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철(시인)
저 산천의 개망초도
저 산하의 풀벌레도
모두 다 목놓아 흐느끼는데
오늘 우리는
강직한 반제자주의 영원한 스승
민족의 통일혁명가를 태풍처럼 잃었다.
.
그는
민중에게는 따뜻한 벗이었고
독재자들에게는 벼락같은 공포였다.
.
그는
지리산 산청지구대 빨치산이었던
아버지를 도와 해가 뜨면 달리는 소년 빨치산 연락병으로
농민가를 만들며 낮에는 농사짓고 해가 지면 조직하며
복정동에서 단대동에서 상대원에서 태평동까지
언덕 많고 사연 많은 성남의 쓰디쓴 어른이었다.
성남의 포근한 언덕이고 키 큰 미루나무였다.
.
그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학습하며 토론하며
찬란한 승리의 그 날이 오길
손가락 깨물며 맹세한 대로
한평생 깨끗하게 살아온
민중의 영원한 스승이었다.
.
그가 여기 조용히 잠들었다
그렇게도 많은 걸음을 걷고
그렇게도 많은 흔적을 남기면서
불같이 살아오던 사람
오늘 태풍 전야에
조용히 눈을 감았다.
.
아직은
밝은 태양이 솟아오르지도
방방골골 평화와 자주의 깃발이 펄럭이지도
농민가 발맞춰 해방의 춤을 추는 농민들도
다 늙어가건만
.
아직도
제주의 푸른 바다와 부산 앞바다에
전쟁의 핏빛 핵화염이 번쩍이며
조국의 푸른 창공은 죽음의 전략폭격기
굉음 소리에 칠천만 겨레가
침통하게 숨죽이고 숨죽이고 있건만
그가 여기 조용히 잠들었다.
.
일생의 고난을 즐겁게 받아들이며
언제나 청년을 벗으로 대해준 사람
반제자주의 진리와 신념은
그대의 기개였고
분단의 철창에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평생을 새로운 고지를 향해
민중과 함께 손잡고 달리며
타협하지 않는 투지는 그대의 순결한 넋이었다.
.
그대의 무릎 나온 양복바지와
언제나 목에 걸고 다녔던
평화의 반석 옥 목걸이와
집회에서 들고 온
전 내 나는 유인물 봉투가
그대의 날카롭지만 부드럽게 몸에 밴
영상처럼 눈에 삼삼하건만
.
지금이라도 당장 자리를 차고 일어나
“민중이 없으면 내가 살 수도 없고
민중이 없으면 혁명도 할 수 없다”고
쟁쟁하게 소리칠 것도 같은데
.
젊은 벗들과 어깨를 곁고
그 푸른 농민가를 우렁차게 부를 것도 같은데
오늘도 내일도 영원한 후대들의 심장 속에
생동하게 고동칠 그대
오늘 조용히 눈을 감았다.
.
저 산천의 개망초도
저 산하의 풀벌레도
모두 다 목놓아 흐느끼는데
우리는 오늘
강직한 반제자주의 영원한 스승
민족의 통일혁명가를 태풍처럼 잃었다.
.
2023. 08. 09.
그대의 젊은 벗 쓰다.
Last modified: 2023-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