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인 6월 6일 화요일. 온 세상에 한바탕 소낙비가 내리는 날이었습니다. 야유회 날씨로 반가운 것은 아니었지만, 참으로 오랜 가뭄 뒤의 비라서 원망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수원 캠퍼스 잔디밭에 천막을 치고 돗자리를 깔았습니다. 맞은편에는 현수막 사진전이 펼쳐졌습니다. 6월 항쟁 30주년 기념 사진전. 수원에서 기획사 ‘네트워커’를 운영하는 안길수(농생물 90) 회원이 준비해준 것입니다.
약속시간인 오전 11시를 전후해서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었습니다. 온 가족이 나주에서 출발한 국승용(농화학 87), 박숙현(농가정 87) 회원은 이른 아침부터 길을 서둘렀답니다. 이 자리에 오려고 새벽 다섯 시에 집을 나선 분도 있다고 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아이들이 모두의 관심을 한 몸에 받습니다. 선구자에 1년간 네덜란드 소식을 올려준 김민정(천연섬유 98), 송원규(농화학 97) 부부의 걸음마쟁이 어린 딸과 아들, 오랜만에 참석해준 허형석(농화학 96) 회원의 아이들, 이제 제법 소년티가 나는 변지연(농화학 92) 회원의 아들 형제 등.
11시부터 열린 총회가 끝나고 즐거운 점심 시간을 가졌습니다. 예전처럼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굽는 대신, 미리 준비해 온 불고기와 쌈채소, 김밥, 과일로 상을 차렸습니다. 매콤하게 볶은 고추장 돼지불고기는 수원에 사는 김춘희(농가정 84) 회원이 이른 아침부터 정성껏 준비한 것입니다.
경북 영천에서 과일 농사를 짓는 이영수(농사교 94) 회원이 살구와 복숭아를, 새롬식품 안희석 부회장이 우리밀 과자를, 중국에서 액세서리 회사를 운영하는 손태원(농화학 92) 회원이 온갖 장신구를 협찬해주셨습니다. 덕분에 한층 더 풍성하고 넉넉한 가족야유회 자리가 되었네요.
학번별 소개 자리에서는 돌아가며 자기소개만 하고 끝내기 아쉬워 추억의 ‘운동권 가요’로 노래자랑이 벌어졌습니다. 90년대 학번이 부르는 ‘바위처럼’에 맞춰 민정, 원규 부부의 두 살짜리 막내딸이 엉덩이춤을 춥니다. ‘바위처럼’은 90년대 학번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대표곡이었는데, 80년대 선배들은 처음 듣는 노래라네요.
이날 특별한 손님이 한 분 참석했는데요, 바로 권영길(잠사 61) 전 민주노동당 대표입니다. 세 번의 대통령 선거 출마를 통해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는 촌철살인의 질문으로 유명해지신 분이죠. 지금은 사단법인 ‘권영길과 나아지는 살림살이’의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지난 몇 년간 자가면역체계 이상으로 투병한 후라서, 다소 수척해진 외모가 좀 안타까워 보였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많이 건강해지신 상태라고 합니다. 권 이사장은 “그동안 사정이 여의치 않아 회원 모임에 나오지 못했지만, 김상진 열사는 늘 제 마음에 있었다”면서 앞으로 여건이 되는대로 모임에 참석하겠다고 말해 따뜻한 환영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줄기차게 오는 비 때문에 별다른 행사나 활동을 할 수는 없었지만, 밝게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들 덕분에 분위기는 즐겁기만 했습니다. 아무래도 6월 항쟁 30주년을 맞은 올해인지라 회원들 사이에서 그때의 추억담이 오가기도 했습니다. 내년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기를 기약하며, 올해 김상진 가족한마당은 내리는 비와 함께 조금 이른 오후에 마무리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