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양 사단법인 농업조사전문가협회장, 농학 86
이번에는 지난번의 이야기 이후의 이야기를 적어보고자 합니다.
1. 청도 소싸움 관람
2023년 3월 4일 경북 경주에서 대불련 86학번 모임을 할 때 처음으로 만난 도종복이라는 친구가 4월 15일에 청도에서 소싸움축제가 있으니 꼭 와보라는 말을 자꾸 했습니다. 딱 부러지게 안 가겠다, 못 가겠다는 소리를 못하고 있는 중에 방을 하나 잡아놓았으니 꼭 오라는 소리에 특별한 일정도 없고 하여 난생처음으로 청도라는 땅에 발을 디디게 되었습니다.
개싸움, 닭싸움, 소싸움 등을 도박으로 생각하여 근처에도 가지 않았고 앞으로도 가지 않겠다는 생각을 굳게 가지고 살아왔는데, 친구 때문에 어찌어찌하여, 관람석에서 구경을 하게 되었습니다. 문경에서 내려온 아들과 급기야는 5,000원씩 승부에 걸어 보았습니다.
저는 보수적으로 이길 것 같은 노련한 소에게 걸고, 아들은 저돌적인 조금 젊은 소에게 배팅을 하였는데, 아슬아슬하게 제가 이겼습니다. 아들은 5,000원을 잃고, 저는 겨우 500원 정도를 땄습니다. 경기장에 걸지 않고 아버지와 아들이 직접 걸었으면 손해가 없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서로 응원하는 재미는 제법 있었습니다.
난생처음 하는 경험에 다음에 또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른 새로운 경험도 즐겁게 즐기자고 아들과 얘기하면서 서로 새로운 것이 있으면 함께 하자는 약속을 하였습니다.
2. 이변우 교수님 사은행사
올해 칠순이 되시는 교수님과 사모님을 위하여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 드리려 하였는데, 사모님께서 저녁식사는 꼭 당신께서 하신다고 하셔서, 83학번 명을재 선배님께서 골프비용을 계산하여 운동을 하였습니다. 승부와 상관없는 즐거운 시간은 교수님 내외분을 조금, 아주 조금 더 젊어지게 만든 것 같아서 더더욱 즐거웠습니다.
사모님께서 사주신 저녁과 술은 20 내지 30년 전의 반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게 아주 소박하게 먹고, 운동장 같은 숙소에서 약간의 음료로 2차를 치루면서 나나 후배들이나 모두 흐르는 세월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예전부터 교수님의 실험실의 고참 대학원생이 행사를 준비하였는데, 교수님께서 퇴임하시기도 하고, 후배들이 바쁘기도 해서 작년부터는 제가 챙겨서 하고 있습니다. 모임은 의례적으로 나이가 어린 사람이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저는 그냥 시간이 되는 사람이 하면 된다고 생각해서, 요즘 여기저기에서 총무일을 많이 하고 있답니다.
3. 목공을 배우다.
4월 18일부터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두시간씩 목공예를 배웠습니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무엇을 자르고, 다듬고, 무엇인가를 만드는 목공예에 로망이 있다고 생각했고, 저도 많이 해보고 싶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재미있게 하기 위하여 목공예기능사 교재를 사서 아주 열심히 하였습니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목공은 3D업종이 아닌 4D업종이라는 생각에 자격증 따기를 일단은 포기하였습니다. Difficult, Dangerous, Dirty에 Dusty를 더하여 4D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비염이 심한 저에게는 더 큰 문제인 것 같아 과감히 포기하기로 하였습니다.
예전에는 “포기”는 배추를 셀 때에나 사용하는 단어이지 절대로 포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였는데, 요즘은 “포기”가 빠를수록 안전하고, 편안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세월이 저를 이렇게 변화시켰을까요? 아니면 저에게 삶의 지혜가 생긴 걸까요? 어찌 되었든지 저는 목공은 여기까지만 하기로 하였습니다.
4. 매형을 보내다.
지난 4월 27일에 농불회 선배님들과 금강임페리얼 골프장에서 운동을 하는 중에 아내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전화를 했습니다. 폐암으로 충남대병원에서 투병을 하시다가 가망이 없어져서 댁으로 왔다가 치매가 심해져서 요양원으로 들어가셨던 매형이 1주일도 되지 않아서 돌아가셨다는 겁니다.
아버님은 2000년에, 어머님은 2008년에 가시고 3남매의 내외가 큰 일없이 지내고 있었는데, 매형이 제일 먼저 가시게 된 겁니다. 많이 아쉽기는 하였으나 크게 슬프지는 않았습니다. 차라리 고맙기도 하였습니다. 어차피 가망이 없는 상황에서 주변사람, 특히 누나를 고생시키지 않고 가신 것이 감사하였습니다.
그리고 살아계실 때에 자주 보면서 정을 많이 나누었기에 크게 서운하지는 않았습니다. 아버님께서 갑자기 가셨을 때에는 많이 정신이 없었는데, 1년 정도 아픈 상태에서 정을 나누고 준비를 하신 어머니께서 가셨을 때에는 많이 슬프지 않았던 것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11살 많은 매형이 가셨음에 저도 언제 갈지 모른다는 생각에 아내와 아이들과 더 즐겁게 살려합니다.
5. 고령자 식생활교육 봉사활동
6월 15일에 구례의 피아골에 있는 전통우리음식진흥원에서 고흥 다섯 개 마을회관에서 ‘2023년 고령자 식생활교육’을 하였습니다.
작년에 240시간이나 김치교육을 받은 인연으로 제가 고흥에 아무 연고도 없는 구례분들과 연결해 드리고 봉사활동을 하였습니다.
구례 피아골에서 모든 준비를 해와서 잠깐의 형식적인 교육을 하고 전복죽을 쑤어서 간단한 반찬과 함께 점심식사로 어르신들에게 제공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물건 팔러 오는 약장수가 아니냐며 의심을 하시던 어르신들이 맛있는 전복죽에 고맙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멀리 구례에서 오신 분들이 굉장히 뿌듯해하셨습니다.
6월 30일에는 곡성군 4개 마을에서 진행하였는데, 그때에도 제가 박박 우겨서 함께 하였습니다. 어르신들의 웃는 모습에 고흥에서 구례를 거쳐, 곡성까지 재료를 싣고 가는 수고로움이 결코 힘들지 않았습니다. 다음에도 시간만 된다면 반드시 같이 하고 싶었습니다.
이번주에는 농업조사전문가협회 임시총회를 준비하여야 하고, 토요일에 심리상담사 2급 시험을 보아야 해서 많이 바빠서 이만 줄여야겠습니다. 항상 항꾼에1 행복하시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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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함께”의 전라지역의 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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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양_ 두 차례의 공무원 생활을 그만두고 지난해 와포햇살영농조합법인에서 연구부장으로 근무하였고 중학교 텃밭교육 및 귀농인과 청년농업인 컨설팅을 했다. 종자기술사, 농화학기술사, 시설원예기술사 자격증과 천문지도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현재는 사단법인 농업조사전문가협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ljycby@daum.net)
Last modified: 2023-11-17