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1:58 오후 112호(2018.04)

[우리 들꽃 이야기]
봄의 전령사 개나리

최성호 (아세안 산림협력기구 프로젝트 매니저, 산림자원 92)

구 분내 용
식물명개나리
학명Forsythia koreana (Rehder) Nakai
분류쌍떡잎식물강 > 현삼목 > 물푸레나무과 > 개나리속
꽃말희망

시나브로 봄이 왔다.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 그 인고의 시간이 빨리 지나기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봄은 세상 만물이 새 생명의 움을 틔울 때 대지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자연은 일상에 지친 도시인에게 더할 나위없는 휴식과 봄기운 가득한 에너지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사람들은 이 계절의 아름다움을 즐기러 부지런히 발걸음을 재촉한다. 봄기운이 오르는 3~4월이면 수북하게 쌓인 낙엽 밑에서 꽃들의 아우성으로 숲은 요동을 치고, 나무는 물을 올리고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봄에 피는 꽃들은 다른 계절과 달리 유난히 화려하다. 산과 들에는 개나리, 진달래, 철쭉이, 뜰에는 매화, 살구나무, 배나무, 벚나무가 피어 아름다운 꽃동산을 이룬다.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한 봄꽃이 개나리다. 볕이 잘 드는 양지에 화사하게 무리지어 피는 노란 개나리를 보면 봄을 만끽하게 된다. 최남단 제주도에서는 2월부터, 서울에서는 3월 말경에 피기 시작한다.


개나리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라는 낙엽이 지는 키 작은 나무로, 우리 고유 식물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개나리, 산개나리, 만리화, 털산개나리, 긴산개나리, 장수만리화 등 총 6종의 자생식물이 등록되어 있다. 줄기는 높이 2-5m로 꽃은 2-4월에 잎겨드랑이에 노란색으로 1-3개씩 달린다. 꽃은 긴 종 모양 또는 깔때기 모양으로 끝이 4갈래로 갈라진다. 그래서인지 서양에서는 개나리를 ‘황금종나무(golden bell tree)’라고 부른다. 열매는 삭과(蒴果)로 달리나 그리 흔하지는 않다. 개나리는 한국 특산식물이건만 아직까지 자생지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개나리속 다른 종들과는 달리 줄기가 위에서 아래로 늘어지는 경향이 있다.

조선식물향명집(1937)에 개나리로 기록된 이래 현재 국가표준식물목록의 추천명으로 사용되고 있다. 개나리의 유래는 나리에 ‘개~’가 붙은 것으로, 나리꽃과 비슷하게 생겼으나 그보다 작고 꽃이 예쁘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1824년 조선시대 실학자 유희가 쓴 『물명고(物名攷)』에는 나리는 별도로 ‘개날이’로 기재하고 개나리는 개나리나모로 표기되어 있어서, 개나리는 ‘개+나리’ 형태로 이루어진 이름이 아닐 수도 있음을 보여 준다. 학명 Forsythia koreana에서 속명 Forsythia는 영국의 정원예술가인 William A. Forsyth(1737~1804)를 기념하기 위해 붙여진 이름으로, 물푸레나무과 개나리속 식물을 지칭한다. 종소명 koreana는 ‘한국의’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모든 생물은 자신의 유전자를 널리 퍼뜨려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으려 한다. 개나리도 다른 봄꽃들과 마찬가지로 큰 나무들이 자리 잡기 전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전략을 취한다. 하나의 꽃에 암술과 수술이 모두 있는 것을 양성화(兩性花)라 하고, 반대로 암술과 수술이 서로 다른 꽃에서 피는 경우를 단성화(單性花)라고 한다. 개나리는 양성화 식물이지만, 암술이 수술보다 긴 장주화(長柱花)와 암술이 수술보다 짧은 단주화(短柱花)의 두 종류 꽃이 관찰된다. 단주화는 수술이 위로 뾰족 나와 있고, 장주화는 그 반대이다. 수정이 되고 열매를 맺으려면 장주화와 단주화의 두 종류가 섞여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집 근처의 개나리꽃들을 직접 살펴보니 단주화만 있는 나무와 장주화만 있는 나무만 각각 관찰되었다.

개나리는 꺾꽂이로도 번식이 잘 되기 때문에 한 종류의 개나리가 많이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 꽃은 수정이 되면 꽃잎을 일찍 떨어뜨리기 때문에 관상용으로 적합하지 않다. 개나리도 유전적 다양성 확보를 위해 단주화끼리 또는 장주화끼리는 자가수분이 되지 않도록 하는 기작을 갖추고 있다. 동형(장-장, 단-단)끼리의 수분을 ‘비적합수분’이라고 하는데, 그 결실률은 3% 미만이라고 한다. 반면 이형(장-단, 단-장)끼리의 수분은 ‘적합수분’으로, 결실률은 30% 이상을 상회한다.

주변에 흔하디흔한 게 개나리지만, 그 열매가 예전부터 귀한 약재로 쓰였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개나리 열매를 조선시대에 임금님께 올리는 약재로 처방했다는 기록이 있다. 한방에서는 개나리 열매를 연교(連翹)라고 하는데 종기를 치료하거나 살충과 이뇨작용을 위한 한약재로 쓰였다. 중국에서 열매 잘 맺는 품종을 들여와 경북 의성에서 많이 재배했던 관계로 의성개나리라고 한다.

공원을 산책하다 개나리 열매를 발견한 분이 계시다면 정말 진기한 경험을 한 것이다. 필자도 매년 봄이 되면 개나리 열매를 찾기 위해 동네의 모든 개나리를 하나하나 뒤져보지만 헛수고를 할 때가 많다. 일부 도감에 개나리의 장주화 꽃은 암꽃으로 단주화 꽃은 수꽃으로 보거나, 아예 암수딴그루로 핀다고 나와 있는 것이 있다. 개나리는 분명 꽃 하나에 암술과 수술을 다 가지고 있는 양성화임을 안다면 그러한 견해가 맞는지 확인해 보길 바란다.

개나리꽃1
개나리꽃2
개나리 단주화, 장주화, 열매

*사진 출처 : 페이스북 그룹 <야생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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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호 _ 서울대학교 산림환경전공 대학원을 졸업한 후 현재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에서 근무중이다. 페이스북 그룹 ‘야생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방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많은 사람을 덕으로 품어 안는 성격으로, 업무를 추진할 때는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스타일. 아시아산림협력기구가 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조직으로 발전하는데 작은 힘을 보태고 싶은 꿈이 있다. (quercus1@hanmail.net)


Last modified: 2024-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