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권 이야기농업연구소장, 농생물 79
3년 7개월이라는 제작 기간을 거쳐 완성된 독립다큐멘터리 영화 <1975.김상진>이 지역상영회를 이어가며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독립영화제 장편다큐멘터리 경쟁부문 출품 신청을 통해 김상진스토리가 세상에 영화로 태어났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 2023년 1월 14일 서울 시사회를 시작으로 광주, 전주, 부산, 울산, 국회, 수원, 천안상영회까지 8회차 지역상영회를 진행했다. 5월은 광주항쟁, 6월은 6월항쟁 추모·기념의 시간을 가지며 숨을 고르던 중 반가운 소식이 날아왔다. 베를린 인디영화제 5월 감독상(다큐멘터리부문)을 수상한 것이다. 그 일환으로 2024년 2월 10일, 베를린에서 <1975.김상진>을 선보이게 되었다.
7월부터 지역상영회 시즌2를 본격적으로 실행한다. 베를린 인디영화제 5월 감독상 수상 기념 나주지역상영회(7월 14일, 나주정미소)를 시작으로 청주(7월 26일), 서울 광진구(7월 28일) 상영회가 확정되었으며 경남김해 봉하마을(노무현기념관), 대구, 경기화성시, 서울보성고 상영회를 준비중이다.
안병권 감독은 “내년 총선 전까지 20~30회 정도를 목표로 지역상영회에 흠뻑 빠져들 생각이다. 나에게, 시민들에게, 무엇이 우리를 지속가능하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반면교사로 김상진열사의 삶을 뜨겁게 외치고 다닐 요량”이라고 밝혔다.
(편집자 주)
2023년 5월 7일
[제작일기] 내가 오둘둘을 기념하는 방식
몇 달 전 오둘둘 선배님들과의 모임에서였다.
누군가 그랬다. 그거 알아야 해 안감독!
“오둘둘사람들 고생 많이 했거든”
내가 오둘둘을 기념하는 방식.
내게 5월은 ‘풀어지지 않은 한의 응결체’이며 동시에 군부독재에 맞서 싸운 ‘해방공간의 영역’으로 존재한다. 그 에너지로 지금껏 살아내고 있으니까.
더하여 4년 전, 장편다큐멘터리 <1975.김상진>감독으로 일을 시작한 이후엔 ‘이어지는 김상진’, 5.22(오둘둘)의 역사와 함께 살고 있다. 그 기가 막힌 역사의 한복판에서 지난 48년간의 여정. 기죽지 않는 당당한 역사 앞에 경의를 표한다.
또 영화 찍는 감독 입장에서 가장 가슴 아픈 일은 오둘둘 막내 박원순 서울시장의 죽음이다.
올해는 영화를 마무리해서 지역상영회도 절찬리에 전국 순회 중이다. 어김없이 5월 22일은 다가오고 온갖 상념에 젖는다. 튓튓 손에 침 튀기며 작업실에 들어앉는다.
2020년 2월 13일, 서울대에서 함께했던 오둘둘 선배들과 박원순 시장. 유쾌하고 호방했던 만남. 관악캠퍼스 일원에서 생생한 육성과 일거수일투족, 다양한 시선으로 선배들의 지난 세월을 카메라에 담았다. 덕분에 영화는 더욱 풍요로워졌다.
그때 상당 물량을 영상에 담았는데 영화에 쓰인 장면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렇게 남겨진 이야기들을 오둘둘 선배들과 하늘에 계신 김근태, 김도연, 채광석, 박원순 선배를 그리워하며 몇 편으로 나눠 시민들에게 보여드릴 생각이다.
엄혹했던 시절, 청년이었던 그들이 분노의 함성으로 민주주의를 외쳤던 곳.
1. 서울대 교문에서
2. 도서관에서
3. 김상진열사 추모비 앞에서
4. 기타 짧은 스토리 몇 개.
내가 오둘둘을 기념하는 방식이다.
2023년 5월 15일
[제작일기] 한 시대를 이야기하는 방법
1960년대는 4.19부터 6.3항쟁을 거쳐 3선개헌 반대투쟁으로 이어지고 1970년대는 전태일열사 분신을 시작으로 한국사회는 요동을 치기 시작합니다. 급기야 박정희가 종신집권을 위한 유신헌법을 강제하면서 무겁고 긴 암흑기로 들어갑니다. 그래서일까요? 1970년대를 명징하게 드러내는 콘텐츠를 만나기가 어려웠습니다. 분명히 그 안에서 피 끓는 뜨거운 역사들이 있었는데 말이죠.
1980년대 한국민주주의 역사는 여러 경로, 여러 매체, 다양한 장르로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손을 내밀곤 했습니다. 다양한 광주민중항쟁 콘텐츠, 영화‘1987’, 영화‘1991 봄’ 등 눈과 귀에 친숙한 이야기들이 제법 있습니다. 물론 군부독재의 한은 풀리지 않았고, 여전히 속 시원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말이죠.
그런데 1970년대는 영화로 자기 색깔을 드러낸 적이 별로 없습니다. 민주주의 관점으로 말입니다. 어느 누구도 소리칠 수 없었던 1970년대는 전태일열사를 출발로 인혁당재건위와 김상진을 품고 긴급조치 사슬로 연결됩니다. 1975년 4월 11일, 김상진열사 할복의거는 노란 나비가 되어 광주제일고로 날아가고, 서울대 관악캠퍼스 5.22 추모시위와 서울공대추모시위를 잉태합니다.
전국 방방곡곡으로 날아가 마침내 박정희 유신정권을 끝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지난 48년간의 민주화의 여정에서 사람들을 일깨우면서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작동합니다. 그 이야기를 장편 다큐멘터리로 만들었습니다. 저의 노림수는 1970년대를 ‘지금 다시 민주주의 시대(검찰독재)’로 가져와 이어지는 역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기 편한 콘텐츠’로 널리 퍼트리는 것입니다. 역사의 서고에 꼽아두고 필요할 때만 꺼내 보는 존재가 아니라 ‘퍼트리기 좋은 콘텐츠’로 김상진열사를 지금 우리 곁에서 다시 날게끔 하는 것입니다.
2023년 5월 14일
[제작일기] 그 사진, 찾았습니다.
그 사진, 찾았습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야호! 만세를 불렀다.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1975.김상진> 서울대학교 오둘둘사건 현장심층촬영이 한창이던 2020년 2월 13일 서울대교문.
1980년, 교문에 걸었던 ‘김상진열사 걸개초상화’ 이야기가 나왔다. 김봉준 화백은 어디선가 ‘아마 이 초상화가 최초의 걸개그림이 아니었나’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2020년,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한 자리에서 걸개그림 존재가 언급되었지만 어디에도 자료는 없는 상태였다. 감독입장에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1년 2개월 뒤, 2021년 4월 초, 김봉준 화백에게서 메시지가 떴다.
“그 사진, 찾았습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야호! 만세를 불렀다.
2023년 5월 25일
[상영일기] 천안상영회 후기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대서사시였습니다.”
“<김상진열사>에서 <운동화비행기>까지, 와우! 멋진 콜라보입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1975.김상진>이 5.18까지 연결시킬 줄은 생각 못했거든요.”
“제가 87학번으로 6월항쟁의 한복판에서 움직였음에도 불구하고 김상진열사의 존재에 대해 잘 몰랐거든요. 이 영화로 깨우침을 얻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었어요.”
천안터미널 CGV에서 5월 24일(수) 오후 7시에 진행된 5.18민주화운동기념영화제를 성황리에 마무리했습니다.
60여 석 만석입니다. 엄마와 함께 온 아이들도 여럿이고, 젊은 청년들도 많이 보입니다.
주최 측에서 준비한 팝콘과 음료는 영화의 맛을 한결 풍성하게 해 주었습니다.
“평소 낯이 익은 분들 한 20여 명 보이고, 40여 분은 얼굴을 못 보던 분들인데 아마도 일반 시민들 같습니다.” 충남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상임이사의 평입니다.
천안터미널 CGV는 최고의 시설, 음향으로 만족스런 영화상영회공간입니다. 영화는 역시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이벤트였습니다. 또 영화관이 들어있는 건물은 엄청난 규모로 신세계백화점을 비롯 다양한 먹을거리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가득 들어찼습니다.
장편 다큐<1975.김상진>을 75분간 먼저, 이어서 전승일 감독의 단편 <운동화비행기>(17분)을 관람했습니다. 영화 끝나고 바로 저와 전승일 감독 둘이 무대로 나와 관객들에게 감독의 소신을 이야기하면서 행사를 마무리했습니다.
복합영화공간을 감독의 입장으로 곳곳을 살피고, 느끼고 맛을 보는 재미도 있고 전좌석 관객들의 시선과 교감하는 설레임도 한가득한 상영회였습니다.
늦은 저녁까지 함께한 뒤풀이. 충남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운영진께 인사드립니다. 덕분에 행복했고 즐거웠습니다.
2023년 6월 2일
[상영일기] <1975.김상진>, 국내외 영화제에 출품신청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독립영화제 12곳 장편다큐멘터리 경쟁부문에 <1975.김상진>을 출품 신청했다. 지구 수천 개 영화제 중 다큐에 방점을 찍은 곳들을 골랐다. 추후 진행 경과를 돌아보면서 한여름쯤에 2023, 2024 시즌 페스티벌 20여 곳을 골라 추가로 신청할 생각이다.
신청한다고 다 초청받는 게 아니고 해당페스티벌의 엄밀한 심사를 거쳐야 하는 일이다. 신청한 곳 중 한두 곳이라도 초청받으면 좋겠지만 김상진스토리가 세상에 영화로 태어났다는 것을 알리는 의례이기도 하다. 또 각국 심사위원들의 눈과 마음에 읽히고 보여진다는 것만 해도 충분하다.
국내에서는 지난 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초청받지 못했다. 하반기에 남아있는 국내영화제들도 가능한 한 출품할 예정이다.
작년 12월에 영화제작을 마치고 서울, 광주, 전주, 부산, 울산, 국회, 수원, 천안상영회까지 8회차 지역상영회를 진행했다. 지금은 김해봉하마을과 청주지역상영회가 준비 중이다.
2025년이면 열사 의거 50주년이다. 그때까지 가능한 한 많은 지역을 돌며 상영회를 가질 생각이다. 열사의 마지막 바람처럼 저 위대한 민주주의 승리가 도래하는 날까지 차근차근 지치지 않고 징검다리 건너가듯 상영회를 전개할 생각이다. 온라인으로도 시민들과 공유할 방법을 집중 탐구 중이다.
2023년 6월 22일
<1975.김상진>, 베를린 인디영화제에 공식초청받다.
베를린 인디영화제에 월간감독상을 수상하면서 2024년 2월 10일, 베를린에서 장편다큐멘터리 <1975.김상진>을 선보이게 되어서 즐겁고 유쾌하다. 상진형님의 이야기를 유럽에 선 보일 수 있게 되었다. 상진형님의 짧은 삶이 유럽인들에게 어떤 울림으로 다가설지 설렌다. 메이킹북도 만들고, 포스터도 제작하고 할 수 있는 ‘최선’으로 하나하나 다가오는 일들을 풀어나갈 생각이다.
2023년 6월 26일
[상영일지] 서울 광진구(7월 28일 19시)
5월 광주민주항쟁과 6월항쟁 기념 및 실천 시간을 보냈다. 이제 다시 민주주의 시대 <1975.김상진> 지역상영회 시즌2로 시민들을 만나러 간다.
2023년 7월 28일 오후 7시, 건국대 KU시네마테크에서 광진지역상영회를 개최한다.
이번 상영회에는 젊은 청년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지역에 계신 분들과 준비하고 있다.
광진구를 시작으로 내년 총선전까지 20~30회 정도를 목표로 지역상영회에 흠뻑 빠져들 생각이다. 나에게, 시민들에게, 무엇이 우리를 지속가능하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반면교사로 김상진열사의 삶을 뜨겁게 외치고 다닐 요량이다.
이른바 대한민국 민주주의 기억투쟁이다.
서울 광진구 지역상영회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2023년 7월 8일
[상영일지] 하루종일 서울에서.
광진구 지역상영회 극장 점검 겸 이호선 선배님 초청으로 저녁식사까지 하고 자정 넘어 내려왔다.
후쿠시마 핵폐수 인류테러를 자행하는 일본과 IAEA 그로시 총장의 사기행각을 막기 위한 시민언론 더탐사와 깨시민들의 연합작전이 펼쳐지는 요즘. 단죄받지 않는 언론과 검찰의 해악과 무능을 묵도하면서 기필코 저들을 이 기회에 처단해야겠다 마음을 먹는다.
건국대 KU시네마테크(쿠씨네)는 상영관으로 훌륭했다. 담당자분께 28일 상영 DCP파일을 전달하고 영화관으로 들어가 ‘여름날 우리’를 즐겁게 관람했다. 상영관 음향, 좌석배치등 GV를 위한 제반 여건을 살폈다. 행사당일 펼쳐질 상황을 미리 파노라마로 돌려본 셈이다.
저녁은 강변역 부근 고깃집에서 오랜만에 소주를 곁들여 묵직하게 회포를 풀었다. 장영철 PD와 이호선 선배, 최윤재 선배 이렇게 넷. 즐겁고 유쾌했다.
내년 봄까지 전국을 대상으로 김상진열사 스토리를 20개 지역상영회로 이어가고, 국내외 독립영화제에 출품하면서 호흡을 길게 가져가기로 생각들이 모아졌다.
“김상진영화를 상영해 달라 부탁하는 아쉬운 소리는 하지 말자.”
“필요하면 우리 힘으로 직접 만들어가자.”
선배들은 내 생각과 계획을 제안해 달라 했다. 자리를 만들고 연결해 준 이호선 선배와 최윤재 선배께 감사인사드린다.
늦은 밤 KTX 용산발 막차 플랫폼.
‘카톡카톡’, 청주 지역상영회 준비하고 있는 정지성 회장으로부터 연락이다.
7월 26일(수), 청주 김수현드라마아트센터/100석 19시에 진행키로 확정.
전화로 감사인사 드리고. 자정 넘어 김제 집에 무사히 도착.
7월은 지역상영회 3곳이다.
14일, 나주
26일, 청주
28일, 서울 광진구
2023년 7월 15일
[상영일지] 흔쾌, 상쾌, 통쾌 <1975.김상진> 나주상영회
7월 14일(금), 나주정미소에서 베를린 인디영화제 5월 감독상(다큐멘터리부문) 수상 기념으로 나주지역상영회를 개최했다.
“여기가 다큐멘터리 <1975.김상진> 상영장소 맞나요?”
한 흑인청년학생이 묻는다. 케냐출신으로 동신대학교에서 공부하는 ‘조지’였다.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를 알고 싶어 보러 왔습니다.”
“오케이! 죠지.”
이어 재독에서 활발한 광주 상무관 ‘검은碑(비)’ 작가 정영창 님과 함께 폴란드 분들 3명이 들어왔다. 그분들 중 한 분은 사진작가이기도 하고 활발, 유쾌했다. 이후 행사 내내 뒤풀이까지 단체사진도 찍어주어 큰 도움이 되었다.
오둘둘 주동자로 영화에 나오는 유영표 선배 처제와 친구분도 있어 관계는 풍성해졌다.
나주상영회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노래 부르고, 춤추고, 영화 보고, 감독과의 대화 나누고, 맛있는 홍어와 묵은지, 폴란드, 케냐, 한국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 민주주의에 무언가를 서로 보태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
체코의 얀팔라흐열사 이야기하면서 폴란드, 케냐의 학생열사 사례에 대해서도 공감했다.
부부가 함께 참여해 눈물 흘리는 아내분.
슬로푸드광주지부장 박민숙님의 묵은지와 나주학교에서 준비한 부위별 홍어.
장편다큐멘터리<1975.김상진> 베를린인디영화제 5월감독상 수상 및 2024페스티발 공식선정기념 이벤트로 나주학교 홍양현 교장과 나주정미소가 함께 마련한 나주지역상영회.
며칠째 호남지방에 퍼붓는 장맛비로 걱정했는데. 7시 상영회 시작하면서 걱정 끝.
다시 민주주의
다시 김상진.
지역상영회신청문의_안병권감독_010-5270-3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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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권_ 이야기농업연구소장, 농생물 79, 인문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농민들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으로 홍보하는 것을 돕는 ‘이야기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2007년 『도시와 통하는 농촌 쇼핑몰 만들기』, 2011년 『이야기 농업』, 2015년 『스토리두잉』 등 세 권의 책을 펴냈다. (ecenter@naver.com)
Last modified: 2023-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