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양 사단법인 농업조사전문가협회장, 농학 86
1. ‘노마드고흥’ 입학식
지난 2023년 10월 18일에 저에게 꿈같은 일이 시작되었습니다. 문화여행 ‘노마드고흥’ 주민여행기획단에 선정되어 입학식을 하는 날이었습니다. 그것도 평소에 해보고 싶었던 고흥‘섬’여행팀으로 말입니다.
깜냥에 학교 형식을 갖추어서 교장선생님은 천소현 오히려컴퍼니 대표님이시고, 섬여행팀 담임선생님은 김민수 여행전문작가님께서 맡으셨습니다. 첫날 입학식에서 김민수 담임선생님과 반원들로 고순례, 박상국, 송주민, 임성문, 장창원 님을 만났습니다. 원래 반원은 5명씩만 선정하였으나, 부인인 고순례 님은 선발이 되고 남편인 장창원 님은 탈락되었답니다. 아마도 부인이 5번, 남편이 6번째로 지원하여서 부인은 되고 남편은 탈락되었나 봅니다. 안타까운 순애보가 느껴져서 만장일치로 함께 하기로 하였습니다. 다음 약속을 하고 아쉬운 마음을 접고 다음 주를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첫만남에서 송주민 님만 동생으로 보이고 다른 분들은 모두 형님과 누님으로 보여서 내심 편안하게 생각되어서 시간이 넉넉히 많은 제가 자처하여 총무일을 맡기로 하였습니다.
그사이 여러 섬을 미리 조사하여 두었습니다. 진지도, 우도, 시산도, 득량도, 화도 등. 그러면서 이미 우도에는 여러 번 다녀왔고 시산도, 진지도, 득량도에 두 번씩이나 다녀온 기억이 났습니다. 다만 화도에는 가본 적이 없어서 왠지 설레이기도 하였습니다.
2. 첫 투어 전날
드디어 10월 25일 첫 투어를 시작하기 위하여 24일 저녁에 김민수 담임선생님께서 제주도에서 오십니다. 녹동항에 30분 전에 가서 드론으로 입항하고 내리는 모습을 찍어 드리고 싶었으나, 드론이 충전되지 않아서 포기! 그래도 10분 전에 가서 제가 고생한 증거를 남기느라 녹동신항연안여객선터미널 전경과 배에서 내리는 사진을 남기기는 하였습니다.
여객터미널 앞에 있는 이디야커피숍에서 8시 30분에 만났습니다. 박상국 님만 참석을 못하시고, 대신에 송주민 님의 아내분(탐조여행팀)까지 참석하는 열정적인 모임이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8시 반에 시산도 배 타는 곳에서 만나기로 하고 커피숍이 10시까지 영업한다기에 아쉽게도 자리를 정리하였습니다.
전날 왼쪽 눈 백내장 수술을 해서 술을 마실 수 없어서 김민수 담임선생님을 곱디곱게 호텔로 모셔다 드리고 만 것이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3. 시산도 입도
드디어 밤잠을 설치고 맞이한 25일 아침.
7시 30분에 송주민 님 아내를 만나기로 한 장소에 7시 10분에 도착해서 기다리다가 모시고, 김민수 담임선생님께서 주무신 호텔 같은 모텔에서 모시고 거금도에 사시는 세분을 모시러 가서 커피도 한잔씩 하고 시산도 선착장으로 가서 모두 모이기는 하였습니다. 그런데 아차차! 차가 배에 실리지 못할지도 모르는 상황! 기다리는 차가 너무 많았습니다. 다행히 막차로 선적이 되었습니다.
저는 운전과 일정에 신경이 많이 쓰여서 사진을 많이 찍지는 못했습니다. 사실 원래 사진을 많이 찍지는 않습니다. 한때는 사진에 미쳐서 ‘D100’이라는 DSLR카메라를 들고 천지사방을 돌아다닌 적이 있지만, 어느 때부터인지 눈과 마음에 담자는 생각에 핸드폰만 들고 다닙니다. 왠지 이번을 기회로 사진에 다시 약간 미치지 않을까?
시산도는 당연히 고흥군 금산면에 속하는 것으로 아시는 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시산도는 고흥군 도양읍에 속해 있습니다. 아마도 예전에는 도양읍 녹동항에서 배를 타고 다녀서 그런 것 같은데, 지금은 거금도 오천항에서 배를 타고 들어오니 금산면에 편입되는 것이 맞을 듯한데, 속사정은 모르겠습니다.
섬에 내리자마자 김민수 담임선생님의 강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사진은 어떻게 찍어야 하며, 여행자의 눈으로 생각하고 기록하여야 한다고 강조하신 것 같은데, 저는 온통 딴생각만 한 것 같습니다. 배 출항시간 전에 다시 배로 돌아와야 한다는 생각만!
시산도에 가기 위해서는 오천항에서 배를 타야 합니다. 왕복운임은 1인당 2천 원입니다. 차량은 일반승용차는 왕복 3만 원인데, 우리차는 스타리아라고 5만 원을 지불하였습니다. 운전수 1인은 면제! 2, 4주 일요일에는 배가 아예 휴항하고, 1, 3, 5주 일요일에는 2회차 배가 휴항합니다.
4. 진지도 입도
저는 온통 ‘별 보기’ 생각에만 미쳐서 배가 들어올 때에도 따로 사진을 남기지 못하였습니다. 섬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별보기 좋은 전망대가 눈에 들어와서 계속 그 생각만 하였던 것 같습니다. 전망대를 향하여 직진하다가 콘크리트가 아닌 풀이 난 흙길이어서 뒤돌아서 길바닥을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사실 전망대에 도착하기 전에는 전망대 근처에서 별 보기 좋은 자리를 찾을 생각이었는데, 전망대에 도착해서 보니, Wonderful!!!!!! 가장 위층에 지붕이 없습니다. 거의 모든 전망대는 지붕이 있는데, 지붕이 없다니! 누군가 별 보기 좋게 지붕 없이 지은 것일까? 좌우지간에 놀랍습니다.
전망대 위에서 파노라마로 사진을 찍어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 위에서 눈으로 본 감격을 다 표현하지는 못하겠습니다. 다음에는 기필코 별을 보러 오리라는 다짐을 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진지도에는 고흥군청을 대신하여 관리하시는 분이 따로 계십니다. 그분께 010-3602-2360로 전화를 드리면 태우러 나오십니다. 인원이 적으면 작은 배로, 많으면 조금 더 큰 배로 데리러 오십니다. 기와집 펜션이 있는데, 25만 원 정도라고 하셨습니다. 배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데는 3만 원에서 5만 원 정도를 지불하면 된다고 합니다. 우리는 우리 일정에 배를 요구하고 8명이나 되어서 5만 원을 드렸습니다.
5. 진지도를 안내하다(2023년 11월 8일)
고흥군문화도시센터 권지애 팀장님으로부터 11월 4일(토) 저녁에 유자축제 관람 중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다음주 수요일에 KTX매거진에서 진지도로 취재를 하러 온다는 데 안내를 해줄 수 있냐는 것이었습니다. 오, 땡큐!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이요, “원님 덕에 나발불기”! 안내도 하고 제대로 진지도를 즐겨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섬을 즐기지 못하였습니다. 일정을 조율하고 안내를 하느라 온전히 섬을 즐기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쉽지 않습니다. 다시 다음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회가 생기지 않는다면 제가 직접 기획할 생각입니다.
밤이 맑을 어느 날을 택하여 마음이 맞는 사람들을 10명 정도 모집해서 점심 먹고 오후 1시쯤에 모여서 진지도에 들어가서 원 없이 걷고, 걷고, 걷다가 지치면 전망대에서 일몰을 보고, 펜션에서 저녁을 준비하고, 저녁을 먹고, 깜깜한 밤이 오면 전망대에 올라 별을 볼 생각에 지금도 소름이 돋습니다. 생각만 하여도 짜릿합니다. 아직 경험하지 못한 일을 기다리는 것이 이렇게 짜릿한 것인 줄을 예전에는 몰랐습니다.
덕분에 요즘은 내일, 다음 달, 내년이 무척 기다려집니다. 물론 오늘도 즐겁게!
6. 수료식 후 생긴 친구, 누나, 형님들
12월 6일 수료식이 끝나면 섬여행반은 회식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난감한 얘기가 들렸습니다. 김민수 담임선생님께서 고흥군문화도시센터 교장선생님과 다른 담임선생님들과 저녁을 드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음을 기약하고 따로 저녁약속을 하지 않았습니다.
화려하고 재미있는 수료식을 마치고 아쉽게 집으로 가려는 순간 다급하고 반가운 담임선생님의 외침! “저 오늘 저녁 한가해요!”
아이쿠메! 급하게 녹동에 있는 ‘소담’이라는 식당에 병어조림을 예약하고 달려갔습니다.
수료식을 한 날이기도 하고 해서 마음 놓고 술을 마시기로 작정하고, 앞으로는 “성문이형, 창원이형, 민수형, 순례누나”라고 부르겠다고 선언하고 술을 마시려 했습니다. 그런데, 이이고메나! 참말로 반가운 거! 성문이는 형님이 아니고, 친구라네요! 환갑 다 돼서 생긴 친구라 더더욱 반갑습니다. 앞으로 주말에 날씨가 좋으면 ‘섬여행반’ 팀원들에게 물어서 4명 이상이 가능하다고 하면 김민수 담임선생님의 일정은 무시하고 제주도를 습격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제는 매주 주말이 기다려질 것 같습니다. 대신 맑은 주말을! 배를 타고 가면서 일출을 보고, 제주에서 걸으멍 쉬멍 하늘을 나는 새를 보며, 배고프면 맛집을 찾아 입호강을 시키고, 밤에는 술잔에 별을 담아 마시고, 배를 타고 오면서 일몰을 보는 것을 기대하는 주말!
PS : 저는 개인적으로 주중에 가는 것이 더 좋습니다. 하지만 아내와 함께 가기 위하여 주말을 택했습니다. 따랑해 여보야!(어쩔 수 없는 생존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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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양_ 두 차례의 공무원 생활을 그만두고 지난해 와포햇살영농조합법인에서 연구부장으로 근무하였고 중학교 텃밭교육 및 귀농인과 청년농업인 컨설팅을 했다. 종자기술사, 농화학기술사, 시설원예기술사 자격증과 천문지도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현재는 사단법인 농업조사전문가협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ljycby@daum.net)
Last modified: 2024-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