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10:22 오전 113호(2018.07)

[국회의원 보좌관의 하루]
독일식 민주주의 배운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 워크숍

김형근 (국회의원 보좌관, 동물생명공학 05)

이번에는 국회생활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더 나은 정치를 공부하는 한 시민으로서의 경험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저는 지난 4월부터 6월에 걸쳐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의 워크숍에 참석했습니다. <독일사회의 성장과 지속성 그리고 정의>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5회짜리 워크숍이었습니다.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은 전후 독일의 초대 총리인 콘라드 아데나워의 이름을 딴 재단입니다. 독일에는 기민당(CDU), 사민당(SPD), 자민당(FDP) 등 주요 정당의 정치이념과 결을 같이 하는 정치재단들이 있습니다. 각 재단의 이름은 대체로 정당의 유능한 정치인 이름과 같습니다. 기민당-콘라드 아데나워 재단, 사민당-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자민당-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과 같은 식입니다. 다만 재단의 활동과 운영은 철저히 정당들과 분리되어 있습니다.

기민당(CDU)은 보수정당이지만 한국의 보수정당과는 많이 다릅니다. 보다 좋은 시민공동체를 위한 책임 위에 서 있습니다. 기민당은 1949년 이후 5명의 총리를 배출했습니다. 현 총리인 메르켈 역시 기민당 소속입니다. 이번 워크샵에서 만난 기민당 베를린 주의회 전문위원의 이야기에는 책임지고 국가를 운영하는 정당에 대한 자부심이 짙게 배어있었습니다.

이번 워크샵은 총론격인 ‘정책결정의 지속성과 위기관리’라는 첫 강을 시작으로 노사정의 사회적대화, 부정부패 척결, 개헌과 선거제도 등을 다루었습니다. 마지막 결산 세미나는 독일에서 기민당, 사민당 당직자를 초청해 1박 2일로 진행되었습니다. 각 강마다 독일에서 공부한 교수의 발제 후 참가자들의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참가자는 학생, 사회복지사, 국회 보좌진 등 15명 안팎으로 구성되어 다양한 관점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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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워크숍에 참석하며 가졌던 가장 큰 주제의식은 ‘지속성’이었습니다. 한국은 정권이 바뀌면 앞선 정권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합니다. 심지어 같은 정당 출신의 대통령이 집권해도 그렇습니다. 그러나 독일은 총리나 집권당이 바뀌어도 정책이 손바닥 뒤집듯 뒤집히지 않습니다. 내각제 하에서 연정이라는 정치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을 뿐 아니라 대부분의 정책이 정당 간 합의,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되고 집행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예측가능하고 안정적인 사회를 만듭니다.

노사정의 사회적 대화, 부정부패를 경계하는 정치문화, 바이마르공화국과 나치를 겪은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기본법(독일의 헌법은 기본법(Grundgesetz)이라고 불립니다.), 더 좋은 제도를 찾아 논쟁하는 선거제도 등도 독일 사회의 지속성을 뒷받침하고 있었습니다. 토론과 합의, 상호 신뢰와 책임 속에 만들어지는 독일의 지속성은 우리가 꼭 눈여겨봐야 하는 민주주의의 전통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역시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한 정당’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당은 다양한 시민의 의사를 모으고 대변하며 정부를 운영할 책임을 갖는 조직입니다. 정당이 시민 속에 있고 정부를 운영할 실력을 갖출 때 민주주의는 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독일이 연정의 전통을 갖게 된 것도 시민 속에 자리 잡은 정당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보수정당이 몰락하고 민주당이 승승장구하는 이 시기, 평화가 다가오는 이 시기가 더 나은 보수정당, 더 유능한 민주진보정당을 고민하고 만들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다음 달 8월 20일부터 26일까지는 아데나워 재단의 초청으로 독일 베를린을 방문해 ‘정치교육 프로그램(Politische Bildung)’에 참여합니다. 독일의 정치교육 프로그램을 직접 경험할 뿐 아니라 독일의 정당시스템을 직접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많은 것을 배우고 와서 한국 실정에 맞게 실천해보려고 합니다.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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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_ 문예패 들풀 패장, 08년 농대 부회장을 했다. 졸업 후 청년들의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에서 활동하다 군대를 다녀온 후 정치발전소에서 사무국장을 지냈다. 지금은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실에서 보좌진으로 일하고 있다. (klj1412@gmail.com)

Last modified: 2024-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