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일 내일의식탁 이사장, 농학 84
코로나 이후 면역력이 중요해진 시대이다. 많은 이들이 운동, 규칙적인 생활습관, 영양제 먹기, 맨발 걷기 등 면역력을 높이기 위하여 자기 관리에 시간을 들이고 있다. 나도 면역력을 높이기 위하여 한 가지 실천을 하고 있다. 그것은 아침에 출근해서 간장차를 따뜻하게 마시는 일이다. 간장차를 마시면 장내 미생물 균형에 도움이 될까 해서이다.
요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장내 미생물 집단)을 면역력의 핵심이라 부르며 연구가 활발하다. 의학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 몸의 대장에는 약 38조 개의 세균이 생태계를 이루고 있으며, 10년 전부터 이뤄진 연구들의 공통 결론은 이 생태계 균형이 깨지면 면역력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생태계 변화를 만드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식습관을 꼽는다. 가공식품이나 육류·밀가루 위주의 식단을 장기간 섭취할 경우 장내 미생물이 황폐화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먹이를 먹지 못한 미생물들이 대신 장내 점막을 갉아먹으면서 뚫린 점막으로 염증이 생기고, 이 염증이 퍼져나가면서 뇌까지 영향을 미칠 경우 우울증이나 치매 위험도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지금 당장 증상이 없더라도 이러한 식생활이 장기화된다면 추후 질환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다. 그렇기에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미생물의 보고인 발효식품 섭취가 좋은 선택이라 생각해서 아침마다 간장차를 마시며 속을 달래는 것이다.
요즘 갑자기 날이 추워지면서 갈무리할 일들로 마음이 바쁘다. 경기는 어렵고 세상은 뒤숭숭 불안하다. 그럼에도 한강 작가님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에 마음 한켠 흥분되고 기쁘다. 한국 문화의 저력이 영화와 음악, 드라마에 이어 이제는 문학에까지 나타나고 있으니 자랑스럽다. 이쯤 되면 다음 한국 문화를 빛낼 히트 상품이 무엇일까 궁금해지는데 내 생각에 다음 히트 상품은 한식이 될 것이다. 음식만한 문화 상품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그럴 조짐이 보인다.
만일 한식이 세계적인 히트 상품이 된다면 그것은 전통발효식품이기를 기대한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히트 식품은 대개 전통발효식품이다. 각 나라의 문화와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기 때문이다. 각 나라의 농어업과 기후, 토양, 식문화가 합작해서 만들어낸 산출물이 전통발효식품이다. 와인이 그렇고 치즈가 그렇고 쇼유가 그렇고 보이차가 그렇다. 그렇다면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발효식품으로 무엇이 있을까? 전통장과 전통주를 비롯하여 김치와 젓갈, 장아찌 등이 있다.
‘참발효어워즈’(Good Fermented Food Awards)라는 활동을 시작한 지 5년이 지났다. 첫째, 국내산 원료를 사용한 발효식품. 둘째, 화학첨가물 없이 발효로 맛을 낸 식품. 셋째, 품목제조보고를 하고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제품을 대상으로 ‘시민맛평가’와 ‘전문가심사’를 거쳐 좋은 발효식품을 선발하는 일이다. 참발효어워즈는 최고(Best)가 아닌 좋은(Good) 발효식품을 뽑아서 소비자와 연결하려는 활동이다. ‘맛’이란 개인적인 기호이기 때문에 세상 ‘최고’의 맛을 가진 제품이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참발효어워즈에서 상을 받은 제품은 해당 시기에 품평회에 참여한 사람들의 취향을 반영한 것일 뿐이다. 그래서 ‘최고’가 아닌 ‘좋은’ 상품을 뽑는 것이 맞다고 봐서 참발효어워즈를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참발효어워즈에서 찾는 좋은 발효식품이란 무엇인가?
첫째로 좋은 발효식품이란 국내산 재료를 사용해서 제조하는 것이다. 농경과 마찬가지로 발효는 역사적으로 협동의 산물이다. 농사나 발효 모두 자연과 사람이 교감하고 협력해야 풍성한 결과를 낼 수 있다. 또한 농사와 발효는 지역 사회 주민들의 협동에 기반하면서 동시에 협동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농사철 모내기, 벼베기와 김장철 김치 담기나 장 담기, 술 빚기 모두 가족과 이웃, 친지들의 협동으로 해오던 일들이다. 이 일들로 인해 공동체가 강화되고 유지되어 왔다. 국내산 재료를 사용해서 발효식품을 만든다는 것은 지역 내 농업인과 양조인을 서로 돕게 만드는 일이고, 지역 내 소상공인과 자영업에게 특색을 만들어 차별화시키는 일이다. 국내산 발효식품이 시장의 5%만 차지해도 소상공인, 자영업 등 지역 경제공동체에게 커다란 활력을 주게 되고 지방 소멸을 막는데 기여할 것이다.
둘째로 좋은 발효식품이란 화학첨가물이 없어야 한다. 화학첨가물은 재료의 품질이 좋지 않거나, 발효 과정에 문제가 있을 때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내 경험상 좋지 않은 발효식품을 좋게 보이게 하고 싶을 때 사용하는 것이 화학첨가물이다. 잘 만든 발효식품은 화학 첨가물의 도움 없이도 맛있다. 물론 산업화 시대 대량 생산을 위하여 또는 전 세계 유통을 하고 장기간 저장을 하기 위하여 화학 첨가물 사용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그건 그것대로 인정을 한다. 그렇다고 모두가 대량생산 산업화의 방향으로 몰려갈 필요는 없다. 아이와 노약자가 있는 가정에서는 건강을 생각해서 ‘노 케미컬’이 필요하다. 인공감미료, 인공착색제, 산도조절제 등 화학 첨가물 없이 맛있게 만드는 발효식품의 노하우와 전통지식, 정보는 계승되고 혁신되어야 한다. 참발효어워즈가 전통지식을 계승하고 가족 건강의 안전판을 확보하는 일이 되기를 기대한다.
세 번째로 좋은 발효식품이란 소규모 장인생산자가 생산하는 제품이다. 이태리 발효식품을 제조하는 식품회사들의 많은 경우 지방 소기업들이고, 직접 농사를 짓거나 농장(목장)과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곳들이 많다. 반면에 한국의 발효식품은 70% 이상을 3개 메이저 식품회사가 공급하고 있고 나머지 30%를 중소 식품회사들이 나눠가지고 있다. 대부분 한국 농업과 전혀 연관되지 않은 곳들이다. 막걸리, 소주, 간장, 고추장 등 발효식품의 원재료를 국내에서 조달하지 않고 거의 수입산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 시민의 발효식품 구매 공급망의 70% 이상을 대형 식품회사가 맡고 있다. 대형 식품회사에게 너무 많이 의존하고 있다.
이것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공급망을 다변화시켜야 한다. 대량생산시스템이 아닌 다수생산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역산 재료를 사용하고, 지역민을 고용하고, 지역 경제에 활력을 주는, 지역 소규모 장인생산자를 육성해야 한다. 고품질 제품을 생산하는 장인생산자가 그 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켜야 한다. 이들이 사라지면 오랜 옛날부터 먹어오던 맛 좋고 건강한 발효식품을 더 이상 먹을 수 없게 된다. 이태리의 발효식품(와인과 치즈 등)은 시골 구석에 있는 식품회사들까지 전 세계로 수출할 정도로 역량이 있고, 우리나라 와인바에 가면 그 제품들이 들어와서 지역성, 희소성, 품종 특성을 홍보할 정도로 세계화되어 있다. 참발효어워즈는 전통의 계승, 숙련된 기술, 소규모 생산, 다양한 제품 개발을 하고 있는 지역의 발효 생산자를 발굴하고 이들의 시장을 5%만이라도 확장함으로써 최소한의 전통발효식품의 안전지대, 세계적인 강소발효식품기업을 육성하는데 기여하고자 한다.
지난 2019년부터 시작한 참발효어워즈가 올해로 5번째 시상식을 앞두고 출품 신청을 받고 있다. 지난 4번의 시상식을 통해 간장, 된장, 고추장, 청국장, 탁주, 목장치즈 등 6개 부문에서 40개 생산업체, 59점의 제품을 뽑아 66개의 트로피를 주었다. 처음 시작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로컬푸드 활성화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참간장어워즈’로 시작하였고, 지난 4회 행사는 한국농어촌공사와 한국마사회, 농협경제지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후원으로 진행하였다. 2회 행사 때는 박동우 선배의 네오게임즈와 강미숙 선배의 브랜드쿡의 후원으로 행사 개최가 가능하였다. 지난 5년, 김상진기념사업회 회원의 도움과 격려로 오늘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 나 또한 김상진의 이름으로 정의롭고 가치 있게 살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이 일을 하고 있다.
미래는 저탄소 친환경 산업만 살아남는다고 한다. 탄소를 배출하는 굴뚝 산업은 2030년이 되면 벌써 멸종에 이른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발효식품 산업은 미생물을 다루는 예민한 분야이며 대표적인 저탄소 친환경 산업이다. 환경을 보존하면서 우리의 먹거리를 지속가능하게 생산할 수 있는 산업이 발효식품산업이다.
면역력은 자신을 지키는 힘이다. 좋은 발효식품을 섭취하는 일은 자신과 가족의 면역력을 높이는 일이면서 환경의 면역력, 지역의 면역력을 높이는 일이 된다고 생각한다. 나를 지키고 지역을 지키고 지구를 지키는 힘은 좋은 발효식품을 먹는 일이다. 좋은 발효식품을 선발하여 널리 알리고 소비를 촉진하게 하는 일, 참발효어워즈에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참발효어워즈 모금계좌> 농협 301-0217-2868-31 내일의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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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_ 내일의식탁 이사장. 도농상생, 남북상생, 동북아상생을 꿈꾸는 사람. (kma411@hanmail.net)
Last modified: 2024-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