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9:45 오전 113호(2018.07)

[청년, 미래를 꿈꾸다]
원룸촌 쓰레기문제를 해결하는 청년들의 생활실험실

박선아 (퍼실리테이터 클럽 대표, 농경제 08)

오늘은 제가 최근 시작하게 된 연구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연구프로젝트라고 하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있어야 할 것 같지만, 저는 밖을 돌아다니고 사람들을 만나고 이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연구의 대부분을 보냅니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용역으로 진주환경운동연합과 함께 리빙랩(Living Lab, 생활실험실) 연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리빙랩은 과학기술이 사회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시민들의 참여를 끌어내는 새로운 연구방법입니다. 지역 혁신과 사회 ‘전환’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리빙랩이라는 개념이 꼭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리빙랩에서는 사회문제와 공동체와 연구가 만나 시너지를 내기 때문입니다.

제가 다루는 문제는 진주시 경상대 앞 1인 가구 쓰레기 무단투기 문제입니다.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서도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는 쓰레기 문제에 좀 다른 각도로 접근하는 연구입니다.

쓰레기문제에 대한 영상을 보고있는 오티 사진

첫째, 쓰레기 문제에 대한 지역 차원의 해결을 모색합니다. 이를 위해 경남 진주로 거처를 옮겨 사회적 기업을 준비하는 농경제사회학부 김수현 동문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역 특성을 기반으로 상향식으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한 퍼실리테이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합니다.

둘째, 무단투기 당사자일지도 모를 지역 청년 대학생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처음에는 지나치게 용감한 실험이 아닐까 우려도 했습니다. 그러나 참가자를 모집하고 1차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고 나서 우려는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오히려 저는 지역을 잘 모르기 때문에, 그곳에서 생활하는 청년 대학생들에게서 해답이 나오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셋째, 작은 원룸촌을 대상으로 한 시민참여 실험이 성공한다면, 그 결과를 도시재생, 환경문제, 청년문제, 대학의 역할 등으로 확장시켜나가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는 그저 ‘좋은 일’이 아니라, 그 결과를 더 크게 확대할 수 있는 중요한 연구입니다.

진주 1인가구 쓰레기 포스터

요즘 정책들을 보면 도시재생, 환경, 지방분권, 시민참여, 재분배 등 바람직한 가치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분명히 촛불항쟁 이후의 개혁의 바람이 반영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는 연구자 차원의, 혹은 거시적 차원의 평가이지, 시민 개인의 입장에서는 아직 삶의 변화로 체감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안정된 삶이 없는 청년들은 청년정책도 시민참여정책도 지역문제도 나의 삶과는 무관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니 여전히 거제도 청년은 진주로, 진주 청년은 창원으로, 그리고 서울로 떠나고 싶은 것이겠지요. 그래서 이 프로젝트가 저와 청년활동에 주는 의미는 매우 큽니다. 그렇기에 저는 매주 편도 4시간이 걸리는 진주행 고속버스를 타고 진주 청년들과 함께 ‘실험’을 하러 갑니다. 청년들이 자신의 대학과 지역에서 꿈을 펼칠 기반을 만들 수 있도록, 연구자들이 먼저 다가가 지금보다 더 많은 ‘사회실험’을 제안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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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아 _ 농생대 농경제사회학부 08학번. 서울대 환경대학원 석사과정 재학 중. 퍼실리테이터 클럽 대표를 하면서 사람 중심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늘 새로운 시도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2468nice@gmail.com)

Last modified: 2024-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