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기획실장, 잠사 80)
요즘 살맛이 납니다. 재미가 있습니다.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아내도 그렇고 주변 친구들도 그렇답니다. 뉴스도 자주 보게 됩니다. 어떤 때는 8시 뉴스를 보고 이어서 9시 뉴스까지 봅니다. 대통령 한명 바뀌었는데 세상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심지어 문재인을 찍지 않았던 어떤 분은 저한테 대통령이 바뀌니까, 그렇게 심한 미세먼지도 없어지고 하늘도 맑아지고 있다고 기분 좋은 농담까지 합니다.
며칠 전 김상진기념사업회에서 선구자 여는 글을 부탁 받았습니다. 아마도 대선과 관련하여 『민주개혁정부를 향한 1·2·3 시민행동』을 제가 제안했기 때문이라고 짐작하였습니다. 그런 제안을 하게 된 이유, 사업 내용, 대통령 선거 관련 나의 소감을 간략히 정리하겠습니다.
2016년 10월 29일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시민촛불』로 시작한 제1차 촛불집회에 5만 명의 시민이 모였습니다. 11월 12일 제3차 집회에 106만 명, 박근혜 국회 탄핵 의결을 앞둔 12월 3일 제7차 집회에는 232만 명이라는 세계 역사에 유례없는 촛불 시민이 모였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그날 같이 소주 한잔 했던 고향 친구는 귀가 길에 지하철에서 밀려 넘어져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까지 당했습니다. 카톡 여기저기에 인증샷이 넘쳐났습니다. 집회에 전혀 참석하지 않을 것 같던 친척들과 고향 친구 사진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이러한 촛불 민심들이 모여 마침내 박근혜를 탄핵하였습니다.
그러나 촛불 집회에 참석하면서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아쉬웠던 점을 김기사가 주관한 토론 모임 『촛불 혁명,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 참석하지 못하고 대신 글로 전달한 적이 있습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1. 촛불 민심은 타오르고 있는데 시민들의 행동은 집회 참석에 머무르고 있고, 집회 참석 이후 많은 국민들이 일상 생활 속에서 실천 가능한 행동 지침들이 없어서 아쉬웠다는 점.
2. 촛불 혁명은 박근혜 탄핵과 민주 개혁 정부 수립만이 목표가 될 수 없고 민주 개혁 정부 수립 이후에 개혁과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낼 동력을 충분히 조직화해야 한다. 특히 압도적인 대선 승리를 위해서 중도 보수층까지 포함한 대다수 국민들을 교양하는 노력이 필요했는데 다소 부족하다는 점. 이를 충분히 해내지 못하면 대선 승리 이후에도 의회 권력에 의해 개혁 동력이 약화되거나 수구 보수들의 저항으로 무산될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
3. 집회 이슈나 발언자가 과거 이슈나 진보단체 인사에 많이 치우쳐 있어 대중적인 확장에 다소 한계가 있었다는 점.
이러한 문제 인식 속에서 제안했던 사항은
1. 국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 가능한 것을 한번 조직해보자.
2. 중도 보수층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SNS 메시지를 정리하여 전파해 나가자.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을 시도해보지도 못하고 대선을 맞이하였습니다. 대선이 다가오자 역시보수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보수 언론에서 반문재인 프레임을 선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정말 열통이 터졌습니다. 지방 갈 일이 없으면 열 일 제쳐두고 광화문 광장으로 달려갔습니다. 결혼식장 갔다 와 복장이 불량한 날에는 추위에 떨다가 돌아온 날도 있었습니다. 화도 나고 위기감도 있었습니다.
그 기간 동안 농촌지역에 가서 다양한 사람들에게 대선 때 누구를 찍을 것인지 노골적으로 물어보았습니다. 누구를 찍는다고 대답하는 것이 아니고 문재인은 안 된다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아! 이것이 현실이구나.
저는 가끔 진보진영은 우리끼리 열심히 논쟁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 배척까지 하면서 주변사람 설득하는 작은 실천은 게을리 한다.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고 중도 보수 쪽 사람들은 사람 취급조차 하지 않으려고 한다. 우리는 아마도 우리만의 섬 속에 고립되어 있는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촛불 집회과정에서도 민주동문회끼리 뒤풀이는 열심히 하는데 초중등 친구들과 외연을 넓히는 모임은 소홀히 하고, 민주동문회 단체 카톡방에서도 실천을 위한 토론보다는 개인적인 정치 평론이나 후보지지 글을 놓고 치열하게 대립하고 서로 싸우다가 카톡방에서 나가 버리는 일을 자주 봤습니다. 후보 지지는 빠들이나 하는 것처럼 취급하고 후보 지지나 비판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런 문제 인식과 반성 속에서 『민주개혁정부를 향한 1·2·3 시민행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나와 내 주위부터 실천 가능한 일들을 시작해보고자 지난 4월 9일 김상진 열사 묘소 참배하는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제안하였습니다.
<제안문 요약>
지금 돌아가는 현실을 보면 부패한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 만만치 않습니다. 부패한 기득권 세력이 자신의 생명줄을 연장하려고 전략적인 선택을 시작하였습니다. 문재인을 떨어뜨리고 촛불시민들이 바라는 민주개혁과제를 무산시키고 다시금 과거로 회귀하려 하고 있습니다.
박근혜가 구속되었다고 촛불을 놓을 것인가요. 박근혜 탄핵과 구속은 위대한 시민들의 제1차 촛불 승리입니다. 이제 민주개혁 정부 수립을 향한 제2의 촛불을 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민주개혁 과제를 하나 하나 완수해가는 제3차, 제4차 촛불 승리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부정부패 없이 깨끗한 나라,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 전쟁 위협 없이 평화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고 합리적인 선택일까요? 다소 내 생각과 차이가 나고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국민들의 개혁 요구를 좀 더 잘 담아낼 수 있고 실천해낼 수 있는 후보로 문재인을 선택하였습니다. 이상주의에 기초한 소모적인 논쟁보다 현실적인 방법으로 민주개혁후보 당선에 집중하고 행동하기를 호소합니다.
민주개혁정부를 향한 『1·2·3 시민행동』을 제안합니다.
1. 우리 가족부터 민주개혁후보 문재인으로 단일화하고 가족 구성원 모두가 실천단원이 됩시다.
2. 하루 2번 이상씩 지지 메시지를 SNS에 적극 전파합시다. 동문·종교·집안·동호인 모임 등 그룹별 1.2.3 시민 행동 단톡방을 만들어 지지운동을 해 나갑시다.
3. 한 사람당 3명 이상씩 민주개혁후보 지지를 설득합시다.
1·2·3 시민행동에 대한 저의 소감은 이렇습니다. 역시 선거와 관련된 행동은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지 후보가 다를 경우 반감을 표시하는 경우도 있었고 선거운동을 하면 순수하지 못한 정치꾼들의 행위처럼 취급하는 문화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고 아는 사람들에게 열심히 전파하였습니다. 농촌 보수표를 겨냥해서 쉬운 글들을 정리해서 열심히 퍼 날랐습니다. 같이 동참해준 김기사 회원들도 많았습니다. 친구 강석남은 보수적인 아버지를 설득하였고 아버지가 직접 부산 선거 사무실에 찾아가서 입당원서도 내고 선거 대책위원회 임명장도 받고 주위 어른 여러 명을 설득했다는 이야기는 매우 감동이었습니다.
저는 문재인 득표율로 40% 후반대를 기대하였습니다. 그런데 실제는 그러하지 못했습니다. 6개월간의 촛불 항쟁과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이라는 특수 상황 속에서 국회 제1당이 받아낸 성적표입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 보수의 뿌리가 강고함을 인정해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개혁 동력을 잃지 않고 성공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엄호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국회 과반 의석도 넘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판보다는 격려와 지원이 더욱 절실합니다. 요즘 인사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하는 행태들을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민주시민 소양교육을 강력하게 추진했으면 합니다.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 단체, 시민단체에서 민주, 정의, 평등, 평화에 대한 가치가 시민들의 삶과 의식 속에서 살아 숨 쉬도록 끊임없는 교육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시민들이 지역사회 시민단체로 조직화되고 그 역량들이 모아져 민주개혁정부가 제3기를 넘어 제10기까지 항구적으로 쭉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또한 선거 때마다 1·2·3 시민행동을 조직하여 부패한 세력들이 완전히 청산되기를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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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현 _ 잠사학과 80학번으로 현재 (사)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에서 기획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시간 나는 대로 아내와 함께 100대 명산 등반에 도전하고 있다. (nhnh33@hanmail.net)
Last modified: 2024-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