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6:04 오후 136호(2024.04)

[나 이렇게 산다]
사랑 때문에 울다

​박애란 전 평택여고 교사, 후원회원

내 사랑은 아프고도 슬프게 왔다.

16세의 나이에 찾아온 사랑은 나를 열병 속에 가두었다.

그이만 보면 너무 좋아서 숨이 막혀왔다.

그이의 눈빛, 표정 하나에 내 마음은 천국이 되었다가 금새 지옥이 되곤 했다.

그이에게 무슨 죄가 있으랴!

저 혼자 그 임을 가슴에 품은 후 아프고 슬픈 심정을 어찌할 줄 모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Whatever our souls are made of, his and mine are the same.”

어제는 다시 이 대사에 갇혀서 독서모임 회원들 앞에서 울음 섞인 소리로 저 대사를 쏟아낸 날이다. 이 나이에는 감정이 성숙해졌거나, 메말라서 눈물이 나오지 않을 거 같았는데 오랜만에 눈물이 제대로 터졌다.

“우리의 영혼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영혼과 나의 영혼은 같다.”

이 말은 내가 생각하는 지구촌 최고의 절절한 사랑 고백이다.

영화의 원본이 책이라면 결과적으로 책이 더 감동적일까? 영화가 더 감동적일까?

닥터 지바고, 에덴의 동쪽,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폭풍의 언덕 등 명화 중에는 원작이 유명 스테디셀러인 책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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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20일에는 서강도서관에서 ‘세대교류 독서모임’이 있었다.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책과 영화일 것이다. 원작이 훌륭하면 영화 또한 훌륭하기 마련이다. 어제 독서모임의 마무리는 ‘내가 봤던 명작 영화’에 대한 얘기를 하는 시간이었다. 그때 내가 한 얘기는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이었다.

이제 내가 사랑하는 캐서린은 죽었다.

그때 히스클리프가 절규한다.

“이제 이 여자는 내 것이요. 아무도 가까이 오지 마시오.”

그토록 절절히 사랑하는 연인은 내게 생긋 한번 웃어주지 못하고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 하는데도 죽은 그녀를 품에 안고 이렇게 절규하는 히스클리프가 어찌나 불쌍하던지 밤새 베갯머리를 다 적시며 울었다. 그 감정이 되살아나서 아파하는 나를 차갑게 식혀준 사람은 바로 ‘국광’님이었다. 김지영 선생님의 이대 후배이며 수학 선생님인 국광님은 수학 선생님답게 이지적인 여성이었다. 그녀는 ‘폭풍의 언덕’의 캐서린을 이렇게 분석했다.

두 남자를 혼란스럽게 한 여성이라고. 한마디로, 노선을 분명하게 하지 않고 두 남자의 마음을 가지고 놀아서 짜증이 난다는 얘기이다.

이래서 ‘세대교류 독서모임’을 좋아한다.

같은 작품에 대해서 몇십 년 차이 나는 젊은이의 견해가 어떻게 차별화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모임이 ‘세대교류 독서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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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애란 _ 선생은 서둔 야학 시절 야학생과 교사로서 맺은 인연을 누구보다도 소중히 여기며 본회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평택에서 어릴 적 꿈이었던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다 은퇴하였다. 2019년 서둔 야학 이야기를 엮은 책 『사랑 하나 그리움 둘』을 출간하였고 유튜브 ‘사랑 하나 박애란 TV’ 채널에 서둔 야학 이야기를 연속 제작해서 올릴 예정이다.( aeraniris@naver.com)

Last modified: 2024-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