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3:03 오후 110호(2017.10)

[여는 글]
독박 쓴 MB

최재관 (식량닷컴 발행인, 농생물 86)

여주는 자전거를 타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 도무지 산이라고는 보기 힘들고 남한강을 끼고 만들어진 자전거 길은 강을 따라 평온한 경치를 구경하며 달리기에 좋은 곳이다. 여주는 MB 4대강 사업의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은 곳이다. 여주에는 보가 무려 3개나 있다. 여주보, 강천보, 이포보가 있고 보마다 요란한 건축물과 끝없이 펼쳐진 자전거 도로와 강가에 조성된 어린 나무와 야생화로 조성된 수없이 많은 작은 공원들이 남한강을 따라 펼쳐진다.

그런데 사람이 없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의 수보다 공원 수가 더 많을 지경이다. 저 많은 공원들을 어찌 관리할지 걱정이 된다. 그리고 4대강을 하며 파놓은 모래는 아직도 여주의 많은 논에 이집트 피라미드처럼 쌓여있다. 피라미드는 덮어놓은 보호막이 찢어지고 풀이 나서 스스로 산이 되어 가고 있다.

애초에는 그 많은 모래를 팔아서 여주시가 부자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여주 시장은 천 년 만에 찾아온 기회라고 했다. 천 년 전에 어떤 기회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여주시는 논에 쌓여 팔리지 않은 모래를 관리하기 위해 매년 엄청난 비용의 임차료를 지불하고 있다. 넓은 들판을 가로막아 풍광을 해치고 팔리지 않아 쌓여있으니 예산을 잡아먹는 애물단지가 되어 버렸다.

23년 전 여주에 처음 왔을 때는 개천에서 다슬기를 줍고 강에서는 조개를 주워서 구워 먹었던 적도 있다. 이제 추억 속에나 있는 일이 되었다. 깊고 넓게 파버린 강은 모래라고는 찾아볼 수 없으며 길고 넓은 수로로 만들어졌고 보를 통해 큰 호수가 되어버렸다.

강물은 짙은 녹색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녹조 라떼 혹은 녹즙이 되어 버렸다. 나는 그것이 MB의 4대강 사업의 결과라고 생각했다. 강에 보를 막아서 물의 흐름을 느리게 했기 때문에 그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녹조가 물을 막아서 생긴다면, 저수지에는 모두 녹조가 생기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2014년 환경부는 전국의 우물 2만 9천여 개의 수질을 조사한 적이 있다. 그 중 23.1%가 질산성 질소 초과로 음용수로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질산성 질소 초과는 청색증을 유발한다. 6개월 미만의 아이가 이 물을 마시면 파랗게 변한다고 해서 청색증으로 불린다.

전국 농촌 지하수의 1/4이 질소 과다 상태로 마실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물 맑은 농촌도 이제 옛말이 되었다. 토양에 질소성분이 과다한 이유는 분명하다. 논밭에 뿌려지는 화학비료와 유기질 퇴비와 축산분뇨가 우리의 땅과 환경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박근혜가 집권하는 동안 쌀값은 사상 유례 없이 폭락했다. 17만원하던 쌀값은 12만원까지 매년 1만원씩 떨어지더니 마침내 25년 전 정부수매가격으로 폭락했다. 쌀값이 떨어질수록 논에는 더 많은 화학비료가 뿌려졌다. 떨어진 쌀값을 수확량으로 매우기 위해 농민들은 더 많은 비료와 다수확 품종에 매달렸다.

더 낮은 쌀값에도 버티려면 더 많은 면적에 더 많은 비료와 더 많은 영양제와 더 많은 농약을 사용해야 했다. 그래야 더 값싼 쌀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농민들은 매년 오르는 농자재 값과 농기계 값 속에서도 이제 밥 한 공기에 150원까지 낮추는 기염을 토했다.

세계에서 농업 생산성이 가장 높은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믿기 어렵지만 우리나라 농민들이 단위면적당 생산성이 세계 최고다. 세계농민대회가 개최된다면 생산성 부문 단연 1위가 우리나라 농민이다. 우리나라는 경지면적도 좁으면서 곡물생산량은 네덜란드보다 4.3배 높고 뉴질랜드보다 7.6배나 높다. 농민들은 살아남기 위해 전 세계 어느 농민보다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그 결과물과 땅에 미치는 환경부하가 대단히 높다. OECD 평균에 비해 질소수지 초과량이 3.2배, 인산수지의 초과량은 4배가 많고 농약사용량은 14.3배가 많고, 에너지 사용량은 37배가 많다. 논밭은 하우스로 바뀌었고, 겨울에도 기름으로 불을 때고 신선한 채소를 만들고 있다. 우리는 농업의 경쟁력을 위해 더 값싼 농산물을 생산하는 데만 관심을 가졌다.

그것이 물과 토양과 에너지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돌아보지 못했다. 논과 밭에 뿌린 비료는 토양 속에 남아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결국 농수로를 타고 하천을 지나 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경쟁력 지상주의 농업이 농민의 가난한 삶을 만들뿐만 아니라 농촌에 마실 물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게 되었다.

유럽이 90년대에 들어와서 경쟁력중심 농업에서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강조하고 직불금을 주는 형태로 바꾼 가장 큰 이유도 WTO 체제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물과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경쟁력을 추구하는 농업은 환경에 부담을 주는 오염원이 된다. 물론 건강한 농산물은 더더욱 생산할 수 없다. 사람도 땅도 물도 함께 살기 위해서는 농업의 근본적인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마침 이 와중에 4대강에 보를 막은 MB가 강물을 녹조로 오염시킨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다. MB는 질소성분과 인산이 많은 강물을 단지 막기만 했는데 말이다. MB가 수질오염의 독박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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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관 _ 여주에서 15년 농사짓다가 8년 학교급식센터 하다가 현재는 농어업정책포럼 집행위원장을 한다. 열 살 아들이 가끔 묻는다. 학교에서 아버지 뭐하시는 분이냐고 하면 뭐라고 해야 하냐고. 글쎄, 우리나라 농업을 설계하는 사람이라고 해라!

Last modified: 2024-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