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섭 (정의당 대표비서실 차장, 지역시스템공학 03)
새해가 되면 새해 목표를 세우곤 합니다. 다들 올해 세운 목표를 얼마나 달성하셨는지 궁금하네요. 이미 금연이나 운동 같은 목표는 기억 속에서도 지워졌을 것 같습니다만, 어떠신지요?
저는 소소한 목표 두 가지를 세워봤습니다. 하나는 장롱면허를 탈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영어를 대화 가능한 수준까지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장롱면허 탈출은 이렇게라도 다짐하지 않으면 서울의 높은 대중교통 수준을 고려했을 때, 수십만 원을 들여 딴 운전면허가 장롱에서 나올 일이 요원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영어는 작년에 당에서 국제회의 참가 요청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영어로 발제 및 토론이 가능해야 된다고 해서 못 간 기억 때문입니다.
나름 소소한 목표를 세웠으나 촛불이다, 탄핵이다, 선거다, 어영부영 하다보니 5월 한복판이었습니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것은 둘째 문제고, 시도조차 못했다는 점을 깊이 반성했습니다. 대선이 끝나고 휴가를 받아 제주도에 쉬러 갔는데, 기회다 싶었습니다. 사실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했는데, 같이 간 애인이 운전을 해서 여행을 하자고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저는 ‘당신과 나의 안전을 고려했을 때 불가능하다’고 발을 빼려 했지만, 워낙 강경한 입장이라 결국 렌트카로 첫 운전을 해봤습니다.
요즘에는 ‘소카’라고 스마트폰으로 간단하게 결제해서 탈 수 있는 렌트카 서비스가 있더라고요. 제가 갔던 제주 함덕 해변에도 소카 한 대가 있기에 과감하게 빌렸습니다. 그리고 도로로 나갔습니다. 이게 참 하기 힘든 고백인데, 제주도에는 저처럼 놀러 와서 운전하는 초보운전자가 많고 보통 이 사람들이 사고를 낸다는 얘기를 어디서 들었습니다. 양심의 가책을 약간 느끼면서도, ‘오히려 방어운전을 하니 안전할 것이다’ 스스로 설득하며 도로로 나갔습니다.
의외로 운전이 별로 어렵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함덕 해변에서 4.3평화공원을 거쳐 김용갑갤러리까지 다녀왔습니다. 처음 운전대를 잡은 것치고 정말 별 탈 없이 운전을 마쳤습니다. 물론 몸은 땀으로 젖어있었습니다만. 그렇게 제주에서 첫 운전을 마치고 자신감이 붙어, 서울에 와서도 주말마다 소카를 타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서울은 확실히 지방도로와 다르더라고요. 길도 복잡하고, 차도 많고, 운전도 거칠어서 굉장히 고생했습니다. 그래도 한 달 정도 꾸준히 운전을 했더니 지금은 할 만합니다. 이렇게 목표 하나를 이뤘습니다.
영어는 아직 시작도 못 했습니다. 연초에 의욕적으로 며칠 하긴 했는데, 촛불-탄핵-대선 국면에서 도저히 신경을 못 쓰겠더라고요. 네, 변명입니다. 이게 해도 실력이 느는지 확인할 길도 없고, 계속 똑같은 패턴으로 공부를 하다 보니 재미가 없더라고요. 작년에 국제회의에 못 갔을 때는 의욕이 넘쳤었는데, 그 기억도 이제는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다시 중‧고딩 시절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해보자 싶었습니다. 가벼운 팝송부터… 아,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습니다.
자잘하게는 금연도 한 3개월 했습니다. 새해 목표는 아니었는데, 갑자기 혐짤(혐오스러운 사진)이 담뱃갑에 붙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작했습니다. 3개월은 잘 버텼으나, 대선 때 메시지팀 업무를 맡고 이틀 만에 실패했습니다. 하루 종일 생각하고 글 쓰는 일을 하다 보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4100원짜리 담배에서 5000원짜리 담배로 갈아타게 되어 피해는 더 커졌습니다. 대선 후유증이라고 하고 싶네요.
벌써 2017년도 반이 갔습니다. 연초에 세운 목표 기억나시나요? 말이 나온 참에 한 번 점검해 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남은 하반기에 올해 세운 목표 모두 이루시길 바라며, 저는 연말 송년회 때 유창한 영어로 인사드리겠습니다. See you soon everybo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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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섭 _ 재학 시절인 2006년 농대 학생회장으로 활동했다. 2011년부터 진보정치에 뛰어들어 진보신당(현 노동당) 서울시당 조직국장, 노동당 대변인실 언론국장을 역임하고 2016년 1월부터 정의당으로 옮겨 현재 대표비서실에서 일하고 있다. (no1enem2@gmail.com)
Last modified: 2024-08-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