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9:13 오후 136호(2024.04)

[초보 정책가 일기]
원내 각 당 교육공약으로 유추해 본 향후 한국 교육담론의 향방

김현수 서울시교육청 교육감 정책보좌관, 환경재료과학 08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대대로 총선에서는 교육의제가 뒤로 밀려나는 경향이 있었다. 아무래도 교육 관련 의사결정은 국가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도, 행정부가 작심해서 움직이지 않으면 쉽게 바뀌지도 않는 분야이기도 해서 정쟁과 지역개발이 주가 되는 총선과는 그 결이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럼에도 각 정당은 국가 3부의 한 축인 입법부를 점유하는 비전 속에 각자의 방식으로 교육에 대한 의견을 밝혀두었다. 그 내용을 살펴보고 향후 대한민국 교육 담론의 방향을 짐작해보고자 한다.

민주당의 10대 과제에서는 ‘교육’이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는다. 서두에 내세운 총선의 경향성과 그 궤를 같이한다. 세부과제로 언급된 과제들 중 조금이라도 교육과 연관되는 내용이 있다면 다 정리해 보니 총 201개의 세부공약 중 18개가 해당되었다. 그중에서는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같은 국가 대 개조 프로젝트 수준의 공약도 있었던 반면, 역사교과서에서 홍범도 장군을 지키겠다는 수준의 단순 선언적 정쟁 공약도 포함되어 있었다. 22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교육 공약을 파편화시켜 흩어 놓아 새로운 아젠다를 제시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0대 과제에도 마찬가지로 ‘교육’이라는 단어가 전면에 등장하지는 않는다. 다만,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은 일가족 모두행복이라는 첫 번째 공약에서 돌봄 강화의 측면에서 교육 분야를 첫 번째로 내세웠다. 초등학교 돌봄의 새 브랜드인 늘봄학교가 대통령실이 관심가지는 몇 안 되는 사안 중 하나라는 측면에서 정부를 지원하기 위한 강조점으로 보인다. 다만 이 외에는 거의 교육공약이 없어 전체 세부공약 수준에서 보면 186개의 세부공약 중 12개가 교육과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었다.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교육을 돌봄 수준으로 국한시켜 저출생 극복의 수단으로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개혁신당은 10대 과제의 6번으로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개혁을 주요 꼭지로 삼았다. 특히 이준석 대표가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자신의 과학고 이력을 내세우기 위해 1번 과제로 과학기술 패권국가를 내세운 것도 특징이다. 주요 양당과 달리 세부공약을 자세하게 늘어놓지는 않았고, 6번 교육 과제의 목표 또한 1번 과학기술패권국가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설정한 것 또한 특징적이다. 구체적 내용으로는 심화수학 논란에 빗대어 수학을 더 가르치겠다는 공약, 기존 보수진영이 사학을 우대하던 정책의 연장에서 사학의 자율성을 극대화시켜 주겠다는 공약, 지방거점국립대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공약이 특징적이다. 22대 총선에서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기존에 보여주었던 인터넷 커뮤니티 이슈 중심의 대응이 공약화되면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조국혁신당도 10대 과제 중 5번으로 교육혁신을 꼽고 있다. 계층사다리복원이라는 진보진영의 담론을 답습하고 있다. 다만 그 담론의 크기에 비해 이행방법은 약하다. 기존에도 전국 모든 교육청에서 시행 중인 일반고 강화, 특성화고 강화, 사회적 배려자 선발 확대, 지역균형선발 확대 등이다. 국민의힘이 가장 주요하게 챙기고 민주당도 함께 언급한 돌봄 강화는 국가돌봄청 신설 방안을 제시했다. 계층이동성 지수를 만들어 종합 관리하겠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22대 총선에서 조국혁신당은 기존 진보진영의 담론을 계승해서 구체화하지 못한 채 담론 그 자체를 답습한 것으로 보인다.

22대 국회에서 주요하게 기능하게 될 주요 4당의 교육 관련 공약을 종합해 보자면, 기존의 논의에서 더 진전된 논의가 촉발될 지점은 ‘돌봄’이 될 것이다. 저출생 극복 등 우리 사회가 당면한 과제 해결의 출발을 모든 정당이 ‘돌봄’에서 찾으려는 것 같고, 이는 기존 학교가 어영부영 떠안고 있던 보육의 기능을 체계화하는 흐름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외에는 지방분권의 관점에서 민주당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개혁신당의 지방거점국립대 예산폭탄지원 등이 구체화될 것이다. 지방 소멸의 주요 지표는 청년인구가 수도권으로 이동한다는 것에 있다. 일자리가 없어서 그렇다고 하는데, 기업체 입장에서는 주요 인력 수급을 수도권에서 하는 것이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단순 지방 국립대 살리기 이외에 양질의 일자리 확충 방안도 함께 제시되어야 하는 과제가 남게 된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총선에서는 교육담론이 부재한 것이나 다름없어 더 이상의 분석은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국회는 행정부와 호흡하며 수많은 이슈를 생산해 낼 것이다. 그 길이 대한민국의 내일을 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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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_ 농대 학회 ‘농학’에서 활동했으며 농대 부회장을 역임했다. 학부 졸업 후 교육학과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 과정을 마쳤다. 교육협동조합 아카데미쿱을 설립하여 활동하다가 현재는 서울시교육청 교육감 정책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다. (edukhs1@gmail.com)

Last modified: 2024-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