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10:04 오전 113호(2018.07)

[직장인 여의도 생존기]
일 년의 반이 출장, ‘유랑 생활’의 노하우

박수범(농업정책보험금융원 정책자금관리실, 농경제학과 09)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이 7월의 첫날이니 올해도 어느새 절반이 지났다. 2015년 7월 1일에 입사한 나로서는 딱 만 3년이 지난 셈인데, 나름 어렵고 힘든 시간을 지나 3년을 채웠다는 것을 자축하고 싶은 마음이다. 밥벌이라는 것이 참 녹록치 않다는 게 나의 전반적인 소회이지만, 그래도 이쯤 지나니 회사생활이 많이 익숙해지고 적응된 것 같다. 지난 번 원고에서 ‘나의 회사생활기’를 주제로 글을 썼다. 회사의 주요사업을 설명하고 내가 해왔던 업무를 간략히 소개했다. 이번 호에서는 지방 출장이 잦은 현 부서의 생활을 신변잡기적으로 서술할까 한다.

내가 일하는 부서는 ‘정책자금관리실’이다. 생소하실 분들을 위해 소개하자면, 농림수산 분야의 정책자금(융자금)을 관리·감독하는 곳이다. 금융기관이 취급한 정책자금에 대해 집행 적정성과 사용실태를 점검하는 것이 주요 업무이다. 그 과정에서 정책자금 취급 담당자를 대상으로 지도와 교육을 하여 부정수급을 예방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이로부터 파생되는 여러 업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대출을 취급한 금융기관에 직접 방문하여 대출증서 등을 점검한다.

정책자금 대출을 취급하는 금융기관 중 시중은행은 드물고, 농협, 수협, 산림조합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들 기관의 설립 자체가 농림수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정책자금 수요자들이 해당 기관의 조합원 또는 고객으로 있어 대출이 쉽기 때문이다. 이 중 가장 숫자가 많고 비중이 큰 것이 농협이고, 수협과 산림조합은 비중이 엇비슷하다.

농협, 수협, 산림조합은 조금씩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그야말로 전국 각지에 퍼져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 부서원들은 필연적으로 지방 출장을 많이 다닌다. 대략 일 년에 절반 이상은 출장이다. 특정 권역별로 가는 것도 아니라서 출장 범위는 전국 방방곡곡이고, 그렇다보니 대부분 처음 가보는 곳이다. 인간생활의 세 가지 기본요소가 의식주인데, 의를 제외한 ‘식주’를 생소한 곳에서 해결하려니 애로사항이 많다. 그래도 1년 정도 다니다보니 처음에 비하면 나름 노하우가 생겼다.

‘식주’, 즉 음식과 숙소 중에서 찾기가 더 까다로운 것이 숙소다. 음식은 지도나 블로그에 정보가 많고, 프랜차이즈도 발달해 있기 때문에 선택한 음식점 간에 편차가 그리 크지 않다. 어렵게 찾아갔는데 음식이 별로인 경우도 물론 있지만, 다음엔 다른 곳을 가면 그만이다. 그에 반해 숙소는 정보 자체가 많이 부족하다. 여인숙, 무인텔, 호텔 등 종류도 다양하고, 업소 간 가격과 질의 편차가 매우 크다. 숙소는 퇴근 후 시간을 내내 보내는 곳인 만큼 어느 곳이냐에 따라 일주일 간 삶의 질이 좌우된다. 때문에 부족한 예산 내에서 보다 괜찮은 곳을 심사숙고해서 선택한다.

좋은 숙소를 찾기 위해 나는 네이버나 다음 지도에서 제공하는 ‘로드뷰(Road View)’ 기능을 적극 활용한다. 로드뷰는 촬영된 사진을 통해 거리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는 기능이다. 검색된 숙박업소의 로드뷰를 하나씩 찍어서 보면, 건물 외관에서 객실 상태를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다. 또 로드뷰는 연도별로 제공되기 때문에 해당 업소가 언제 건축(리모델링) 되었는지도 알 수 있다.

음식점 찾기는 더 간단하다. 네이버나 다음 지도에서 근처 맛집을 찾을 수 있고, 비슷한 기능을 가진 스마트폰 어플들도 있다. 그 중에서도 애용하는 것은 ‘카카오 플레이스’라는 어플이다.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이용자들이 내린 평가를 종합하여 음식점의 순위를 매기고 지도에 표시해 준다. 다른 방법으로는 나오지 않는 여러 선택지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참 유용하다. 물론 정말 시골지역은 인터넷 정보가 부족하거나 식당 자체가 많지 않아서 이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 그런 경우에는 맛이 그나마 괜찮은 식당을 정해두고 몇 가지 메뉴를 돌아가면서 먹는다.

출장에서 ‘식주’를 해결하는 방법을 돌이켜 보니 여러모로 정보화의 진전에 감사하게 된다. 실제로 2000년대 후반에 입사한 부서 선배는 지방 출장을 가면 괜찮은 식당과 숙소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지역별로 음식 맛의 편차도 심했다는데, 지금은 그런 점이 덜하고 전반적으로 개선이 된 것 같다. 그렇다고 지방 출장생활이 결코 호강하는 삶은 아니다. 혹자는 일하면서 전국 유람을 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직접 겪은 바로는 ‘유람’이 아니라 ‘유랑’에 더 가깝다.

매주 변화하는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이 녹록치가 않다. 건강을 출장비와 맞바꾼다는 웃기지만 슬픈 농담도 있다. 그래도 업무수행에서 오는 보람이 이를 극복하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올해 하반기 출장들도 별 탈 없이 보내고, 늘 그렇듯 부지불식간에 찾아오는 연말을 지금처럼 뿌듯한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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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범_ 대학을 졸업하고 여의도의 공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전공인 경제학과 관련된 업무가 대체로 적성에 맞아서 앞으로도 성실한 직장인으로 살아볼 생각이다. 김상진기념사업회에서 진행하는 ‘대학생 농업탐방’에 참가한 인연으로 선구자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dm0302@naver.com)

Last modified: 2024-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