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청년협동조합 밥꿈 대표, 농경제사회학부 08
결혼 3년 차가 되고, 30대 중반을 지나다 보니 ‘아이를 갖지 않느냐’는 질문을 종종 듣게됩니다. 요즘은 그래도 타인들이 남의 사생활에 대해 뭐라 하는 경우가 많이 줄었지만 가끔씩 대화의 소재가 되기는 합니다. 부모님도 저희 눈치를 보느라 자주 대놓고 말씀하시지는 않지만 기대와 걱정을 내비치십니다.
대학생 때는 공부는 안 하고, 군대도 안 가고, 학생운동한다고 경찰서까지 자주 들락거리다 보니 가족들이 모이는 명절이면 온갖 잔소리들로 피곤했습니다. 사회에서 알아주는 대기업, 전문직은 아니더라도 밥벌이는 충분히 하면서 사회생활을 하고, 결혼도 했지만 다음 단계, 아이를 갖지 않아서 여전히 잔소리에서 해방되지 못했습니다. 물론 1년에 한두 번 만나는 친척들 이야기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그만이지만 부모님의 진심 어린 걱정과 안타까움 앞에서는 여전히 눈을 마주치기 어려워집니다. 얼마 전 부모님이 저희가 사는 동네에 오셔서 함께 외식을 하는데 하필 옆 테이블에는 3대가 모여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유치원생쯤으로 보이는 손주가 할머니, 할아버지 하면서 조잘대는데 괜히 혼자 불편하여 밥 먹기가 힘들었습니다.
국가도 저희 같은 사람들 때문에 걱정이겠지요. 합계출산율이 최저치를 경신했다는 기사는 이제 새롭지가 않습니다. 해마다 그 숫자가 낮아질 뿐 추세가 바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지방소도시, 농촌의 인구소멸에 대한 뉴스는 차고 넘쳐서 오히려 볼 때마다 그 심각성에 대한 경각심은 약해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부모님의 행복이나 나라경제, 지역경제가 출산여부를 결정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겠지요.
이쯤 되면 저출산, 인구감소는 극복해야 할 문제라기보다는 적응하고 그에 맞는 사회시스템으로 변화를 고민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한 국가가 현 수준의 인구를 유지하려면 여성 1명당 2.1명의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합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수치이지요. 앨런 밀라흐의 축소되는 세계라는 책에 따르면 프랑스가 GDP의 4%가량의 출산지원정책을 쏟아부어 한 때 2.02명 수준으로 출산율이 증가했으나 갈수록 정책효과가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GDP의 1.6% 정도를 가족지원 예산(아동수당, 육아휴직 등 보육 관련 지출)에 쓰고 있다고 합니다. OECD 평균이 2.29%라고 하니 더 전격적으로 늘려가야 하겠지만 냉정히 판단해 보면 프랑스 수준으로 4%까지 끌어올려도 그 효과가 얼마나 갈지 장담할 수 없는 것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세종시에서 이번 총선에 당선된 국회의원의 대표 슬로건은 “100만 세종”이었습니다. 2034년까지 인구 100만 명을 확보하겠다는 것입니다. 다른 곳에서도 인구 OO만 자족도시 건설과 같은 슬로건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아무리 세종시가 다른 도시에 비해 출산율이 높다고 하더라도 현재 38만 인구가 100만이 되려면 다른 도시의 인구가 50만은 줄어야 할 것입니다. (그나마 수도권 과밀화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면 의미가 있겠지만 현재 통계에 따르면 세종시 인구 증가는 충북, 충남, 대전 등 충청권이 이끌고 있습니다.) 출산율이 낮아지고 고령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결국 지자체 간 인구 빼앗기 싸움입니다. 앨런 밀라흐는 위 책에서 이런 상황을 ‘양복 입은 공무원들의 매드맥스’라고 표현합니다.
육아휴직이 보장되는 직장, 양질의 보육시설 등 아이를 낳고 기르는데 어려움을 덜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은 더 확대되어야 할 것입니다. (몇 가지 조건은 저 개인적으로도 핵심적인 고려사항입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인구 감소를 일정 부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에 맞는 경제,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것 또한 더 적극적으로 고민되어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을 ‘아이는 갖지 않느냐’는 질문 앞에 해보게 됩니다.
.
김수현 _ 농경제사회학부 08학번. 청년협동조합 밥꿈 대표. 뭘 하면 좋을까 새로운 꿍꿍이에 골몰하며 내성적인 주제에 계속 사람들을 모으고 커뮤니티, 공동체를 꿈꿉니다. 청년, 사회적 경제, 지역, 마을자치 오만가지 관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soohyun8288@gmail.com)
Last modified: 2024-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