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호 (아세안 산림협력기구 프로젝트 매니저, 산림자원 92)
구 분 | 내 용 |
위 치 | 경기도 시흥시 동서로 287 (장곡동) |
공원면적 | 1,506,500m2 (약45만평) |
주요생물 | 염생식물, 저서생물, 조류 |
코 스 | 제A코스, 제B코스, 제C코스, 제D코스 |
경기도 시흥시(始興市)는 북쪽으로 부천시, 동쪽으로 광명시와·안양시, 남쪽으로 안산시, 서쪽으로 인천광역시와 서해에 면해 있는 수도권의 주거·공업 분담도시입니다. 마산(246m), 소래산(299m), 성주산(208m) 등이 시계를 따라 솟아있습니다. 서쪽은 경기만에 접하고. 목감천이 북류하여 안양천과 합류하며, 뱀내천 하류가 은행천·장현천과 함께 소래포구를 통해 경기만으로 흘러듭니다. 하천 연변에 충적지가 발달하였으며, 하류에 간척지와 염전이 분포하고 있습니다. (두산백과 참조)
필자는 봄부터 초여름까지는 야생화를 보고자 주변의 산을 자주 오르내리고 여름 이후로는 야생화를 포함한 생물이 풍부한 바닷가 지역을 방문하곤 한답니다. 서해안 연안은 드넓은 갯벌 주변에서 서식하는 다양한 생물을 손쉽게 만날 수 있고 저 멀리 펼쳐진 바다가 그동안 쌓여왔던 일상의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 보낼 수 있어 참 좋은 곳입니다.
갯벌은 살아 숨 쉬는 해양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갯벌은 식물 플랑크톤을 포함한 식물 164종, 동물 687종이 살아가는 터전이며, 전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물새 중 47%가 주요 서식지로 이용하는 곳이기도 합니다.(갯벌에서 살아남기 1,2 참조) 이러한 생물다양성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서해안과 남해안 갯벌은 미국 동부의 조지아 연안, 캐나다 동부 연안, 아마존 유역 연안, 북해 연안과 함께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에 속합니다.
흔히 갯벌 하면 바닷물이 빠져나간 후의 넓고 평평한 진흙땅을 떠올릴 것입니다. 하지만, 시흥 지역에는 다른 지역의 갯벌과는 다른 갯벌 사이를 뚫고 길게 나 있는 고랑(물길, 물고랑)인 ‘갯골’을 만날 수 있습니다. 시흥의 갯골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내륙 깊숙이 들어와 있는 내만(內灣) 갯골에 속합니다.
지금은 약 45만평의 공원면적에 갯골을 따라 A코스(2.2km, 30분), B코스(3.5km, 1시간), C코스(9,4km, 2시간), D코스(9,4km, 3시간)의 탐방로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시흥갯골은 시흥의 자연 정화조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뿐 아니라, 자연 재해와 기후를 조정하고, 연안 생태계를 지탱하는 생태적인 기능을 수행하며 경제적 가치를 발휘하고 있습니다.(시흥갯골생태공원 홈페이지(http://gaetgol.siheung.go.kr) 참조)
몇 해 전 시흥갯골생태공원을 방문하였을 때만 해도 공원 입구에 차를 주차하고 걸어 들어갔는데 현재는 친환경적인 주차시설을 구비하고 공원 및 갯골 지역을 탐방하기에 적합한 탐방로를 설치하였습니다. 이곳 소래염전 지역은 일제 강점기인 1934~1936년에 조성되어 갯골을 중심으로 갯벌 사이로 난 수로를 통하여 소래포구로부터 바닷물을 끌어들여 145만평의 광활한 면적에서 소금을 생산했던 곳입니다.
당시 이곳에서 생산된 대부분의 소금이 수인선과 경부선 철도를 따라 부산항으로 운송된 후, 일본으로 반출되었기에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기도 합니다. 1996년 천일염 수입자유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염전 사업이 중단되자 자연습지에서 자라던 동식물들이 되살아나면서 생태환경이 복원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시흥갯벌은 내륙 깊숙이 들어온 나선형의 갯벌입니다. 갯골의 경사가 급한 특이한 지형을 보전하고 물새 및 법적보호종의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 습지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훼손방지 및 지속가능한 이용을 도모하기 위하여 습지 보존법에 의거 전국에서 12번째로 연안습지보호지역(면적 : 0.71km2)으로 지정된 곳입니다.
시흥갯벌 내에는 산림청이 지정한 희귀식물인 모새달군락을 비롯하여 칠면초, 해홍나물, 나문재, 큰조뱅이, 갈대, 갯개미취, 갯잔디, 천일사초, 해당화, 퉁퉁마디, 갯질경, 수송나물, 갯개미자리, 큰비쑥 등이 군락을 형성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2급 2종(말똥가리, 검은갈매기), 천연기념물 2종(황조롱이, 잿빛개구리매), 인근지역에서도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2급인 맹꽁이 금개구리 등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입구의 산책로를 따라 쭉 걸어가면 전망대에 올라 갯골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바닷바람이 세차게 불어올 때면 그에 맞추어 전망대도 흔들흔들하는 아찔한 묘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갯골생태공원 내에는 아직 2개의 소금창고가 남아 있고 6천여 평의 염전에서 소금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아이들에게 신기한 경험을 제공한답니다.
끝없이 펼쳐진 갈대숲길을 지나 늠내길을 따라 걷다보면 칠면초가 드넓게 펼쳐진 곳을 만나게 되는데, 이곳을 지나치는 사람들 누구나 그 아름다운 풍경에 매료되어 사진기에 담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탐방로를 따라 걷다보면 저 멀리 갯골을 건널 수 있게 만들어진 곡선형 아치의 바라지 다리도 볼 수 있습니다.
시흥의 갯골은 이렇게 아름다운 경관과 생물다양성을 간직한 보호구역이지만, 습지보호구역과 골프장이 공존하는 아이러니한 곳이기도 합니다. 갯골 생태공원 바로 옆에 골프장이 조성되어 방문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골프장을 개발할 당시만 해도 정부측과 업체측은 골프장의 맹독성 제초제 등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했지만, 보호구역내에서 이렇게 버젓이 개발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이 참 아이러니합니다.
이러한 세계적인 자연유산을 간직한 것은 우리의 자랑거리지만, 골프장과 공존하는 현실은 우리의 수치이기도 합니다. 세계 역사를 살펴보면 자연을 훼손하였을 경우 자연은 우리에게 그렇게 쉽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습니다. 이 가을 단풍여행을 못하신 분들이 있다면 육지와 해양생태계가 공존하는 시흥의 갯골을 찾아보셨으면 합니다.
.
최성호 _ 서울대학교 산림환경전공 대학원을 졸업한 후 현재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에서 근무중이다. 페이스북 그룹 ‘야생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방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많은 사람을 덕으로 품어 안는 성격으로, 업무를 추진할 때는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스타일. 아시아산림협력기구가 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조직으로 발전하는데 작은 힘을 보태고 싶은 꿈이 있다. (quercus1@hanmail.net)
Last modified: 2024-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