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근 (정치발전소 사무국장, 동물생명공학 05)
제가 일하는 정치발전소에서 ‘정치에 대한 정치적 해석’이라는 모토로 비정기 무크지 ‘폴리티쿠스’ 시리즈를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출간된 폴리티쿠스 1호는 <양손잡이 민주주의>라는 제목으로 촛불집회를 중심 주제로 다루고 있습니다.
<양손잡이 민주주의>는 ‘한 손에는 촛불, 다른 손에는 정치를 들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양손잡이 민주주의’라는 말은 원래 미국의 정치학자 필립 슈미터가 사용한 개념입니다. 진보파의 민주주의관과 보수파의 민주주의관을 함께 잘 다뤄야 민주주의가 발전한다는 의미에서 사용한 개념입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이번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보여준 놀라운 모습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으로 차용했습니다.
<양손잡이 민주주의>는 최장집, 서복경, 박찬표, 박상훈 네 명의 정치학자가 이번 촛불집회 국면을 보고 생각한 내용들을 글로 모아냈습니다. 첫 파트는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이자 정치발전소 이사장과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의 대담 형식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본질, 촛불집회의 원동력, 한국 민주주의가 발전함에 무엇이 필요한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기반 위에 놓인 최장집 교수의 이야기는 운동과 구호로서의 민주주의를 넘어 사회를 운영하는 원리로서 민주주의를 고민하게 합니다.
두 번째 파트는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의 글입니다. 서복경 교수는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다년간 근무했던 경험 덕분에 입법부 현장의 경험과 이론으로서의 정치학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는 분입니다. 정치발전소에서도 자주 강의를 해주시는데 그때마다 사람들은 푹 빠져서 강의를 듣고 갑니다. 정치발전소의 청년회원들과 ‘서복경의 정치생태보고서’라는 팟캐스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복경 교수는 ‘민주주의의 시민권적 기반에 관하여’라는 글을 통해 민주화된 지 30여년이 지난 우리에게 무엇이 부족했는지를 묻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에게는 ‘시민권’이 무엇이고 우리가 그것을 얼마만큼 보장받고 있는지에 대한 합의가 있는 걸까요? 사회는 시민들에게 무엇을 어디까지 보장해줘야 하고 시민들은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이런 질문들을 통해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와 ‘시민’에 대한 고민을 나눠봅니다.
세 번째 파트는 박찬표 목포대 정치언론홍보학과 교수의 글입니다. 박찬표 교수는 <한국의 국가형성과 민주주의>, <한국의 48년 체제> 등의 저서를 통해 한국 현대사의 민주주의적 해석을 시도했습니다. 목포 시민사회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박찬표 교수는 촛불 시위 속에서 ‘시민’과 ‘민중’의 분리를 보았다고 합니다.
매년 민중총궐기가 진행되었고 촛불집회도 처음은 민중총궐기라는 이름으로 진행됐지만, 규모가 폭발적으로 커진 어느 순간 그 이름은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아마 진보진영에서도 알게 모르게 공유되고 있는 문제인식이 아닐까 하는데요, 한국 현대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소위 ‘운동권’이 민주화가 된 이후 약해진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글입니다.
마지막 파트는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의 글입니다. 출판사 후마니타스 대표이기도 했던 박상훈 학교장은 대학으로 가지 않고 출판활동과 정치발전소를 중심으로 ‘정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을 널리 확산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촛불’과 ‘정치’의 관계를 짚어보며 ‘어떻게 권력에 책임을 씌울 것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촛불집회의 장점과 한계를 동시에 고찰할 수 있는 글입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가능한 좋은 방법을 찾아가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이 <양손잡이 민주주의>가 하나의 좋은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 <양손잡이 민주주의>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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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_ 재학 시절 문예패 들풀 패장, 농대 학생회 부회장을 했습니다. 졸업 후 청년유니온에서 활동하며 서울지역모임지기, 2기 사무국장의 역할을 하다 조금 늦은 군대를 다녀왔습니다. 전역 이후 정치발전소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하며 좋은 정치를 통해 좋은 사회를 만들어 보고자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김상진기념사업회의 사무국장도 맡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김상진 기념사업회가 우리 사회 민주주의 발전에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Last modified: 2024-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