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1:18 오후 108호(2017.03)

[청년, 미래를 꿈꾸다]
“시민이 공공의료의 주인입니다”
– 공공성을 위한 또 하나의 투쟁

박선아 (퍼실리테이터 클럽 대표, 농경제 08)

올해 상반기에는 특별한 토론회 사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4월 9일 일요일 성남시청에서 개최되는 <2017공공의료정책대회>입니다. 성남에서는 2003년부터 공공의료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대형병원의 폐업으로 인해 성남시 의료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시립병원 건립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었습니다. 2017년 지금은 성남시의료원이 건립되고 있고, 이러한 배경에서 <2017공공의료정책대회>가 준비되고 있습니다. 저는 공공의료라는 말이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지금은 점차 그 의미를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누구나 차별 없이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나라는 아닙니다. 서울 일부 지역이 아닌 곳에는 응급시설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습니다.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해 죽음에 이르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습니다. 저 역시 아플 때 마음 놓고 병원을 가지 못하는 처지입니다. 병원에 가더라도 환자는 항상 불편한 상태로 대기해야 하는 취급을 받습니다. 더 큰 병원이고 비싼 병원일수록 환자는 ‘을’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공공병원은 전체의 단지 6%뿐으로, OECD국가 중 최저치인 20%를 훨씬 밑돌고 있습니다. 영화 <식코(Sicko)>는 미국의 의료 불평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미국조차도 공공병원의 비율은 30%에 달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을 초기 진압하지 못합니다. 민간 병원들이 발병 사실을 숨기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의료 공공성’ 파괴의 흔적입니다.

의료 공공성이 무너질 때 어떻게 되는지 해외의 사례들이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 정부는 영리병원 등 계속해서 의료를 ‘사유화’해왔습니다. 최근에는 재정적자를 핑계로 한 진주의료원 폐업사태도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성남시가 새로운 시립병원을 세우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놀라운 성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성남시의료원은 주민들이 발의에 성공한 최초의 시의료원입니다. 처음 조례가 부결되었을 때 좌초되었던 것을 다시 끌어올린 것도 시민이었습니다. 이후에 한나라당(새누리당)이 날치기 통과시킨 ‘대학병원이 운영해야한다’는 조례 항목을 ‘할 수 있다’로 바꿈으로써 공공성을 지켜낸 것도 시민이었습니다. 2003년부터 시작된 성남시의료원 건립과정을 하나의 단어로 요약하자면 바로 ‘시민참여’입니다. 외피만 시립병원이고 실 운영주체는 여전히 자본이라면 공공의료가 실현되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아직 해결되지 못한 과제들이 많습니다. 어떻게 시민참여를 보장할 것인가, 시 재정이 아닌 시민참여 재정으로 가능한가, 시민들이 오고 싶은 병원은 무엇인가, 병원에 오기 전의 건강권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등. 우리나라 ‘최초’라는 타이틀만 여러 개를 가진 사례이다 보니, 이제 만들어가야 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200인의 시민이 모여 원탁토론을 통해 이러한 과제들을 풀어나가는 <2017공공의료정책대회>는 그 과정에서 하나의 기점이 될 듯합니다. 공공성, 의료, 그리고 시민참여라는 어려운 퍼즐을 풀어나감으로써, 하나의 지역사업을 넘어 우리나라의 공공의료의 역사를 써나가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 같습니다.

(혹시 참가를 원하시는 분은 공공의료정책대회 페이스북(http://fb.com/modoohealth)에서 함께해주세요!)

<2017공공의료정책대회> 홍보와 퍼실리테이터 진행을 위해 모인 대학생들
2017공공의료정책대회 웹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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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아 _ 농생대 농경제사회학부 08학번. 서울대 환경대학원 석사과정 재학 중. 퍼실리테이터 클럽 대표를 하면서 사람 중심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늘 새로운 시도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Last modified: 2024-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