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3:09 오후 108호(2017.03)

[여는 글]
더불어 사는 평화롭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자

박석두(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임학 72)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이정미 재판관은 탄핵심판 결정문을 낭독했다. “…피청구인의 위헌·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이다. 피청구인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한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이로써 박근혜는 대통령직에서 파면되었다.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재석 300석 중 퇴장 1, 찬성 234, 반대 56, 무효 7표, 기권 2표로 가결되어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지 91일만이었다.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 선고에서 첫째 공무원 임명권 남용, 둘째 언론의 자유 침해, 셋째 세월호 사건에 관한 생명권 보호의무와 직책성실의무 위반, 넷째 피청구인의 최서원(최순실)에 대한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남용 등 탄핵사유별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하였는지 살펴보았다.

이 중 앞의 3가지 사유에 대해서는 사실은 인정되나 그것을 일으킨 이유나 목적 또는 피청구인과의 관련성이 분명하지 않거나 탄핵심판의 판단 대상이 아니라고 하였으며, 오로지 최순실의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 남용에 대해서만 헌법·국가공무원법·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배하고 기업의 재산권과 경영의 자유를 침해하여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므로 파면의 사유로 인정된다고 하였다. 요컨대,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이 없었다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이루어질 수 없었다는 것이다. 최순실이여 그대에게 축복이 있을진저!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탄핵의 완성은 역사적으로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째, 무소불위의 전횡을 일삼던 현직 대통령을 국민들의 단결된 힘으로 피 흘리지 않고 권좌에서 끌어내림으로써 세계사에 유례없는 명예혁명을 이루었다. 이는 2016년 10월 29일 첫 집회를 시작으로 2017년 3월 4일 19차 집회까지 연인원 1,600만 명이 촛불을 들고 ‘박근혜 하야’ ‘박근혜 탄핵’을 외친 끝에 획득한 시민혁명의 성과이다.

둘째, 1961년 5월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박정희 군사정권의 반민주적 권위주의·국가주의 경제성장 패러다임과 그 추종세력들이 종말을 맞게 되었다. 남북분단을 핑계로 안보를 빙자하여 독재 권력의 뒷전에서 재벌들과 들러붙어 사리사욕을 취하던 부패한 냉전세력들이 브레멘의 악사를 따라 강물 속으로 들어갔던 쥐새끼들처럼 박근혜와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이게 나라냐’는 탄식이 절로 나왔던 희대의 국정농단 사건과 그로 인한 박근혜의 탄핵에 의해 후안무치한 저들 안보사기꾼 집단도 내놓고 고개를 들지는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그대에게 축복을!

이제부터 시작이다. 길게는 해방 후 쓸어버리지 못해 지금까지 남아 있는 일제의 잔재와 친일세력부터 남북분단과 한국전쟁으로 독버섯처럼 자라난 냉전의식과 관습들, 독재정권 하에서 횡행하였던 권위주의 제도와 정책들, 경제성장 과정에서 만연된 황금만능·물신숭배 사고방식,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서 만개한 경쟁지상주의와 승자독식, 재벌위주의 사회경제구조로 체질화된 양극화와 노동천대 등 우리 사회의 온갖 악습과 폐단과 독소들을 청산하자. 그리하여 온 사회가 차별 없이 고루 더불어 잘사는 평화롭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자.

먼저 당장 해결해야 하는 현안 과제부터 주저 없이 착수해야 한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재가동 및 진상규명, 사드 배치 중단과 철회,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조사, 성과퇴출제 등 노동 관련 법 개악 중단, 국정교과서 폐기, 언론장악금지법 처리 등이 그것이다. 특히 사드 배치의 경우 중국의 경제제재가 국내관광과 한류 수출 전반에 확대되고 있어 제주도의 경우 영세 관광 상품 가게들이 문을 닫기에 이르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과 미국의 국방당국은 조약은 물론 문서계약조차 없이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배치를 끝낼 셈으로 이미 부품들을 도입하고 있다. 당장 중단시키지 않으면 사드배치는 기정사실로 되어 철회하기 어려워진다. 국정교과서의 경우 경북 경산에 있는 1개 학교를 제외하고 전국의 모든 중‧고교가 채택하지 않겠다고 했음에도, 교육부는 국정역사교과서를 폐기하지 않고 있어 교육현장에서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보다 근본적이고 따라서 단기에 완료될 수 없는 개혁과제로는 다음을 들 수 있다.

1. 검찰개혁: 주민들이 검사장을 뽑고, 파면할 수 있게 한다.

2. 국정원 개혁: 국내정치 개입 엄벌하고, 국회에서 통제하도록 한다.

3. 정치개혁: 국민 참정권 확대하고, 선거제도를 개혁한다.

4. 언론개혁: 언론악법 개혁하고, 허위보도 처벌한다.

5. 재벌개혁: 정경유착 근절하고, 공정거래 확립한다.

6. 노동개혁: 온 국민 일자리 보장하고, 노동악법 개혁한다.

7. 사회개혁: 재해·재난 없는 안전사회 이룩하고, 평생복지 보장한다.

8. 안보개혁: 전쟁 없는 나라 만들고, 남북이 서로 돕고 함께 산다.

9. 교육개혁: 교육비 걱정 없는 나라 만들고, 경쟁교육 폐지한다.

10. 문화개혁: 생명존중의 가치관을 세우고, 황금만능사회 탈피한다.

이러한 과제들은 정치권에만 맡겨둘 수 없다. 박근혜 탄핵에 이르는 과정에서도 촛불을 든 시민들이 앞장섰으며, 정치권은 눈치를 보며 뒤따랐을 뿐이다. 개혁과제에 대해서는 정치권이 대립하거나 적극 나서지 않을지 모른다.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의 단결과 압력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민주시민이라면 언제나 눈 부릅뜨고 깨어 있으면서 적극적으로 정치를 감시하고 사회활동에 참여해야 하지만, 지금과 같이 옛것에서 탈피하는 역사적인 전환기, 새 시대를 여는 여명기에는 더욱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박근혜 탄핵을 외쳤던 그 열정으로 더불어 사는 평화롭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동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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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두_ 학창시절 김상진 열사가 할복 자결한 4월 11일 시위의 배후 주동자로 수배되어 강제 징집당했다. 1984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농업사와 농지문제 연구에 종사했다. 양평에 살면서 ‘2017민주평화포럼 국민주권위원회’의 운영위원을 맡아 선거연령 18세 인하 운동, 공동정부 구성 촉구 운동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Last modified: 2024-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