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범(농업정책보험금융원 정책자금관리실, 농경제학과 09)
새해가 밝으면서 어느덧 회사 생활도 4년차에 접어들었다. 입사하고 나서 <선구자>에 ‘나의 취준기’라는 글을 쓴 게 불과 얼마 전인 것 같은데, 지나온 시간의 흐름이 새삼스럽다. 작년에는 인사이동으로 부서가 바뀌었다. 새로운 일을 배우고 적응하다보니 한 해가 더 훌쩍 가버린 것 같다. 일주일 중 5일을 보내는 회사는 어느새 내 생활에서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내가 3년 여간 일했던 회사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규모가 작은 기관이라서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사명은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이다. 이름이 길다. 소관 부처의 이름부터가 `농림축산식품부`이니 말 다했다. 그 때문인지 산하 공공기관들의 이름이 대체로 길다. 총 10개의 산하기관 중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13글자로 가장 길고 우리원이 9글자로 공동 4위이다. 이렇게 이름이 길기 때문에 보통은 약자로 줄여 부르는데, 우리원은 농금원이라고 부른다. 2015년에 농업재해보험 업무를 수탁하면서 사명에 `재해보험`이 들어갔다. 내가 생각하기에 사명에서 우리원의 정체성을 아우르는 단어는 `농업`과 `금융`이다.
쉽게 말해서 농업금융과 관련된 정책업무를 수행하는 곳이다. 조금 덧붙이자면 농림수산정책자금(대출, 펀드, 보험)의 효율적 운용을 위한 제도연구, 사업관리·점검 등 정책금융 관리업무를 하고 있다. 크게 3개의 사업으로 나눌 수 있는데, 위에 쓰여 있듯 대출, 펀드, 보험이 그것이다. 대출 업무는 우리가 직접 대출을 해주는 것이 아니고, 금융기관이 행한 정책자금 대출의 취급과정과 실제 사용실태를 점검한다. 더 나아가 정책자금 취급 및 사후관리 등 전반적인 과정을 지도·교육하고 부당사용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한다.
두 번째 사업인 펀드는 대출 위주의 농업금융에서 벗어나 ‘농림수산식품 모태펀드’를 조성하여, 투자를 통해 농림수산식품산업의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농림수산식품 모태펀드는 정부가 출자하여 조성한다. ‘모태’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에서 재출자하는 자금에다 민간자본을 더하여 농림수산식품 투자조합을 다시 결성한다. 이 농림수산식품 투자조합이 최종적으로 농림수산식품 경영체에 투자를 하고 사후관리를 한다. 이러한 전 과정을 기획하고 관리하는 것이 펀드 사업이다.
마지막으로 보험 사업은 농업재해보험사업을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가장 최근에 맡게 된 업무이다. 농업재해보험은 농작물재해보험, 임산물재해보험, 가축재해보험을 통칭하는데, 농업재해로 발생하는 재산 피해에 따른 손해를 보상해주는 보험이다. 궁극적으로 농어업 경영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보험사업의 목적이다. 이 밖에 농업인 안전 보험사업에 관한 업무도 2016년부터 수행하고 있다. 농업인 재해보험 확대는 작년에 발표된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되었을 정도로 중요한 사업이다.
내가 입사하여 처음 배치된 곳은 경영지원 부서였다. 이곳에서 회계 업무를 맡았는데, 규모가 작은 회사의 특성 상 업무범위가 회계에 국한되지는 않았다. 실제로는 모든 지출에 대한 결재, 예산집행 관리, 직원 급여 및 4대보험 등 재무와 관련된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하였다. 때문에 입사하고 첫 1년은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지나갔다. 그간 재무나 회계에 대해서 전혀 공부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당장 ‘회계원리’ 과목부터 인터넷으로 수강하면서 업무를 익혔다.
일 년 중 대부분이 바쁜 시즌이었다. 8~10월에는 국정감사에 수많은 자료들을 제출하고, 11~12월은 한 해의 예산집행을 마무리하고 급여인상 등의 작업을 하고, 1~3월은 재무제표를 작성하여 회계감사를 받고, 기관의 경영평가를 위한 계량지표 등의 자료를 제출하는 식이었다. 1년의 주기가 지나고 나서는 조금 익숙해지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새롭고 중요하며 시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툭툭 터지면서 나를 괴롭혔다. 공공기관의 업무는 다소 널널할 것이라는 흔한 선입견을 완전히 깨버리는 경험이었다.
그렇게 정확히 2년을 보내고 나서 지금의 대출 사업 부서로 배치되었다. 앞서 말했듯이 금융기관의 정책자금 대출에 대해 그 취급과정과 사용실태를 점검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개인정보 등의 문제로 보통 대출을 취급한 금융기관에 직접 방문하여 점검한다. 정책자금 대출을 취급하는 금융기관은 대부분 농협, 수협, 산림조합으로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다. 때문에 일 년에 절반 이상 지방 출장을 다닌다. 특정 지역만 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처음 가는 고장도 많고, 취급기관의 상황이 비슷하면서도 각기 달라서 매번 새로운 기분이다. 흔치 않은 경험이라고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 3년여의 시간이 몇 개의 문단으로 요약된다는 게 이상할 정도로 많은 일이 있었다. 때로는 힘들어서 고민했던 일이 시간이 지나자 자연스레 해결되는 신기한 경험도 했다. 이제 4년차를 맞이했는데 여전히 녹록치는 않다. 그래도 즐거운 마음으로 회사를 다닌다. 다른 이유들도 있지만, 전공 분야에서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이런 소소한 보람이 올해 회사 생활에서도 나를 지탱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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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범_ 대학을 졸업하고 지난해 여의도의 공기업에 입사했다. 전공인 경제학과 관련된 업무가 대체로 적성에 맞아서 앞으로도 성실한 직장인으로 살아볼 생각이다. 김상진기념사업회에서 진행하는 ‘대학생 농업탐방’에 참가한 인연으로 선구자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Last modified: 2024-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