필요합니다. 소송을 이겨서 판결금을 받아내더라도 변호사 비용으로 돈을 내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문제가 발생하지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민사 사건을 이기면 상대방으로부터 변호사 비용을 모두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냐’라고 알고 계십니다. 대부분의 소장에는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라는 청구취지가 포함되어 있지요.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내가 소송을 걸어서 만약에 패소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상대방에게 변호사비용을 물어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라고 걱정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완전 승소를 하면 원고는 그동안 사용한 변호사 비용을 피고로부터 모두 받을 수 있을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2. 변호사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
‘승소 시 돌려받게 되는 변호사 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은 <변호사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이하 ‘소송비용 산입 규칙’이라 합니다)으로 그 상한선이 정해져 있습니다. 따라서 변호사비용만 몇 천만 원 이상인 변호사를 선임하였다고 하더라도 완전 승소 시 상대방으로부터 돌려받을 금액은 정해져 있는 것입니다.
‘소송비용 산입 규칙’에 정해져 있는 금액은 대략적으로 2천만 원까지의 부분은 10%, 2천만 원부터 5천만 원까지의 부분은 8%, 5천만 원부터 1억 원까지의 부분은 6% 등입니다. 소송금액이 클수록 그 비율이 낮아지는 패턴을 보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고가 청구한 소송금액이 2억 원인데 원고가 변호사비용으로 착수금 1천만 원, 성공보수 600만 원을 약정한 경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법원이 전부 원고 승소의 판결을 내리면서 주문에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경우 위 ‘소송비용 산입 규칙’에 의하면 변호사비용으로 산입 되는 소송비용은 1,040만 원입니다. 즉, 완전 승소한 원고는 변호사에게 1,600만 원을 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고로부터 돌려받는 금액은 1,040만 원밖에 되지 않는 것이지요.
또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원고가 청구한 소송금액이 5억 원인데 원고가 변호사비용으로 착수금 1,500만 원, 성공보수 1,500만 원을 약정한 경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역시 법원은 전부 원고 승소의 판결을 내리면서 주문에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경우 위 ‘소송비용 산입 규칙’에 의하면 변호사비용으로 산입 되는 소송비용은 1,340만 원입니다. 완전 승소한 원고는 변호사에게 3,000만 원을 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고로부터 돌려받는 금액은 1,340원인 것입니다.
이렇듯, ‘소송비용 산입 규칙’이 실제 변호사 보수보다 낮은 경우 완전 승소한 원고라고 하더라도 피고로부터 전액을 돌려받지 못합니다. 소송에 나서려고 하는 각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부분을 잘 확인하여 손익 계산을 하여야 합니다.
3. 증액 혹은 감액 가능성
법원은 ‘소송비용 산입 규칙’에 따른 금액 전부를 소송비용에 산입 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상당한 정도까지 재량감액할 수 있습니다(소송비용 산입 규칙 제6조 제1항). 또한, 법원은 ‘소송비용 산입 규칙’에 따른 금액이 현저히 부당하게 낮은 금액이라고 인정하는 때에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위 금액의 2분의 1 한도에서 이를 재량증액할 수 있습니다(소송비용 산입 규칙 제6조 제1항).
소 제기 이후 원고가 소 취하를 하여 실질적으로 이뤄진 소송행위가 없었던 경우 법원이 재량으로 ‘소송비용 산입 규칙’ 상의 금액을 2분의 1의 금액으로 감액하기도 합니다(서울서부지방법원2021. 3. 10.자2020카확6191 결정 참조). 또한, 비교적 복잡한 사건인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진행한 건에 관하여 실제 소가가 약 700만 원밖에 안되어 소송비용 산입 규칙에 따른 변호사 비용 산입 액수가 70만 원 정도밖에 안 되는 문제가 발생하자 법원이 위 규정에 따라 산입 액수를 2분의 1 재량증액한 사례도 존재합니다(부산지방법원2018카확10543 결정 참조).
4. 반드시 당사자가 확인하여야 할 ‘소송비용 산입’
이처럼 소송비용 산입은 당사자가 어느 정도의 법률 비용을 지출할지를 결정하는 데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많은 변호사들이 의뢰인에게 ‘변호사비의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다’라고 두루뭉술하게 안내하거나, 심지어 ‘변호사비는 전부 돌려받을 수 있다’라고 잘못 안내하기도 합니다. 어느 안내 방식이든지 간에 결국 소송의 진행을 결정해야 하는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얻게 되는 것이고, 1~2년에 이르는 긴 소송의 끝에 충분히 만족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곤 합니다.
제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당사자와 변호사가 ‘소송비용 산입 규칙’에 일치하도록 변호사 보수를 책정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러나 사견으로는 현실적인 시중 변호사 수임 단가에 비하여 ‘소송비용 산입 규칙’은 지나치게 낮게 설정되어 있다고 생각됩니다. 소송비용 산입 규칙에 의하여 보수를 책정한다면 당사자가 선택할 수 있는 변호사의 범위가 지나치게 한정되는 문제도 발생할 것입니다.
소송을 진행하는 당사자로서는 이러한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셔서 변호사 비용 등의 소송비용을 신중히 지출하시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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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민_ 농대 조경학과 04학번으로 전자상거래 기업에서 6년간 근무 후, 2021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본 칼럼에 기재된 사례는 법령과 판례를 설명하기 위한 목적의 가상의 사례임을 밝혀드립니다. (jongmin04@gmail.com)
Last modified: 2024-1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