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12:17 오전 136호(2024.04)

김상진열사 49주기 추도사

오늘 우리는 김상진 의거 49주기 추도식을 올립니다.

1975년 4월 11일은 김상진 열사가 당시 “유신헌법”의 잔인한 폭력성과 자기중심적 이기성을 고발하면서 스물여섯 꽃다운 청춘을 역사의 재단에 바친 날입니다.

매년 겨울이 물러가는 자리에 찾아오는 봄꽃의 축제는 오늘날 이곳 경기도 이천 민주화 기념공원에 피어난 벚꽃만큼이나 그날, 1975년 수원 농대의 교정에도 아름답게 피어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 자리에서 매년 그날 김상진형이 목숨과 맞바꿈 민주주의의 가치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매년 특별한 일들이 4월과 함께 찾아오지만 올해는 특히 22대 총선이라는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열사의 묘지 앞에서 21세기 한국 현대사 격동의 몇 장면이 떠오릅니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 2017년 4월 제42주기 추도식에서 우리가 이 자리에 모여 “비로소 유신이 끝났다!”라는 때늦은 탄식을 하며 잠시 기뻐했던 순간을 기억하십니까? 2017년 3월 10일 촛불혁명으로 국회에서 탄핵된 유신의 딸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최종 인용된 해였습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5년 동안 민주당 정권 시기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5년이라는 시간을 “순간 삭제”해버리고, 2022년 3월 9일에 유신 정권의 맥을 이어받은 보수 우익집단이 대통령 선거에서 권력을 손에 넣는 일이 발생했고 그들은 수시로 “박정희 생가”를 또는 그 딸을 찾아가 손을 내밀고 있는 장면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2년 전에 시작된 극단적인 수구 세력들에 의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유린되어 갔고, 경제, 외교, 남북관계 등 왜곡된 역사의 퇴행을 똑똑히 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매년 이 자리에 모여서 한 해를 돌아보면서, 열사의 정신을 기리고 오늘의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또 그것을 실천하는 방법을 함께 생각해 봅니다.

마침 오는 4월 10일. 이 모든 역사의 퇴행을 막을 수 있는 22대 총선이 다가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열사의 영정 앞에서 그동안 수많은 열사들의 희생으로 일구어진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켜나갈 수 있는 후보들이 당선되어 역사의 반전을 이루어 낼 수 있기를 함께 다짐해 봅니다.

우리가 잠시 방심하는 사이에 적폐세력에게 역사가 위협당할 수 있다는 현실을 우리는 과거에 경험하였지만, 또다시 되풀이되는 비극을 우리 국민들이 지혜롭게 극복할 것임을 믿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 사회 곳곳에서 김상진을 기억하고 가슴에 담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조직된 힘은 흩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실현하고 민주주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민족공동체의 평화와 대단결을 지향하는 우리 김상진기념사업회의 정신은 계속 이어져 나갈 것입니다.

그동안 이 노정에 함께 하신 서울대 민주동문회 선배들 특히 47년의 세월을 열사와 특별한 인연으로 함께 해주신 5.22 선배님들께 감사와 존경을 표하며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신 민주주의 계승과 혁신의 주인공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2024년 4월 7일.

김상진기념사업회 회장 정근우.

Last modified: 2024-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