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3:51 오후 109호(2017.06)

[묘소참배 후기]
김상진 열사 추모식에 다녀온 후

이상민 (동물생명공학전공 15)

동물생명공학전공 학부회장을 맡고 있는 15학번 이상민입니다. 후대에 태어난 제가 그 시절을 이해하기엔 어렵지만, 제가 낭독한 양심선언문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선언문의 문장들에는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정의와 분노가 담겨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선배님은 끝까지 유신헌법의 부조리에 무릎 꿇지 않으셨고, 다그치는 억압 속에서도 누구보다 당당했음이 느껴집니다. 양심선언문을 다 읽었을 때 그 의미가 더욱 절실하게 다가와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민주주의란 나무는 피를 먹고 살아간다고 한다’는 문장이 양심선언문에서 가장 와 닿았습니다. 선배님께서는 그 숭고한 피를 민주주의에게 주었고, 그 나무가 지금처럼 자라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선배님이 없었다면 민주주의는 마치 촛불이 사그라지듯 연기가 되어 사라졌을 것입니다. 그날의 울부짖음이 있었기에 지금처럼 버티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선배님이 흘린 것은 피만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고뇌의 눈물과 투쟁의 땀이 있었습니다. 저로서는 상상이 되질 않습니다. 스스로에게도 무엇이 잘못되었고, 올바른 것인지 수만 번 되뇌이며 얼마나 많은 고뇌의 밤을 보내셨을지. 그분이 외치는 것이 분명 틀린 것이 아닌데, 돌아온 것은 탄압과 기만이었습니다.

저에게는 1975년 4월 11일 그날의 비극이 빚으로 남아있는 듯합니다. 피로 물든 그날의 현장에 저도 함께 아픔을 나누지 못했고, 부조리한 독재에 투쟁하는 것을 도와드리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날의 아픔을 잊지 않고 그가 남겨두고 떠난 민주주의 정신을 이어갈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목숨을 바쳐 지켜내고자 한 그 의미가 헛되지 않도록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저와 같은 동물생명공학부에 정의로운 선배님이 있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만약 살아계셨다면 ‘축산의 날’과 같은 동문회 자리에서 만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분명 학부생인 저희에게 뜻 깊은 덕담을 해주셨을 것 같습니다. 잘못한 것은 바로잡으라고 말입니다. 선배님의 정신을 본받아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또다시 부당한 권력에 인권이 짓밟히는 것을 본다면, 강한 것이 정의가 아니라 정의가 강하다는 것을 실천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Last modified: 2024-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