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섭 김한규 의원실 보좌관, 지역시스템공학 03
3개월 간 제주에서 선거를 뛰었습니다. 서울로 복귀한 지 이제 막 5일 차입니다. 선거에서 공약을 맡았습니다. 그러자니 윤석열 정부가 무슨 짓을 했는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얘기를 짧게 드리고자 합니다.
이번 총선 결과는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이나 다름없습니다. 정치적으로는 부침이 있었습니다. 민주당도 공천 때문에 말이 많았습니다. 정치적으로 논란이 오래가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선거에서 압승했습니다.
언론이나 평론가들은 정치적 사건에 집중했습니다.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의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 발언, 조국혁신당 창당 같은 것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이렇게 계기가 벌어지면 국민들은 입장을 바꿉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과연 국민들은 이 정부가 이렇게 무도한지 몰랐을까, 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진 민주당이 더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저 사건 때문에 입장이 바뀌었을까요? 대통령의 대파 875원 발언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분이 원래 저런 분인지 몰랐나요?
저는 좀 다른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제가 아는 분이 해주신 얘긴데, 정치나 선거에 있어서 단기에는 심리학이 작동하고, 중기에는 정치공학이 작동하고, 장기로는 경제학이 작동한다고 했습니다. 3월 초까지의 성적표를 보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정치공학까진 잘 작동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제가 제주에서 숫자를 살펴보니, 대통령과 여당은 이미 이길 수 없는 판을 깔아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혁신성장펀드’라는 게 있습니다. 정부가 예산을 쓰고 민간 자금을 합해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사업입니다. 2022년 6천억 원이던 예산은 2023년 3천억 원, 2024년 2천4백억 원이 됐습니다. 2년 사이에 60%가 삭감된 것입니다.
정부는 민간이 자발적으로 투자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걱정할 게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1년 사이에 투자 건수 27.25% 감소, 투자액 52.08% 감소입니다. 2022년 11조 원 이상 벤처기업에 투자됐는데, 2023년에는 5조3천억 원밖에 투자되지 않았습니다.
말 많던 R&D 예산이 지역에 어떤 타격을 줬는지 보겠습니다. 제주도 내 신규과제 지원건수가 2022년 38건에서 2023년 27건, 그리고 홀해 8건으로 줄었습니다. 2년 사이에 70% 이상 감소한 것입니다. 국비 예산 역시 작년에 비해 46.9%가 줄었습니다.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협동조합에 지원되던 사회적경제 예산을 보겠습니다. 나라 전체로 56.7%를 삭감했습니다. 2023년 1조원이 넘던 예산이 올해 4천8백억 원대로 줄었습니다. 제주도 내 사회적경제에 지원되는 국비 예산은 49.9%가 삭감됐습니다.
이것만이 아닙니다. 기록적인 세수 감소를 겪고 지방에 주는 교부세도 크게 줄었습니다. 2023년 제주도의 지방교부세는 전년 대비 15.9%가 감소했습니다. 금액으로 2,278억 원 정도입니다. 제주도민들을 위한 인프라에 투자되고, 그러면서 일자리를 만들고, 그것이 곧 소득이 되는 예산들이 전부 시쳇말로 ‘작살’이 난 것입니다.
제가 조사한 것만 이만큼입니다. 이외에도 비료지원비 삭감, 복지 예산 삭감 등을 따지다 보면 우리 국민들 경제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민간소비가 줄어들 때 정부소비를 늘려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것은 경제학이나 재정학을 대지 않더라도 너무나 상식적인 얘기입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거꾸로 했습니다. 그리고 마치 사회적경제에서 일하는 사람들, R&D 연구원들, 창업가들을 예산을 허투루 낭비하는 도둑놈 취급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이 선거에서 이기면 그게 이상한 겁니다. 심리학과 정치학, 경제학을 모두 새로 써야 됩니다. 총선을 맞이한 2024년의 상황이 이렇습니다. 전부 대통령이 일을 못 해서 생긴 결과입니다.
난망하지만, 대통령은 부디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국민들의 경제에 관심 좀 가지길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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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섭_ 김한규 의원실 보좌관. 박주민 국회의원의 선임비서관,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책비서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정책보좌관,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메시지 비서를 역임했다. 정치와 정무, 정책을 조화하는 일을 하고 있다.(no1enem2@gmail.com)
Last modified: 2024-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