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호 (아세안 산림협력기구 프로젝트 매니저, 산림자원 92)
구 분 | 내 용 |
식물명 | 삼지구엽초(三枝九葉草) |
학명 | Epimedium koreanum Nakai |
분류 | 쌍떡잎식물강 > 미나리아재비목 > 매자나무과 > 삼지구엽초속 |
꽃말 | 당신을 붙잡아두다 |
일요일 오전 이른 아침을 챙겨먹고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인근의 소래산(蘇萊山)에 올랐다. 경기도 시흥과 인천은 바닷가에 인접한 지역이라 해발고가 낮아 어느 곳에서건 우뚝 솟은 소래산을 볼 수 있다.
소래산은 인천광역시 남동구 장수동과 경기도 시흥시 대야동의 경계에 위치한 산이다. 높이는 해발 299.4m에 이르고 서쪽으로 인천대공원이 있는 관모산을 마주보고 있다. 행정동과 법정동으로 볼 때 정확한 위치는 인천 남동구 장수동 산 65번지이다. 소래산 산림욕장이라고 소래산의 극히 일부만 시흥시 대야동에 있다. 근교의 산 정상에서에 맛볼 수 없는 낙조 경관이 단연 최고이다.
소래란 지명은 지형이 소라처럼 생겼다는 설과 냇가에 숲이 많다는 설과 솔내에서 유래되었다는 설, 지형이 좁다는 등의 이유에서 비롯되었다고도 한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로는 신라 무열왕 7년(660년)에 당나라 소정방이 나당 연합군의 일원으로 군사를 친히 이끌고 백제를 공략하기 위하여 중국 산둥 성의 래주를 출발하여 덕적도를 거쳐 이 산에 머물렀던 뒤부터 소정방의 소(蘇) 자와 래주의 래(萊) 자를 합쳐 소래산으로 불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소래포구 등 근처 지역에 “소래”라는 명칭이 많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소래산 중턱 장군바위라고 부르는 암벽에 보물 제1324호로 지정된 마애보살입상이 선각되어 있다(위키백과 참조). 6개의 등산코스를 따라가면 어느 곳에서든 소래산 정상에 쉽게 다다를 수 있다.
인적이 드문 곳을 따라 가면 그동안 밀렸던 대화도 하면서 마음껏 자연을 느끼고 관찰할 수 있기에 이번에는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방향으로 향했다. 사람들의 접근이 적은 코스라 그런지 녹음 사이사이로 바람과 새소리가 들리고 폭이 좁은 등산로 주변으로 제법 많은 식물들이 우거져 자라고 있다.
용기를 내어 수풀이 우거진 등산로 초입에 첫발을 내디딘 순간 절로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예상치도 못했던 식물인 삼지구엽초(三枝九葉草)가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을 이런 순간에 하나 보다. 삼지구엽초가 어떤 식물인가? 주변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식물로, 이것을 보러 강원도와 경기도의 오지와 높은 산을 올랐기에 그 놀라움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무리를 지어 자라는 삼지구엽초의 특성상 주변을 조심스레 살펴보니, 그 주변 곳곳에 삼지구엽초가 제법 퍼져 자라고 있다.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이기에 여태 자리를 잡고 살아갈 수 있었나 보다. 앞으로 이 식물들이 잘 자랄 수 있을까 하는 걱정부터 앞선다.
삼지구엽초(三枝九葉草)는 음양곽(淫羊藿)으로 우리에게 더 알려진 식물이다. 사람들은 음양곽은 알아도 삼지구엽초는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음양곽은 글자그대로 음융한 양이 먹는 풀을 말하는 것으로 중국 명나라 때의 백과사전인 ‘삼재도회(三才圖會)’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옛날 중국 서천 지방에 양을 치는 노인이 살고 있었다. 노인은 자신이 보살피는 숫양 중에서 하루에 100마리도 넘는 암양과 교미를 하는 숫양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숫양은 수많은 암양과 교미를 한 후 기진맥진하여 산속에 갔다가 돌아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원기를 회복하여 암양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노인이 숫양을 따라 숲속으로 들어가니 그 숫양이 나무 아래에서 웬 풀을 정신없이 뜯어먹고는 원기를 회복하는 것이었다. 깜짝 놀란 노인도 그 풀을 뜯어 먹은 후 혈기가 왕성해져서 장가를 든 후 아기를 낳게 되었다. 이런 일이 있은 후 이 풀을 음양곽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삼지구엽초는 중북부 이북 지방에 주로 자생하는 매자나무과의 여러해살이 풀이다. 원가지에서 가지가 다시 세 갈래로 갈라지고, 또 각각이 세 갈래로 갈라진다. 키는 30cm 정도 자라며 옆으로 뻗어가면서 자라는 1개의 뿌리에서 여러 줄기가 나와 무리지어 자란다. 잎은 끝부분이 뾰족하고 밑부분은 심장 모양으로 가장자리에 잔털이 있다.
4~5월에 황백색의 꽃이 총상꽃차례를 이루며 아래를 향해 피어난다. 삼지구엽초의 꽃은 그 모양이 매우 독특해서 이 꽃을 본 사람은 머릿속에 그 잔영이 강하게 남는다. 긴 꿀주머니를 가진 꽃은 꽃잎 4장, 꽃받침잎 8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수술 4개, 암술 1개로 수술 가운데가 열리면서 꽃가루가 나온다.
삼지구엽초는 여름이나 초가을에 줄기와 잎을 따서 그늘에 말려서 약으로 이용한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이를 차로 끓여 마시거나 술을 빚어 마셨다. 동의보감에도 허리와 무릎이 쑤시고 아픈 것을 보강해주며 양기가 부족한 남성과 음기가 부족해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 망령한 노인, 건망증과 음위증이 있는 청년들에게 좋다고 기록되어 있다.
삼지구엽초는 자양강장 및 정력에 좋다는 효능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남획으로 자생지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이다. 산림청에서는 삼지구엽초를 희귀 및 멸종위기 식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식물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잎이 달린 모습이 삼지구엽초와 비슷한 꿩의다리 종류를 삼지구엽초로 속여서 팔거나 복용해서 피해를 보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니 주의를 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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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호 _ 서울대학교 산림환경전공 대학원을 졸업한 후 현재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에서 근무중이다. 페이스북 그룹 ‘야생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방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많은 사람을 덕으로 품어 안는 성격으로, 업무를 추진할 때는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스타일. 아시아산림협력기구가 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조직으로 발전하는데 작은 힘을 보태고 싶은 꿈이 있다. (quercus1@hanmail.net)
Last modified: 2024-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