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4:38 오후 111호(2018.01)

[우리 들꽃 이야기]
깽깽이풀 이름의 유래를 찾아서

최성호 (아세안 산림협력기구 프로젝트 매니저, 산림자원 92)

구 분내 용
식물명깽깽이풀
학명Jeffersonia dubia  (Maxim.) Benth. &Hook.f. ex Baker &S.Moore
분류쌍떡잎식물강 > 미나리아재비목 > 매자나무과 > 깽깽이풀속
꽃말설원의 불심, 안심하세요.


우리나라에는 5천여 종의 식물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각 식물마다 고유의 이름이 있다. 그것들에 관심이 있거나 필요한 사람들이 이름을 불러주고 소통했을 것이다. 도대체 그 많은 식물의 이름을 누가 지었단 말인가? 식물의 이름은 약용 및 먹거리에서 유래한 것도 있으나, 대개는 오래 전부터 민가에서 부르던 이름이 구전된 것이 많다.

근대 식물분류학이 도입된 이래 우리나라 식물 이름은 조선식물향명집에서 시작되었다고 본다. 일제강점기인 1937년, 우리말로 통일된 국내 2천여 종의 식물명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우리나라 최초의 식물도감인 조선식물향명집(朝鮮植物鄕名集)이 발간되었다. 불행하게도 조선식물향명집은 국화과 식물을 제외하곤 왜 그 이름을 붙였는지에 대한 기록을 해두지 않았다. 때문에 식물명의 유래를 추적하는 일이 현재로서는 매우 힘들다.

요즘 필자는 그동안 연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조선식물향명집의 식물명 유래 찾기에 열중하고 있다. 조선식물향명집에 나온 1944종의 식물 중에서 깽깽이풀은 그 유래가 유독 궁금한 식물 중 하나다. 여기서 그 이름의 유래를 살펴보고자 한다.

깽깽이풀은 현재 희귀식물로 분류되어 있다. 국립수목원이 발간한 <한국의 희귀식물>( 2012)은 깽깽이풀을 위기종(Endangered Species)으로 기록하면서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낮은 산지의 숲 가장자리에 주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원줄기는 없으며 높이 15~25cm 정도 자란다. 이른 봄에 나는 잎은 붉은 자주색을 띤다. 잎은 뿌리에서 여러 개가 나고 연잎 모양으로 가장자리에 물결모양의 톱니가 있으며 잎자루는 길다. 꽃은 3~4월에 잎보다 먼저 피며 뿌리에서 올라온 꽃줄기에 하나씩 달리고 꽃잎은 연보라색으로 6~8장이다. 열매는 타원형으로 골돌로 익는다. 일본, 중국, 러시아에 분포하며 우리나라에는 제주도와 전라남도를 제외한 전국에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자생지에서의 남획이 극심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주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골돌[蓇葖, follicle] : 여러 개의 씨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개의 봉선을 따라 벌어지고 1개의 심피 안에 1개 또는 여러 개의 종자가 들어 있는 열매(예: 목련), 편집자 주)

깽깽이풀은 참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식물이다. 언어구성으로 보아 고유어이고, 어휘구성을 살펴보면 ‘깽깽이+풀’로 이루어진 합성어이다. 깽깽이풀은 조선식물향명집에 최초로 기재된 이후 현재까지 대한민국 산림청에서 운영 중인 국가표준식물목록의 추천명으로 사용되고 있다. 조선식물향명집 이전에는 중국과 일본보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것이 약효가 월등히 우수하다 하여 조황련(朝黃蓮)이라는 이름으로, 잎과 꽃의 모양이 연꽃을 연상시키는데 한약재로 사용하는 뿌리가 노랗다고 하여 황련(黃蓮)이라고도 불렸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이름의 유래가 밝혀지지 않아 의견이 분분한 실정이다. 이에 관한 몇 가지 설을 제기해 본다. 첫째, 깽깽이풀 씨앗에 붙어있는 엘라이오솜(elaiosome)을 먹이로 쓰기 위해 개미가 즐겨 물어가는데, 씨앗을 물어가던 개미가 띄엄띄엄 떨어뜨린 씨앗의 싹튼 모습이 깽깽이 뜀을 한 것 같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자생지를 가보면 깽깽이풀이 한 줄로 길게 자란 것을 볼 수 있다. 현재로서는 깽깽이풀의 이름에 대한 유력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둘째, 이 풀이 피어나는 4~5월은 한창 바쁜 농사철인데,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농민들에게 마치 깽깽이(꽹과리) 치며 놀자고 유혹하는 것 같아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다.

셋째, 이 풀에 함유된 환각 성분으로 인해 강아지가 이 풀을 먹고 깽깽거렸다고 해서 깽깽이풀이라고 불렀다는 설이다. 실제로 강아지가 이 풀을 잘 먹는다고 하는데, 필자는 강아지가 이 풀을 먹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마지막으로는 위에서 제기한 설 외에 깽깽이풀의 경상도 방언인 깽이풀에서 유래를 찾고 싶다. 깽이는 괭이의 경상도 사투리인데, 깽깽이풀의 잎과 줄기는 괭이의 모양과 흡사하다. 여러분은 과연 어떤 설이 제일 그럴듯한가? 어떠한 설을 받아들이건 간에, 깽깽이풀 이름의 유래는 정겹기만 하다. 다음에 깽깽이풀을 만나거든 꼭 그 이름을 불러주셨으면 한다.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깽깽이풀 전초
깽깽이풀 꽃
깽깽이풀 잎

*사진출처 : 페이스북 그룹 <야생화를 사람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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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호 _ 서울대학교 산림환경전공 대학원을 졸업한 후 현재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에서 근무중이다. 페이스북 그룹 ‘야생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방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많은 사람을 덕으로 품어 안는 성격으로, 업무를 추진할 때는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스타일. 아시아산림협력기구가 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조직으로 발전하는데 작은 힘을 보태고 싶은 꿈이 있다. (quercus1@hanmail.net)

Last modified: 2024-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