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 (김상진기념사업회 회장, 농화학 84)
1975년 이후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을 졸업한 동문들은 그 날을 4·11이라 불렀습니다. 매년 벚꽃이 만발하고 진달래꽃이 찾아오는 길목에서 맞이하는 그 날은 민주주의를 향한 우리의 갈망을 서로 확인하는 날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잔인한 달 4월에는 올해 70돌을 맞이하는 제주4·3항쟁도 있고, 4·19도 있고, 4·9 사법살인도 있습니다. 이 청명한 하늘 아래서 왜 그리도 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해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올해 김상진 열사 43주기를 맞으며 매우 특별한 감정이 듭니다. 추도사를 준비하며 2년 전 사진집을 들추어보니, 2016년 이 자리에 걸려있는 현수막에는 “유신독재 저지, 민주주의 부활”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작년 추도식에서 우리는 “민주주의는 국민이 선출한 통치자를 해고할 수 있는 체제”라는 것을 증명한 위대한 촛불혁명을 자축하였고, 이 사회의 밑바닥에 유령처럼 떠돌고 있는 유신의 망령을 대청소하는 데 힘을 모으자고 결의하였습니다. 또 미국의 사드 배치를 비롯한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정세에 불안한 전쟁의 기운을 걱정하며 민족 간의 평화와 화해정책을 갈망하기도 하였습니다.
작년 4월에서 올해 4월까지 1년을 함께 돌이켜 보는 것은 참으로 다이내믹합니다. 우선 새로운 민주정부가 다수 국민의 지지로 탄생하였습니다. 상처 입은 민주주의, 상처받은 유가족의 마음을 위로하며 하나둘씩 역사의 적폐 찌꺼기를 그물로 걷어 올리며 차근차근 청소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마침내 역사상 가장 큰 사기꾼이자 부도덕한 전직 대통령 한 명을 단죄의 감옥으로 보내는데 성공하였습니다.
그리고 2018 평창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만드는 데 성공함은 물론 한반도에 전쟁의 위협을 걷어내고 평화의 비둘기가 날아오르는 꿈같은 장면을 우리 눈으로 목도하고 있습니다. 동문 선배 동지 여러분, 우리 함께 뜨거운 박수와 함성으로 이 희망찬 1년의 동안의 여정을 함께 응원해주시지 않겠습니까?
우리 김상진기념사업회는 1987년 6월 항쟁의 결과물로 1988년 창립되었고 김상진의 정신을 계승하고 우리 역사에 아로새김을 다짐하였습니다. 우리 농업의 가치 실현과 민주주의 사수, 그리고 민족공동체의 통일이라는 세 가지 주제를 우리 사업회의 이념으로 세웠습니다.
오늘은 김상진 의거 43주기입니다.
비로소 유신을 비롯한 적폐의 찌꺼기를 지워내는 역사 대청소는 시작되었고 올해 예정되어 있는 또 한 번의 선거에서 대청소의 시금석을 만드는 일에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의 동참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또한 농업의 다원적 가치 실현은 물론 남북한의 화해를 앞당기는 통일 농업의 선봉에 우리 회원들이 최선봉에 서서 나아갈 것임을 열사 앞에 다짐합니다.
그동안 촛불과 모든 인권투쟁의 현장에서 함께 해주신 서울대 민주동문회 동문선배들께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드리며 열사와 깊은 인연으로 40여년의 세월을 함께 해주신 5·22 선배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리고, 특히 금년에도 참석해주신 열사의 보성고등학교 58회 동문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2018년 4월 8일 김상진기념사업회 회장 정근우
Last modified: 2024-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