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2:13 오후 137호(2024.07)

[청년, 미래를 꿈꾸다]
독서모임에 작별인사

김수현 청년협동조합 밥꿈 대표, 농경제사회학부 08

세종독서모임_시너지

22712~ 24718

개인적으로 이사를 비롯해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삿짐을 싸고 각종 서류들을 준비하고 여러 가지 할 일 중 하나는 운영하고 있던 독서모임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2022년 7월, 주변 지인 3~4명과 시작한 작은 독서모임이 어쩌다 보니 온라인에 40여 명의 회원이 있고 격주로 꾸준히 10명 내외 회원들과 만나는 모임이 되었습니다. 열심히 참여하는 회원 중에 대표자를 새로 뽑아볼까 싶기도 했지만 그러면 책의 선정이나 운영스타일이 많이 달라질 것 같아 차라리 새로운 모임을 만드는 게 나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과감히 해산을 결정하고, 작별을 준비하며 마지막으로 ‘작별인사’라는 소설을 함께 읽고 이제 해산 파티만을 앞두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저에게는 많은 일들이 시작보다는 끝이 어려웠습니다. 대학생 때 열심히 자본주의를 공부하고 전국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학술제를 열던 멋진 동아리는 투자공부 동아리들에 밀려 신규 회원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활동이 유야무야 되었습니다. 지역에서 청년들과 다양한 꿍꿍이를 벌이던 청년협동조합도 이사와 이직으로 운영이 힘들어졌고 해산총회도 못하고 이름만 남아 있습니다. 그 외에도 호기롭게 혹은 누군가의 (강한) 권유로 시작한 많은 일들이 무엇을 남겼는지 어떻게 마무리했는지도 모른 채 떠나버린 일들이 여럿 떠오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함께 읽었던 책들도 정리해 보고 사람들과 공식적인 작별인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법인도 아니고 어디에 등록된 단체도 아니어서 해산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에 쉽게 마음먹은 것입니다. 그래도 사람들과 좋은 기억, 경험들을 남기고 웃으며 헤어지는 일이 생각보다 더 큰 뿌듯함을 줍니다. 소통과 기록이 남아있는 온라인 공간 덕분에 읽어온 책들, 나눈 질문과 이야기들도 하나의 기록으로 쌓여있습니다. 2년 동안 만들어 온 인연과 경험들이 또 언제 어떻게 연결될지 기대하며 즐겁게 문을 닫고 새로운 문을 열어보려 합니다.

<모임에서 만난 청년들>

대학시절 비슷한 경험을 공유한 청년, 에세이집을 낸 대학동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사태로 늘 야근하느라 모임에 잘 못 나온 해양수산부 공무원, 꿈을 찾아 에티오피아로 떠난 청년, 꿈을 찾아 중국으로 떠날 청년, 동네에 마음에 드는 모임이 없어 공주시에서 차를 끌고 세종시까지 열심히 모임에 나오던 청년, 쇼미더머니 방송프로그램 출연 경력을 지닌 청년, 가입하고 한번 나왔는데 모임이 없어진다는 소식을 들은 청년 등

<세종시 청년들과 2년간 함께 읽어온 책들>

바깥은 여름, 폭염사회, 자유로울 것, 어린이라는 세계, 감정수업, 모순, 소년이 온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 필요의 탄생,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여행의 이유, 거꾸로 읽는 세계사, 한국이 싫어서, 뾰족한 마음, 갈팡질팡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화가의 마지막 그림,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미끄러지는 말들, 불편한 편의점, 밤의 여행자들, 동물들의 위대한 법정, 엄마를 부탁해, 무진기행,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죽은자로 하여금, 이토록 우아한 제로웨이스트 여행, 허삼관 매혈기, 미래과거시제, 천년의 독서, 숨결이 바람 될 때, 젊은 근희의 행진, 파과, 피로사회,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 긴긴밤, 러브몬스터, 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 작별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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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_ 농경제사회학부 08학번. 청년협동조합 밥꿈 대표. 뭘 하면 좋을까 새로운 꿍꿍이에 골몰하며 내성적인 주제에 계속 사람들을 모으고 커뮤니티, 공동체를 꿈꿉니다. 청년, 사회적 경제, 지역, 마을자치 오만가지 관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soohyun8288@gmail.com)

Last modified: 2024-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