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애란 (전 평택여고 교사, 후원회원)
‘한국 시니어 블로거 협회’의 특징은 가성비가 높은 모임이라는 점이다. 협회의 뇌섹남 김봉중 회장님은 처음부터 이렇게 기획했다.
‘호주머니가 가벼운 회원들도 모든 행사에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
블로거 회원들의 여행도 회장님의 야심찬 프로젝트 중 하나이다.
‘어떻게 하면 회원들을 저렴한 비용으로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40여명의 한국 시니어 블로거 협회 회원들이 정읍 구절초 축제를 향해서 출발한 것은 9월 마지막 금요일이었다. 축제장 입구에는 화사한 바늘꽃이 흐드러졌다. 어렸을 때 본적이 없어 외국 꽃인 줄 알았으나 우리나라 꽃이란다. 궁금한 건 못 참기에 곧바로 정경택 숲해설가님께 꽃 이름을 알아봤다. 야호! 이래서 우리 모임이 좋은 것이다. 각기 다른 재능과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가르치고 배울 수 있기에 말이다.
가을의 상징 코스모스가 드넓은 벌판에서 하늘거리고 있었다. 노오란 해바라기도 화안한 웃음으로 우리를 맞아주었다. 보는 즉시 우리 마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꽃이다. 봄부터 꽃을 가꿔 온 수많은 사람들의 예쁜 마음이 온전히 느껴졌다. 청초한 구절초는 내가 좋아하는 마가렛 꽃을 많이 닮아 있다. 평생 예쁜 꽃 속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고창이라는 손웅익 사무국장님의 말에 귀가 솔깃해진다. 진짜로요? 기대 만빵! 고창!
다음은 고창의 꽃무릇 단지 탐방이다.
고창의 꽃무릇은 거의 지고 있어서 많이 아쉬웠다. 흐드러졌을 때는 얼마나 장관이었을까? 미루어서 짐작할 수 있었다. 고창 꽃무릇 단지의 계곡에는 친절한 안내문이 있었다. 물빛이 검은 것은 도토리류의 탄닌 성분이 녹아들어서 그런 것이라고. 현지 사정을 잘 모르는 타지인에게 꼭 필요한 내용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단풍이 가장 곱다는 내장산도 잠깐 걸었다. 청명한 하늘에는 새털구름, 돌아올 때는 차창 넘어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하루였다.
‘여행은 어디에 가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중요하다.’
열정적이고 지혜로운 블로거 벗님들과 함께 한 여행길이 많이 행복했다.
사실은 출발 전날까지도 계속 갈등하고 있었다. 29일 금요일은 낮에는 오는 10월 코엑스에서 열릴 패션쇼에 참가할 패션모델 오디션이 있다. 저녁에는 또 다른 놀이터, 오페라 동호회 “광장클럽”이 모임을 가진지 1000회를 맞는 날이기에 꼭 가야만 했다. 하필 중요한 일정이 모두 29일 하루에 몰려 있어서 끝까지 힘들게 고민해야만 했다. 결과적으로 패션모델 오디션과 오페라 동호회 모임 두 가지를 포기하고 여행길에 나섰다.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여행의 화두는 ‘문학과 클래식음악’이다.
“Whatever our souls are made of, his and mine are the same.”
“우리의 영혼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모르지만 당신의 영혼과 나의 영혼은 같다.”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에 나오는 대사로 내가 사랑 고백의 으뜸으로 치는 대사이다.
두 연인의 절절한 사랑을 그린, 에밀리 브론테의 히이스가 우거진 ‘폭풍의 언덕’을 가보고 싶다. 그곳에서 문학의 향기를 맡아보고 싶다. 천재적인 작곡가 모차르트를 키운 잘츠부르크에 가서 아름다운 음악이 탄생된 자연을 보고 싶다. 이날 여행에서 구절초와 꽃무릇 구경보다는 서정주의 발자취를 더듬을 수 있는 서정주 생가 방문에 더 비중을 두었다. 허나 서정주 생가 방문은 시간 관계상 가지 못했다. 많이 서운했다.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예상보다 빨리 서울에 도착했다.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마음이 급했다.
‘야호! 잘됐다!’
밤 10시 넘어 서울에 도착해도 갈 작정이었는데 밤 8시쯤 도착했으니! 이 아니 기쁠쏘냐? 완전 좋았다. 긴 여행길에 많이 피곤하여 그냥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기필코 가야만 한다. 압구정으로. 서둘러서 지하철 3호선을 타고 압구정으로 갔다.
과연 1000회 기념 모임답게 좌석이 동나서 입석이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비록 내 자리가 없어도 모처럼만에 벗님들로 꽉 찬 내 놀이터를 보는 것이 좋아도 너무 좋았다. 내가 죽을 때까지 가고 싶은 놀이터는 바로 이곳 ‘무지크 바움’이다. 이곳은 나를 편안하고 행복하게 해준다.
“대한민국 1% 안에 드는 문화귀족”
무지크 바움의 대표 유형종 님이 우리 회원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나는 이곳이 운영난으로 문 닫을까 늘 노심초사다. 극히 한정된 곳에서만 음악 감상을 할 수 있었던 옛날과 달리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라도 모든 장르의 음악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다른 곳과는 차별화되는 탁월한 음질의 이곳에서 음악을 들어보고 럭셔리한 이곳 분위기에 빠져들면 그 매력에서 쉽게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클래식 음악을 깊이 사랑하는, 같은 취향의 오랜 벗들이다. 얼굴만 봐도 반갑고 기쁜 벗들이 1000회 모임을 같이 한다는 것은 커다란 의미이고 감동이다. 오늘을 위하여 광장의 영원한 소년 김영권 전 회장님의 따님이 특별 초청됐다. 소프라노 김재원 님이다. 그녀는 푸치니의 오페라 ‘쟌니스키키’ 중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를 불렀다. 이 곡은 내가 특히 좋아하는 아리아 중 하나이다. 곡이 극히 아름답고 화려해서 좋아한다.
오페라의 총괄적인 역사를 강의해 주신 분은 유 대표님이다. 19세기에는 이태리에만 750여개의 오페라 하우스가 있다고 했다. 이태리 사람들이 오페라를 얼마나 좋아했는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의 오페라 동호회 ‘광장’의 역사는 김영석 회장님이 강의해 주었다. 내용이 한눈에 들어오게 표로 작성하여 일목요연하게 설명해 주었다. 희망사항은 2000회 기념파티 때도 지금 모인 회원들이 모두 모이는 것이다.
‘삶을 기품 있고 우아하게’
평생 내가 추구하는 삶이다.
내가 원하는 삶의 상징 중 하나인 내 사랑하는 놀이터가 어려움 없이 꾸준히 성장해 가기를 기도해본다. 나도 주인의식을 갖고 무급 홍보대사를 자처하며 지인들에게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모아지면 우리의 행복한 놀이터 ‘무지크 바움’은 영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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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애란 _ 선생은 서둔야학 시절 야학생과 교사로서 맺은 인연을 누구보다도 소중히 여기며 본회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평택에서 어릴 적 꿈이었던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다 은퇴하였다.
Last modified: 2024-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