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5:11 오후 133호(2023.07)

[선구자 인터뷰]
전문가의 정보와 시청자의 참여로 재미를 만들어 가는 가치있는 프로그램
공중파 최초 기후전문 프로그램 OBS ‘기후만민공동회 <오늘의 기후> ‘ 제작진을 만나다

임세진 선구자 편집위원

왼쪽부터 노광준 PD, 김희숙 DJ, 한상진 작가

노광준 PD가 일냈다. 경기방송 폐업으로 인한 실직 후 기후 위기에 대안을 찾아 뉴스레터 <오늘의 기후>를 발행, 선구자 회원들을 구독자로 만들더니 새로 문을 연 OBS 라디오(FM99.9MHz)에서 <오늘의 기후>를 1시간짜리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편성해 버렸다. 프로그램 진행자(기후환경DJ)도 대국민 오디션으로 뽑았다. 전문가 패널과 시민 DJ가 만나 청취자의 사연과 제보를 함께 엮으며 만든 기후프로그램은 딱딱하고 지루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재미있다는 평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급기야 이달의 PD피디상을 받았다. 현업 PD들이 인생에 꼭 한번 받아봤으면 좋겠다고 하는 그런 상을 방송 시작한지 석 달만에 받아버린 것이다. 5월 수상작으로 선정되었으니 엄밀하게 말하면 방송 2달 만에 수상을 한 것이다. 첫발을 떼자마자 큰 상을 받은 ‘기후만민공동회 <오늘의 기후>’ 제작팀을 만났다. <편집자 주>

——————

남들이 안 하는 의미있는 프로그램 만들기, 새로운 캐릭터 DJ 찾기

먼저 노광준 PD에게 기획의도와 진행자를 오디션을 통해 뽑게 된 계기를 물었다.

노광준 PD: 무수히 많은 매체 속에 남들하고 똑같이 시사, 음악 방송을 하기보다 남들이 안 하는, 의미 있는 걸 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그런 면에서 기후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은 긍정적이었죠. 그렇게 기후프로그램으로 방향을 정하고 진행자를 누구를 할지 고민하는데 떠오르는 캐릭터가 없었어요. 연예인도, 아나운서도, 교수도 딱 맞는다는 생각이 안 들더라구요. 그래서 오디션을 한 거예요. 어떤 캐릭터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기후에 관심이 있고 진심으로 기후에 대한 열정이 있는 시민을 생각하며 오디션을 했고 그 결과 보물 같은 진행자가 확정이 됐죠.(웃음) 저는 사실 다섯 분만 지원해도 오디션은 성공이라고 생각했어요. 다섯 분은 있어야 5주 동안 생방송을 하니까.(웃음) 그런데 100명이 넘게, 다양한 경력의 분들이 기후환경 DJ에 지원을 하는 걸 보고 시민사회가 정말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기후 쪽으로 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다면 김희숙 진행자는 어떤 마음으로 DJ에 지원을 했을까 물으니 의외의 답이 나왔다.

김희숙 DJ: 처음에는 기후환경 캠페인으로 1일 DJ를 뽑는 줄 알았어요. 전문 DJ는 역량이 안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망설이다가, 그냥 재미 삼아 경험이나 해보자고 응모했죠. 막상 1차 심사를 통과하고 5주간 생방송을 하면서 다른 분들은 경험도 있고, 진행능력도 저보다 뛰어나서 그 모습을 보고 배우며 준비했어요. 저는 좀 제멋대로 한 것 같아서, ‘만약에 다른 스타일을 찾으면 나를 뽑을 텐데, 매끄러운 걸로 하면 꼴등일 텐데….’ 이렇게 생각했는데 제가 됐네요.(웃음) 기존의 방송처럼 유창하고 매끄러운 거보다 개성 있는 방송을 원하셨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인지 어리버리하게 방송을 시작했는데 작가님, PD님이 어디에서도 없었던 방송이니까 아무것도 롤 모델로 삼지 말라고 하셔요. 저도 모르는 제 스타일을 존중해 주시면서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굉장히 강조를 많이 하셔서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발음 실수도 하고 답변에서도 실수해서 걱정하면 항상 PD님하고 작가님은 재미있었다고 웃고 계세요. 그런 게 많이 힘이 됐어요.

전문가의 지식에 청취자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만민공동회

그러면서 김희숙 DJ는 자신의 무식함(?)이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는다고 이야기한다. 시민의 시각에서 진솔한 질문으로 시청자들에게 ‘기후’가 어렵지 않게 다가가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김희숙 DJ: 제가 전문적으로 아는 사람이 아니니까 전문가들이 나와서 말씀하실 때 좀 무식한 질문, 청취자 눈높이에서 질문을 하니까 어려움이 좀 상쇄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시청자들도 전문가 인터뷰 중간에 문자로 질문을 하고, 제보를 주기도 하면서 참여해 재미를 더하고요. 두 달 동안 진행해 보니 기후 위기를 가르치는 프로가 아니라 함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아요. 거기에 청취자 사연으로 이루어지는 ‘기후톡파원’이랑 청취자들의 일상 이야기가 더해져 정보와 참여와 재미를 만들면서도 가치 있는 프로그램이 되고 있다는 것을 한회 한회 느끼고 있어요.

방송에 참여하는 청취자들이 말 그대로 ‘만민공동회’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요일별로 기후와 경제, 자원순환, 기후 이슈, 기후 미식이라는 큰 틀 안에 대안에너지, 녹색탄소, 도시재생, 태양광, 식생활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전문 패널들의 어렵지 않은 설명에 청취자들의 질문과 제보로 켜켜이 쌓이는 진정성이 작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실천의 장을 만들고 있다. 이는 시청자들의 사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이 실천하고 있는 것과 새로이 깨닫는 것, 그리고 다짐 등을 문자로 전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매일 DJ가 직접 쓰는 오프닝, PD의 취재로 매일 10여 분간 진행되는 세계 곳곳의 기후 소식을 전해주는 노광준 PD의 ‘손에 잡히는 기후’는 생활 속에서 기후에 한층 더 쉽게 다가가는 시간을 만들고 있다.

작가도 범상치 않다. 한상진 작가는 공동육아 어린이집 교사를 하다 결혼 후 생협 소식지 편집장을 하며 취업을 모색하던 경력단절 여성이었다. 지금 일을 너무 즐거워하는 한 작가는 기후 위기와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 생활 속에서 쉽고 재밌게 풀어내고 싶다고 말한다.

한상진 작가: <오늘의 기후> ‘기후톡파원’이라는 코너가 있는데요. 청취자분들께서 보내주신 사연으로 구성해 나갑니다. 소박하고 작은 이야기지만 기후나 환경을 보호하는 행동을 조금씩 실천하는 시민들의 모습에서 기후 환경에 대한 희망을 보고 있습니다. 제가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기후톡파원과 통화하는 시간입니다. 재밌는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기후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함께 답을 찾게 돼요. 제가 많이 배운답니다. 저는 저의 딸아이와 딸이 함께 하는 공동체가 맑은 공기와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가길 바랍니다. 그것이 제가 오늘의 기후를 열심히 하고, 기후를 위해 실천하는 이유이자 목적이거든요.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작은 걸음을 차근차근 걸어 나가는 시민으로서 접근하는 작가의 태도와 시각은 <오늘의 기후>를 한층 더 탄탄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방향에 대해 노광준 PD의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다.

노광준 PD: 제가 꿈꾸던 것보다 한 200% 만족을 해요. 개인적으로 머릿속으로만 꿈꿨는데 그걸 진행자가 현실로 만들잖아요. 라디오는 청취자와의 1대 1 매체이기 때문에 진행자가 성패의 7~80%를 좌우해요. 진행자가 좋으면 뭘 해도 재밌게 들어주고 진행자가 싫으면 뭘 해도 안 돼요. 우리 진행자 특징이 문자 하나하나 다 읽어요. 진짜 정성스럽게 읽어주는데, 진지한 문자들이 많이 와요. ‘내가 이렇게 실천을 했다, 내 주위 환경이 이렇다’, 뭐 이러면서…. 진짜 다양한 부분의 사람들이 참여를 하니까 ‘기후 만민공동회’가 되는 거예요. 굴삭기 기사님, 포도 농사하는 분, DMZ에서 쌀농사 하는 분 등등에 전문가까지. 제가 꿈꾸던 걸 현실로 실현을 해주고 계셔서 저는 그냥 불을 피워놓고 옆에서 이렇게 덧불을 쬐면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거죠.

특히 김희숙 진행자님은 러시아 문학을 해오신 분이예요. 평생 안나까레리나,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문학을 해오신 분이 CO2가 어떻게 되고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가 어떻고, 태양광 인버터가 어떻게 되고…. 이거를 하루 1시간씩 하려면 얼마나 노력하실지 짐작이 되죠.

전 청와대 행정관 출신 러시아 문학도, 국내 최초 기후환경 DJ가 되다.

.

김희숙 DJ에게 러시아 문학에 대해 질문하려는 찰나, 보이는 라디오 소개 자막에 ‘작가/번역가’와 함께 써있던 ‘전 청와대 행정관’이 떠올라 라디오 DJ 이전의 경력 소개를 부탁했다.

김희숙 DJ: 2002년 1월 초에 대학원에 다니고 있었는데, 운동을 열심히 했던 친구가 유학을 가면서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망한다’고 하더라고요. 왜 그렇게 생각을 하냐니까 ‘우리나라 오피니언 리더 네트워크에서 너무 소외된 사람이라 최고 지도자로는 어렵다’고 얘기하는 것을 듣고 속으로 격분을 해서 ‘좋다. 그럼 내가 올해 노무현 대통령이 되는 걸 내 눈으로 보겠다’는 결심을 했죠.(웃음) 집에 와서 ‘노사모’활동을 살펴보다가 민주당 경선에 대의원 편지 쓰기에 참여했어요. 이후 온라인 기반으로 모이는 국민참여 개혁당, 개혁국민정당이 만들어졌죠. 제가 91년도에 룰라 노동자당 공부하면서 꿈꿨던 네트워크 정당인 거예요. 그래서 굉장히 기쁜 마음으로 참여를 했고 즐겁게 활동을 했어요. 그러다가 열린 우리당 여성중앙위원도 하고 하다가 2006년 지방선거 끝나고 청와대 와서 같이 일을 하자는 연락이 왔어요. 청와대 행정관은 제가 어떤 정치 지망생이나 직업 정치인으로 갔던 게 아니라 시민 참여 운동으로서 정당 개혁, 정치개혁을 얘기하다가 그 일원으로서 갔던 거죠. 1년 후에 유시민 대표 대선경선캠프를 꾸리면서 청와대 행정관을 그만두게 됐습니다.

이후 국민참여당 정책연구원에서 잠시 일하던 김희숙 DJ는 2011년부터 건강 등의 이유로 정당 활동을 그만두고 번역을 조금씩 시작을 했다. 소설도 쓰고 출판 기획일도 했다. 그리고 유튜브 채널 [북클럽비바]를 운영 중이다.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막심 고리키, 나보코프, 니콜라이 고골, 안톤 체호프 등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세부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아울러 작품이 나왔던 시대적 배경과 문학 작품이 영화나 오페라로 제작된 것은 같이 보기도 한다. 만만한 작업이 아닐 텐데 라디오 DJ를 하면서 병행할 수 있는지 물었다.

김희숙 DJ: 네, 계속할 거예요. 지금 촬영해 놨는데 같이 하는 피디님이 다른 편집일 때문에 너무 바빠서 편집을 못해서 못 올리는 거예요. 올해 중에 하려는 아이템이 있는데요. 김상진 열사가 도스토옙스키 ‘악령’을 읽고 많이 감동받았던 기록이 있대요. 그런데, 도스토옙스키 ‘악령’이 사회주의자들을 비판하면서 쓴 건데 김상진 열사만이 아니라 예전에 우리나라 일제강점기 때 사회운동을 하던 분들도 도스토옙스키 작품에서 크게 영감을 얻고 많이 고무가 돼요. 그게 뭐였을지 굉장히 큰 호기심이 생겨서 지금 ‘악령’을 준비 중이거든요. 계속 해보려고 그래요. 북클럽 비바는.

기후청문회를 통해 기후 공약 내는 후보 선출하기

기후 위기와 정치적 이념의 관련성이 궁금해졌다. 예를 들어 세계적으로 진보 정권이 기후 위기 극복 의지가 더 높다는 분석이나 보수 정권이 현실에 안주한다는 통계 같은 게 있는지, 있다면 그런 이념적 배경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노광준 PD: 기후 위기에 대한 적극성은 정파에 따라서 좀 다른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독일 같은 경우도 녹색당이 다수일 때 정책하고 녹색당이 소수 일대 정책이 분명히 차이가 있거든요. 근데 우리가 어떤 정권이 특정해서 장기 집권하리라고 누구도 알 수 없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정권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움직이는 기재가 필요한데 그것이 법이고 또 하나가 언론이죠. 법은 국회, 입법기관의 영역이기 때문에(그것도 시민사회가 움직여야 되지만), 저는 그래서 언론이 되게 중요하다고 봐요. 그래서 저희 프로그램 <오늘의 기후>가 생겨난 거고요. 앞으로 저희 같은 언론들이 더 많이 더 생겨날 거고, 많이 생겨나면 하나의 연합체를 만들어서 방송사, 언론사의 이해관계를 떠나서 기후끼리 뭉쳐서 특히 선거 때, 즉 총선, 지자체, 대선 때 가장 적극적인 기후 공약을 내는 후보를 골라내는 기후 청문회를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한 5년 안에 저는 그렇게 돼야 되고,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언론의 역할이다, 관훈 클럽만 하는 게 아니라 ‘기후 클럽’을 만들어서 기후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얘기를 해야 되고 다시는 ‘RE100이 뭔가요?’라고 하는 사람은 대통령이 될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PD의 인생 이모작 기후저널리스트, 10년 이상 자리지킬 것.

노광준 PD가 기후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계기를 만들어 준 사람이나 책이 있다면 소개를 부탁했다.

노광준 PD: 경기방송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실직한 후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나, 뭐하지?’하고 있을 때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Kiss the ground’를 보고 제 인생을 리스캔(rescan)하게 됐습니다. 요약하면 ‘토양이 탄소를 저장하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내용인데요. 그런데 저는 토양학도였거든요. ‘나는 왜 몰랐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인생을 리스캔을 하면서 ‘나도 의미가 있는 사람이겠네. 토양학 했지, 언론했지. 그럼 나는 기후 저널리스트가 돼야겠구나. 그게 이 사회에서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이 되는 길이겠구나’라고 생각하면서 기후로 저는 인생 이모작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계기를 마련해 준 분은 최재관 주민참여재생에너지운동본부 대표였습니다. ‘Kiss the ground’를 두 번에 걸쳐서 보라고 고집을 하셨죠.(웃음)

기후환경디제이(DJ) 공개오디션 공모 요강에 DJ 활동 기간은 2023년 05월 ~ 2023년 연말개편 시(재계약 가능)라고 명시되어 있다. 1년 후에 다시 오디션을 하는 건지 물으니 단호히 “아니요!”라고 답한다.

노광준 PD: 라디오는 1년마다 바뀌면 안 돼요. 라디오 진행자 중에 우리가 알 만한 사람들 다 한 10년 이상을 했죠. 10년은 해야 그때부터 빛 봐요. 그전까지는 힘들거든요. 그러니까 저는 가능하면 한 10년 해 주셨으면 하는데 DJ님 체력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또 콜이 많이 올 거예요. 왜냐하면 진행을 잘하거든요. 그러니까 방송 3사에서도 콜이 올 것 같아요.

1일 DJ인 줄 알고 시작했다는 김희숙 DJ에게 10년 할 각오가 돼 있는지 물었다.

김희숙 DJ: 저는 10년이 금방 지나갈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 프로그램이 되게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요. 만약 정치 프로그램이라면 이게 뭐 때문에 싸우는지, 이 사람이 과거에 무슨 일을 했는지, 잘했는지 잘못했는지 이런 거를 막 따지면서 싸워야 되잖아요. 근데 저희 프로그램에 제보를 하는 것도 그렇고, 출연해 주시는 전문가분들도 그렇고, 기후 위기에 대응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가 중심 주제니까. 제 인생에 지난 두 달만큼 선량한 사람들을 많이 만난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100명을 만나면 그중에 한 30명은 이렇게 빌런(villain)1이 섞여 있다는 걸 전제하고 만나는데 희한하게 여기는 빌런이 없어요.

1.악당이라는 의미와 함께 ‘무언가에 심하게 집착하거나 기괴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 범죄행위는 아니지만 평범하지 않고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


노광준 PD: 그래요. 그게 특징이에요. 선한 분들이 많아요. 김희숙 DJ가 잘 오신 거예요. 지상파 최초 기후환경 DJ로 우리나라 라디오 프로를 개척하고 계시는 거예요.(웃음). 기후 위기는 사실 되게 딱딱할 거라고 예상하잖아요. 전혀 딱딱하지 않고, 요즘에 ‘진짜 재밌다’라는 문자가 온다니까. 세상에 이건 우리가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예요. 어떻게 기후가 재밌어? 지구가 멸망을 한다는데 어떻게 재밌어? 근데 이게 들으면 재밌어져요. 진행자가 그렇게 만드는 거예요.

끝으로 선구자 회원들께 한 말씀씩 부탁했다.

김희숙 DJ: 저는 선구자에 제가 등장할 자격이 있나라는 생각을 하는데요. 프로그램을 알리는 거고 또 PD님이 하시는 거니까 함께 하는 마음으로 인터뷰에 나왔습니다. 저는 이런 매체(선구자)가 아직까지 존재하고 이렇게 오랫동안 사람들이 계속 누군가를 기리면서 무언가를 하고 모인다는 게 놀랍고요. 거기서 많은 감동을 받습니다. 영광입니다.

노광준 PD: 제가 가장 어려울 때 어둠 속에서 손 잡아 주시고 살려주신 선구자 선후배님들께 늘 감사드립니다. 처음 ‘뉴스레터 오늘의 기후’를 발간했을 때도 가장 먼저 도움 주고 참여해 주신 분들이 선구자 회원분들이셨습니다. 이제 제가 또 다른, 어떤 위기에 처한 분들을 도울 수 있을 만큼 열심히 살겠습니다. 늘 감사드리고 지켜봐 주시고요. 받은 만큼 그 이상으로 베풀면서 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기후시민들이 울리는 생명의 북소리


‘기후만민공동회 <오늘의 기후>’는 전 지구적 현안인 기후위기 대응을 시민 눈높이에서 다양한 각도로 조망하고 다양한 전문가, 청취자들과 함께 현실적 답을 찾아보자는 의도로 기획됐다. 지난 3월 30일 개국 이후 매일 오전 11시부터 12시까지 1시간 분량으로 편성됐다.

이달의 PD상 심사위원회는 오늘의 기후를 라디오 지역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하며 라디오에서 그동안 쉽게 듣지 못했던 소재를 색다른 방식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호평하고 “딱딱하고 어려워 보이는 기후문제를 먹거리, 주택과 자동차 등 일상 소재로 접근한 점이 돋보였고 시민으로 구성된 기후톡파원과 소통하며 지역방송이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신선하지만 과연 프로그램이 지속될 수 있을지 많은 우려와 걱정 속에 출범한 ‘기후만민공동회 <오늘의 기후>’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앞으로 계속 그 영향력을 만들고 키워나갈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PD, 작가, DJ가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점점 많은 참여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 방송의 선구자가 된 ‘기후만민공동회 <오늘의 기후> 제작진에게 고마운 마음과 함께 건강하게 오래, 굳건히 건승하기를 기원하며 청취자로 참여도 해야겠다는 의무감(?)이 드는 유쾌한 시간이었다.

노광준 PD의 ‘이달의 PD상’ 수상소감으로 인터뷰 마무리를 갈음한다.

……………………………………………………………………………………………………………………………………….

60년 전 마셜 맥루한은 라디오를 ‘부족의 북소리’라고 말했지만, 2023년을 사는 우리는 라디오를 이렇게 봅니다. 지구를 구하려는 기후시민들이 여기저기서 울려대는 ‘생명의 북소리’라고.

저희는 그렇게 ‘기후만민공동회’를 6개월 간 준비했고 3월 31일 OBS 라디오 개국과 동시에 매일 1시간 <오늘의 기후>를 청취자들께 선보였습니다. 두 달이 지났습니다.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지속가능성입니다. 사실 방송 전 많은 분들이 ‘매일 1시간을 기후? 아이템이 돼?’ 라며 걱정하셨습니다. 결과는 ‘아이템 엄청나죠’로 판명됩니다. 잠실야구장에 출연한 하루살이떼부터 피서지에 엄습한 이른 폭염, 도심 산불연기까지 우리의 모든 일상이 실은 기후아이템입니다. 우리는 ‘기후’라는 렌즈를 쓰고 일상을 재조명했고 많은 청취자들께서 공감과 참여의 문자를 보내고 계십니다. 하루 한 분 전문가를 모시는데 경제부터 에너지, 생태, 먹거리 전문가까지 월 22명의 출연진이 꽉 찼고 100% 스튜디오 출연으로 보이는 라디오를 병행합니다. 두 번째 선물은 ‘진행자’ 확보입니다. 라디오의 성패는 70-80% 진행자가 결정합니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고 진행자가 맘에 들면 술술 풀리지만 아니면 뭘 해도 안 풀립니다. 그런 진행자를 대국민 오디션을 통해 확보했습니다. 100여 명의 시민디제이 지원자 가운데 다섯 분을 뽑아 5주간 5회씩 생방송을 하며 청취자 투표 등으로 최종우승자를 가렸는데 가장 많은 표를 받아 우승한 분은 평생 안나까레리나를 말해온 러시아 문학 전문가입니다. 그런 그녀가 지금은 매일 CO2와 엘리뇨와 삼중수소를 말합니다. 얼마나 노력하고 계신지요. 그러면서도 청취자 문자 한 줄 한 줄에 진심을 다하며 ‘오늘도 다 소개하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합니다. 이런 노력과 진심이 통했는지 요즘에는 ‘재미있다’, ‘시간이 짧다’는 문자가 들어옵니다. 멀리 김해에서 완주에서 듣는다는 새싹문자들까지…. 저희는 이렇게 오디션을 통해 발굴한 ‘김희숙’이라는 기후환경디제이를 필두로 매일 1시간 다양한 청취자들과 기후이야기를 나누고 칭찬하고 북돋으며 지구를 위한 북소리를 울립니다. 둥둥~

이런 저희에게 <이달의 피디상>은 마치 친환경 농부가 ‘인증마크’를 받은 기쁨이랄까요. 더 꾸준히 더 정성껏 짓겠습니다. 매우 모험적인 이 시도를 편성으로 확정해 주신 OBS 가족 여러분, 내 일처럼 함께 준비해 주신 17개 기후환경기관단체 여러분, 오디션 모든 참가자들, 그리고 청취자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 인사드립니다. 정진하겠습니다.​

– OBS 노광준 PD

.

임세진 _ 숭의여전 문창과에 입학, 문예창작보다 학보사 기사를 더 열심히 쓰고, 졸업 후 전국연합 기관지 ‘민’,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신문 ‘건치신문’ 만드는 일을 하였다. 이후 성공회대 사회학과에서 공부하고 KOICA 봉사단을 다녀온 후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을 인터뷰하고있다. (sejin3025@hanmail.net)

Last modified: 2023-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