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더불어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 차장
한국은 세계에서 유례없는 저출생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2023년 잠정 출산율이 0.72명으로 발표되었고, 전국의 모든 시도에서 1.0명 미만의 합계출산율을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절대적 숫자보다도 줄어드는 속도가 너무 크다는 데서 나타난다. 기존의 거대한 인구팽창을 염두에 둔 사회체계 전체를 다시 급속한 축소형태로 재구조화하는데 너무 많은 사회적 비용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변화를 사회 모든 분야가 준비하기 시작했는데, 교육이 거의 최선두에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다만 교육계가 그 변화를 온전히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기재부 때문이다. 한국에서 정치/정책을 다루다 보면 피해갈 수 없는 부서가 바로 기재부이다. 기획재정부의 ‘기획’ 기능이 한국사회의 온갖 미래를 기획하는 기능이다 보니 어떤 정책을 다루더라도 만나게 된다. 교육정책을 다루면서도 계속 기재부 이야기를 놓을 수 없었던 이유가 이것이다.
최근 교육정책은 기재부가 결정하고 있다. 기재부의 결정은 명확하다. 저출생에 맞춰 교원 수도 줄이고 교육에 들이는 돈도 줄이겠다는 방향이다. 교육부를 비롯한 수많은 교육계 인사들이 기재부를 명확히 타겟으로 삼지 못한 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계 내부에서조차 입장을 정리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전 사회적 논의도 일절 없이 기재부가 정한 방향 그대로 흘러가는 것 맞는 것인가에 대해 지금이라도 점검해 보아야 한다. 다음 두 가지 주제를 통해 기재부의 입장과 그에 맞춘 문제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학급당 학생수, 교사 1인당 학생수
기재부는 학급당 학생 수, 교사 1인당 학생 수 기준을 현행으로 유지하자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이미 OECD평균에 근접해질 정도로 여건이 많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줄어드는 학생 수에 맞추어 교원 수를 줄여야 하는데, 이 경우 학생 수 감소 속도에 맞추려면 신규 교원 충원은 일절 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재직자 중에서도 명예퇴직 등을 적극적으로 받아야 한다. 신규 교원을 충원하지 않으려면 교육대학교는 문을 닫아야 하고, 사범대학 또한 더 이상 자격증 발급을 멈추어야 하지만 그 누구도 그러한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피해는 오로지 임용 대상이 될 학생들이 감당해야 한다.
저출생 자체가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만큼, 그에 대한 대응도 전례를 따질 수 없기 때문에 새롭고 창의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현재 25명 내외인 학급당 학생 수를 획기적으로 줄여 중장기적으로 학급당 9명으로 정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과거 칠판 판서 위주의 일방적인 지식 전달형 수업과 달리 현재 공교육은 학생 참여형 토의-토론 수업으로 대부분 전환되었다. 이 경우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구성은 각 3명씩으로 이루어진 3개 모둠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공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공교육 질 제고는 불필요한 사교육 수요를 경감시켜준다. ‘의사 등 지위재 획득을 위한 선별과정을 향한 끝없는 질주’로 인해 발생하는 사교육 수요는 다른 방식으로 대처해야 하나, 그 이외 학교 수업보충 등 질적 요소로 인해 발생하는 사교육 수요는 거의 다 학교에서 소화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정
기재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줄여 다른 곳에 쓰겠다고 지속해서 시도하고 있다. 몇 년간 줄기차고 집요하게 시도된 덕분에 일부는 고등교육특별회계로 전환되었고, 일부는 교원대상 AI연수 자금으로 전환되었다. 대통령이 직접 저출생 대응 예산으로의 전환, 유보통합 예산으로의 전환을 천명해둔 상태다. 결론적으로 초중등교육에는 더 이상 돈을 쓰지 않겠다는 방향성이다.
물론, 현재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자체에는 문제가 있다. 내국세의 20.79%를 고정적으로 편성해야 하는 구조상 내국세가 많이 걷힐 때는 과다 교부, 내국세가 적게 걷힐 때는 과소 교부되는 문제가 있다. 2023년 이미 경제악화로 인해 세입 상황이 악화되어 시도교육청들은 적게는 10% 많게는 30%까지 세입이 감소되어 조 단위의 예산삭감이 이루어졌다. 게다가 이번 연도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두 기업 모두 2023년 영업손실을 냈기 때문이다. 두 기업 합쳐 10조 가까이 부담하던 법인세가 2022년 5조로 줄더니 2023년에는 0원은 커녕 환급대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렇게 세입구조가 유동적인데 반해 고정비 지출이 막대하다. 일반 지자체가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30%까지가 고정비(인건비+시설비)인 반면 시도교육청의 예산은 적게는 60%에서 많게는 80%까지가 고정비이다. 서울시교육청만 하더라도 전체 10조 예산중 인건비가 7조 원에 시설비가 2조 원이다. 2000여 개의 유, 초, 중, 고에서 근무하는 교직원의 인건비와, 2000개를 상회하는 시설에 대한 관리비용은 줄일 여지가 없는데 세입은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 결국 학생들에게 투입될 추가적인 교육사업비를 줄이고 있다.
지금이라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자체에 대한 개편이 시급하다. 교직원의 인건비와 학교 건물에 필요한 시설비는 별도의 세입을 통해 고정적으로 부담하고, 유동적인 내국세 연동 방안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교육사업비를 충당하는 모형을 고안해보아야 한다. 단순히 기재부의 입장처럼 학생이 줄어드니 예산은 줄여야 한다는 논리만 반복한다면 우리 교육에 미래는 없다.
다만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교육계 내부에서도 한 목소리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지 않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저출생이라는 사상 초유의 문제상황에 직면하여 거국적으로 의견을 모아 위기를 타계해 나가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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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_ 농대 학회 ‘농학’에서 활동했으며 농대 부회장을 역임했다. 학부 졸업 후 교육학 석사를 받고 교육계에서 활동하며 서울시교육감 정책보좌관으로 서울교육 정책을 다뤘다. 현재는 더불어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 차장으로 일하고 있다.(edukhs1@gmail.com)
Last modified: 2024-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