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2:06 오후 112호(2018.04)

[청년, 미래를 꿈꾸다]
태양광 발전, 반대도 많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박선아 (퍼실리테이터 클럽 대표, 농경제 08)

최근 환경·에너지 분야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이 시행되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태양광 발전 확대 정책이 있습니다. 그런데 태양광 발전 시설 입지 과정에서 지역주민과의 갈등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기존 재생에너지 입지 갈등은 풍력발전처럼 대규모 시설에 관한 것이었던 것에 반해, 태양광 갈등은 소규모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태양광 시설에 대한 반대가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은 한국에서의 독특한 현상 중 하나입니다.

원래 농촌과 환경의 관련에 대해 졸업논문을 써보고 싶었던 저는 이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이 주제를 택하던 작년 12월경에는 태양광 시설 반대가 ‘님비(Not In My Back Yard)’ 현상으로 불리곤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사람들이 반대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강한 반발심(?)으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013년부터 농활을 위해 방문했던 옥천군을 대상으로 올 겨울 내내 현장연구를 진행했습니다.

3개월간 만난 연구 참가자들은 ‘아침에 눈만 뜨면 보이는 산과 숲이 태양광 패널로 대체되는 상황’을 가장 큰 반대 이유로 꼽았습니다. 평생 마을을 가꿔온 분, 객지생활을 하다가 고향으로 뼈를 묻으러 오신 분,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고 귀촌한 분 등, 그들에게 이 ‘장소’의 의미를 무엇이라 정의해야 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도시에서만 살아온 저에게는 없는 장소에 대한 강한 애착이 느껴졌습니다.

농촌사회에서 태양광 시설은 기존 혐오시설이나 난개발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아니, 기존의 시설들에 비해 훨씬 제한 없이 마을 곳곳에 들어선다는 점에서 더욱 당황스러운 존재였습니다. 물론 지가가 하락할 것이라거나, 태양광 설비에 대한 오정보 등 사실이라고 하기 어려운 내용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틀린 이야기가 자꾸만 회자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장소에 대한 애착과 함께 농민의 상대적인 박탈감, 자치를 파괴하고 입지하는 방식, 농업과 산사태 위험에 대한 공포 등이 존재했습니다. 전국에 태양광 광풍이 불며 농촌 노인을 상대로 한 사기, 거짓 보상약속, 그리고 마을공동체 내의 치유할 수 없는 갈등도 태양광 시설 확대 정책의 안타까운 단면이었습니다.

태양광 발전소 반대 집회
태양광 발전기 설치를 위해 산을 깎아낸 모습

연구를 시작하던 작년 12월에 비해 지금은 이 갈등현상에 대해 더 많은 환경정책가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 희망적입니다. 3월말 연구 최종보고회에 참석한 전국의 정책연구자들은 에너지전환은 과정도 정의로워야 한다는 의견, 더 이상 디벨로퍼(전문 개발업자)들에게 국가전략을 맡기는 것은 제한되어야 한다는 의견, 현장에서의 다양한 가치충돌을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 등을 제시했습니다. 정부가 한편으로는 ‘숫자’에만 매달리고 있는 시점에,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을 고민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어 힘이 났습니다.

스스로 가장 뜻 깊게 느낀 일은 농촌 사람들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고민하는 사람들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는 점입니다. 태양광 시설이 세워지고 있는 농촌 사람들이 이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저 스스로는 공공인류학적 사명감을 가지고 연구에 임했습니다. 기어츠는 《문화의 해석》에서 문화연구는 ‘그들의 사회적 대화의 흐름을 해석하여, 그들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이 되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정책과 학문에서는 서로 다른 세계가 대화를 통해 상호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가 연구보고서의 마지막 줄에 썼듯, 에너지전환은 단순한 에너지원의 전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최종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이 연구에 도움을 준 많은 분들이 떠올랐습니다. 옥천 농활에서 연을 맺어 초기 현장연구에 디딤돌을 놓아준 옥천신문 편집장님과 농민회원들, 옥천이 고향이자 선구자 기고를 하고 있는 후배 수범이, 처음 만난 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아주신 30여명의 연구 참여자들, 피드백을 준 연구실 사람들과 지식 공공성을 위한 대학원생 모임 친구들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분들이 도와주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농촌·농업’과 ‘장소’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한 ‘농생대’와 ‘농경제사회학부 지역정보전공’이 제 연구의 큰 축이 되었다는 점도 꼭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감사하게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에서 지원을 해주셔서 재정적 문제없이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홈페이지에서 연구보고서를 보실 수 있습니다. 부족함이 많은 보고서이지만 혹시 관심 있는 독자분이 읽고 저에게 피드백을 주신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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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아 _ 농생대 농경제사회학부 08학번. 서울대 환경대학원 석사과정 재학 중. 퍼실리테이터 클럽 대표를 하면서 사람 중심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늘 새로운 시도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2468nice@gmail.com)

Last modified: 2024-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